매일, 2024년 용의 해 맞아 이유식 등 신제품군 타진 계속해 나갈 듯
남양, 대법원 판결 확정...사회공헌 부지런히 해 이미지 쇄신 기반 다져

매일유업 김선희 부회장(좌)와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사진출처=뉴시스]
매일유업 김선희 부회장(좌)와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사진출처=뉴시스]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유(乳) 업계가 계속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저출산 문제는 이제 뉴노멀이 됐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국내 1인당 일반 우유 소비량은 26.6kg에서 오히려 2022년 26.2kg으로 곤두박질쳤다. 5년새 국민 1인당 연간 우유 작은팩 2개씩 섭취를 줄여버린 셈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난관을 헤쳐나가면서 미래성장가치와 지속가능경영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나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모두 전통 있는 우유업체들로 경쟁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25일 산업계에 따르면 저출산 여파로 침몰 위기 기로에 서 있는 업계에서도 두 업체는 유독 관심을 모은다. 하나는 경영권 분쟁이 드디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웅비할 기대감을 받고 있고(남양유업),  다른 하나는 용띠 CEO가 이끄는 곳인 만큼 다변화 노력 효과가 ‘용의 해’인 올해도 본격 나타날지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다. 두 곳 모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대세인 시대 흐름에도 민감히 대처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매일유업은 2013년 드디어 남양유업을 앞섰다. 지난 2022년 연결기준 매일유업 영업이익은 606억원이다. 전년 877억원과 비교해서는 30%가량 줄어든 것이지만, 수익성 그래프는 악화 일로에서 작년 2분기 회복세 감지로 희망적 변화를 보여 관심을 모은다.  지난해 연결기준 2·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5%, 39% 불어났다.

한편 남양유업은 작년(연결기준) 3분기 영업손실 56억원을 냈다. 다만 적자 폭은 줄어들고 있어 미래 반등 가능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일유업, 제품군 다변화 노력에 ESG 경영 열심

매일유업은 오너 일가 중 방계라고 할 수 있는 김선희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1964년생으로 용띠인 김 부회장은 연세대학교 불문과를 나와 미국 유학을 한 경험이 있다. 지난 2014년 사령탑에 올라 장기간 회사를 이끌고 있는 데에는 그의 경영 실력이 상당하다는 점이 회사 내외에서 공감대로 형성돼 있다는 해석.

그는 우유 및 분유 수요 감소에 선제 대응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단백질보충제와 음료 등으로 뻗어나간 것이다. 산업계에서는 매일유업이 큰 폭으로 우유와 분유 의존도를 떨어뜨리는 ‘경착륙’을 성공시면서 오히려 회사 미래의 위기 가능성 제어에는 ‘연착륙’하는 데 성공했다고 본다. 

2019년 우유와 분유로 매출 80%선을 올렸던 매일유업은 지난해(3분기 기준) 그 의존도 비중을 61%까지(즉 20%p가량 감축) 떨궜다. 유 업계 위기 속에서도 실적 안착 그리고 연매출 2조원 도전을 바라볼수 있게 된 데에는 이 같은 포트폴리오 선회가 주효했다는 것이다. 

아몬드 브리즈 등 각종 식물성 음료로 저변을 넓히고 성인영양식 시장 확대 등 가버지 않은 길을 닦은 데에는 김 부회장 자신이 전혀 다른 업계에서 일을 배우면서 자금과 경제 흐름을 배운 시각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BNP파리바그룹, 크레디아그리콜은행(수석연구원), 한국시티은행(신탁리스크 관리부장) 등을 거친 김 부회장은 매일유업에 합류해서는 업무 이력을 살려 재경본부장으로 활약했지만 이내 변신을 시도하며 외연 확장을 해냈다. 경영지원총괄을 맡아 치즈 전문 자회사 상하 합병, 커피 전문점 폴바셋사업부 독립을 주도하며, 다변화 필요성과 그 방법을 직접 그려낼 자신감도 얻어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매일 측 변화는 용띠 해인 올해도 수확을 계속할 수 있을 전망이다. 매일홀딩스와 대웅제약이 2007년 지분 50%씩 투자해 설립한 엠디웰아이엔씨는 이제 직할 체제(완전한 매일 가족)로 들어왔다. 지난해 말 영업 양수도 계약을 통해 매일유업의 메디컬푸드사업부에서 사업을 운영하게 돼 밀착도가 더 높아질 전망이다. 

