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 주총 앞두고 소액주주 비대위 반발…대주주 유진의 동양 자산 유출 우려↑

▲ ⓒ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시멘트업체 ㈜동양(이하 동양)은 지난 2013년 사기 채권 판매한 동양사태로 물의를 일으킨 동양그룹의 모체가 되는 회사이자 지금까지 ‘동양’이라는 이름을 지켜온 몇안되는 기업이다. 한 때 동양사태로 여타 계열사들과 마찬가지로 기업회생절차를 밟았던 동양은 현재 현금자산 5천억대 알짜 회사로 거듭났다. 하지만 동종업계 유진그룹이 경영권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와의 갈등과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동양은 유진그룹의 모기업인 유진기업이 22.81%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여기에 유진투자증권(주)(4.79%), 현대개발(주)(1.45%), 현대산업(주)(0.98%) 지분까지 포함해 총 30.03%로 유진그룹이 동양의 경영권을 확보한 상황이다.

돌아온 주총, 3건의 안건...소액주주의 우려

동양이 29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번 주총 의안을 두고 소액주주 측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동양의 이번 주총 부의안건은 총 3가지다. 첫번째는 내년 1월 1일 섬유사업을 맡았던 한일합섬(비상장법인)을 물적분할해 신설회사로 설립하는 것을 승인하는 안건이다. 두 번째는 사업다각화를 위해 보유자금의 금융상품 투자나 펀드 출자가 가능토록하는 기타금융투자업을 비롯해 대부업과 대부중개업 등 사업목적을 추가, 이사회 소집권자를 대표이사에서 이사회 의장으로 변경, 주식 소각 규정 삭제 등의 정관변경 안건이 올라온다. 마지막으로 정진학 유진기업 총괄사장의 사내이사 선임건이 의안으로 올라왔다.

이 중 정관변경을 통해 대부업과 금융투자업의 사업목적 신설안에 대해 일부 소액주주들은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결국 대주주인 유진그룹으로 자금이 이동할 수 있는 창구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심이다. 동양 소액주주로 구성된 비대상대책위 관계자는 “동양의 막대한 현금자산이 동양의 발전이 아닌 대주주인 유진그룹으로 유출돼 부당하게 사용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사내이사 선임안에 이름을 올린 이도 대주주 유진기업의 정진학 총괄사장이라는 점도 이 같은 우려를 키우는 한 요인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사측은 “유진과 골재나 원자재 구매 부분 등에 대해 동양과 시너지 효과를 통한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현재 비상근에서 상근 이사로 선임하는게 효율적이라 판단해 추천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다만 정 사장의 유진의 직책 유지 여부나 동양 내 정확한 역할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부업 등 사업목적 신설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가지면에서 현금성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승인절차가 어려워 목적성만 신설한다고 바로 해당 사업을 실행할 수 없다. 취지는 그렇지만 구체적인 부분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액주주 측은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도리어 의심은 더욱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의 의구심은 현재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대주주 유진그룹을 향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대주주 유진에 대한 불신은 동양의 경영 정상화 과정과 맞물려 이어지고 있다.

▲ 유진그룹이 지난 2016년 3월 동양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주주총회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 모습ⓒ유진그룹

부활한 동양, 대주주 유진의 등장

동양은 2013년 사기성 기업 채권을 판매해 동양사태를 일으킴으로써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내 사회적 물의를 빚은 동양그룹의 모체가 되는 기업이다. 당시 사건으로 채권자 단체가 활동하고 있고, 채권자에서 의도치 않게 피해자 일부가 수년째 소액주주로 존재하는 기업이다.

동양은 동양사태 이후 창업자들은 기업을 떠났고 다른 계열사들과 마찬가지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아왔다. 동양은 자회사인 동양시멘트를 삼표에 매각해 8000여 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는 등 본래 우량기업으로서의 모습을 갖추며 2016년 2월 법정관리를 졸업하게 된다. 하지만 법원이 당초에 예정됐던 공개매각을 진행하지 않고, 법정관리 시기의 관리인을 대표이사로 임명해 주인이 없는 상태로 자본시장에 돌려 보내지면서 적대적 M&A에 노출, 레미콘업계 경쟁사였던 유진기업(주)이 동양 주식 매집에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에 돌입하게 된다.

단순 투자목적이라며 주식을 매집해온 유진은 결국 동양의 경영권 확보에 나섰고 과정에서 기존 경영진과 주주들과 경영권 분쟁이 촉발됐다.

유진은 지난 2016년 3월 30일 동양 정기주주총회에서 20%의 지분으로 이사진에 자신들이 추천한 3인을 진입시켜 경영권 확보를 노렸으나,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이룰 수 없었다.

이후 유진기업은 당시 최대주주였던 파인트리자산운용의 지분을 블록딜해 지분을 30%까지 늘려 나갔다. 30% 지분을 확보한 유진은 지난해 12월 2일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고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대표, 정진학 유진기업 사장, 이동명 변호사 등 유진 측 인사 3명을 동양의 이사진에 포함시키며 경영에 참여를 시작했다. 이사회에 진입한 유진은 같은달 29일 이사회에서 법원이 선임한 김용건 전 대표이사를 해임하면서 사실상 경영권을 장악했다.