또한 올해 들어 새 발효유 출시를 검토 중인 것이 감지돼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으며, 유아식 영역에서도 새 브랜드 ‘리케(Lykke)’ 상표를 출원하고 론칭 준비를 하는 등 1992년 첫 출시된 바 있는 ‘맘마밀의 신화’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을 쐬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 업계 일반의 위축과 달리, 틈새 시장(맞벌이 부부 증가와 프리미엄 수요 증대)를 예민하게 포착해낸 셈이다.

매일유업은 제품 중 일부에서 빨대를 없애고 ‘이중리드’ 형식 채택으로 마시기 편하면서도 분리배출까지 용이하도록 친환경 제품 포장을 확대하고 있다. 

또 ‘선천성대사이상 질환’ 환아들을 위해 특수분유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필수 영양소를 분해하는 특정 효소가 부족하거나 만들어지지 않는 유전대사 질환 아이들을 위해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특수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다. 

매일유업 측은 “단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되지 않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어야 한다는 기업 철학 아래 수익성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공익 목적 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노령 인구의 고독사 방지 운동인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 사업에 참여 중이다.

우유 코너를 돌아보고 있는 대형마트 손님들 [사진출처=뉴시스]

지리한 법정 공방전 끝...홍씨 일가와의 결별로 심기일전 기대

2019년에서 지난해(3분기 기준)까지 남양유업은 우유, 분유 매출 의존도 비중을 74.4%에서 69.8%로 5%p 남짓 줄였다. 

홍원식 회장은 지난 2021년 불가리스 사태로 도덕성 논란을 빚은 끝에 회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지난 2021년 4월 남양유업은 자사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감염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지만, 이것이 허위·과장광고 논란을 빚으며 경영 구도 대변화까지 몰고 왔다.

비록 매각 과정에서 이면 합의 논란으로 법정 공방이 장기화됐지만, 최근 대법원 판결로 사모펀드(PEF) 한앤코 측에 홍 회장의 지분을 넘기라는 결론이 확정되며 창업 이래 남양을 이끌었던 오너 일가가 과거의 문제를 모두 안고 퇴장하는, 이른바 반환점을 도는 효과가 신년 기대되고 있다. 

남양유업은 안팎으로 어수선한 지난 2023년에도 지점, 공장 등 전국 14개 사업장에서 릴레이 나눔 활동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등 적극적 사회적 역할을 해내기도 했다.

업의 특성을 살린 4000만원 상당의 대표 유제품 및 생필품 후원, ‘독거노인 락토프리 우유 지원’ 등은 물론 김장 나눔, 시설 청소 등 다양한 봉사활동에도 직원들이 묵묵히 노력과 시간을 할애했다. 

지난해 40주년을 맞이한 임신육아교실은 전국 각지에서 8000번 이상 누적 진행돼 왔다. 265만명의 예비부모를 만나 다양한 정보 전달을 했다.

또한, 2002년부터 소수 난치성 뇌전증 환아를 위한 특수분유 ‘케토니아’를 생산·보급 중이라는 점은 매일유업의 유사 특수 분유 사회공헌과도 비교되는 대목이다. 

남양유업 측은 “갑진년 새해에도 세상을 밝게 비추는 다양한 활동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앤코 측은 구 오너 일가와의 배턴 터치 과정에서 사명 변경 등 초강수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한앤코가 남양유업의 경영진이 되면 사명 변경을 고려할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구체화된 논의는 아직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름을 다시 내거는 방안도 생각할 만큼 비상한 각오로 남양과 그 우군들이 2024년을 대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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