그리고 올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있던 김용건 전 대표와 오수근, 정동민, 이헌욱 등 사외이사 3명에 대한 해임 안건을 통과시키며 유진그룹은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유진그룹은 주총 전 주주들에게 기존 경영진 이사 해임과 유진 측 인사의 신규 이사 선임에 찬성해달라는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했다. 또 동양 이전 경영진은 고배당 정책 견지 등 주주가치 제고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며 회사 안건에 모두 찬성할 것을 권유했고 주주들은 유진그룹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유진이 경영권 확보에 성공한 것은 소액주주의 지지도 한몫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76억5200만원으로 전년보다 78%나 줄어들면서 소액주주들이 기존 경영진에 책임을 물은 결과라는게 당시 지배적인 평가였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일부 소액주주들은 당시 유진그룹에게 “속았다”며 여전히 불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 법정관리가 끝난 뒤 처음 열린 지난 2016년 3월 30일 동양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용건 동양 사장이 총회를 진행하고 있다.ⓒ뉴시스

경영권 분쟁 승리한 유진, 주주 반발 여전

소액주주들은 유진그룹의 경영권 확보 목적에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유진그룹이 경영권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주주가치 제고 약속을 제대로 지키고 있지 않아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양은 유진의 적대적 M&A를 방어하기 위해 2016년 3월 28일부터 1000억원 규모의 1차 자사주 매입을 단행했고, 2016년 12월 29일부터 1000억원의 규모의 2차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상황이었다.

소액주주 비대위 관계자는 “결국 유진기업은 동양의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공시로 발표했던 2차 자사주 매입을 실질적으로 시행하지 않았다”며 “그 결과 거의 1년 동안 지속적으로 주가가 하락해 3600원에서 1700원으로 반토막나게 만들면서, 자사주 매입 발표를 보고 들어 온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법정관리를 졸업한 동양이 보유한 기업 가치와 자사주 매입이라는 주주친화 정책을 믿고 동양의 주주가 된 투자자들은 1년 이상의 시간을 고통 속에 보내고 있다”며 “기업의 가치와 역량을 믿고 투자를 한 주주들에게 오히려 대주주(유진기업)와 경영진은 공개적으로 한 약속도 무시한 채, 소액주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일관해 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유진기업이 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확보한 이후부터 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는 폐지하고, 주주총회 소집 통지문은 일정 수량 이상을 보유한 주주들에게만 발송하는 등 소액주주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키도 했다. 이를 통해 오는 29일에 열리는 임시주주총회도 원천적으로 개인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여를 막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사측은 소액주주 주장과 달리 주총 소집통지문을 모두 발송했다고 반박했다. 다만 소집통지와 함께 주주 의견을 묻는 서면투표도 함께 실시해 같은 취지로 진행한 전자투표는 실시하지 않았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자사주 매입 중단과 관련해서도 “정확한 수치는 모르겠지만 일정부분 매입을 진행했다. 다만 자사주 매입이 짧은 기간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으나 결국 자산을 소진하는 것으로 장기적으로는 투자를 통한 주가 부양이 낫다는 판단에 자사주 매입을 중간에 중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진, 동양 통한 자금 확보 주력…다시 싹튼 불신

무엇보다 소액주주가 가장 크게 우려하는 대목은 유진의 경영권 확보 의도다. 이들은 동양의 성장보다는 동양이 보유한 수천 억원의 현금을 노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소액주주 비대위 관계자는 “수 천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동양을 적대적 M&A하는 과정에서 유진기업은 상당한 금액을 금융권에서 대출하여 동양의 주식을 매집하고, 동양의 주식을 담보로 다시 대출을 받는 등의 무자본 인수의 위험한 방식을 동원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경영권 장악 이후 유진그룹이 동양을 통한 자금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2017년 3분기 중 자본금 20억 원에 불과한 자회사 ㈜한성레미콘에 400억원의 현금을 출자했다. 또 유진기업이 경영권을 완전히 차지한 이후 약 일주일만인 지난 4월 동양 주식 940억원 어치인 3966만5971주(16.62%)를 담보로 KB증권 외 3개 증권사와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소액주주들은 동양의 자금 유출이 편법적으로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번 주총 안건인 ‘대부업’과 ‘금융투자업’ 사업목적 신설에 대한 우려도 같은 맥락이다. 동양의 현금자산을 유출하기 위한 방편 아니냐는 의혹이다.

수액주주 비대위 관계자는 “유진투자증권을 비롯한 금융 자회사를 보유한 유진그룹이 시너지를 핑계로 동양의 현금 자산을 고작 30% 지분의 대주주 이익을 위해서 이용해 동양의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불상사가 발생될 가능성에 대해 대다수 소액주주들은 경계의 눈초리로 지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유진이 종국에는 동양의 현금을 모두 빼돌린 후 흡수 통합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사측은 “현재 계획하거나 검토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유진은 ‘기업사냥꾼’인가 ‘구세주’인가

그럼에도 유진그룹에 대한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앞서 유진그룹이 고려시멘트, 하이마트 등 적대적 M&A를 통해 성장해 왔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헐값매각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도 소액주주들의 불신을 키우는데 한몫하고 있다.

강대진 소액주주 비대위원장은 “동양의 미래에 대해 불확실성과 대주주에 대한 불신을 안고 있어 적극적으로 대주주의 경영 간섭을 감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수만 명의 분산된 개인 소액주주들이 대주주의 부당한 경영활동을 감시하고 견제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강 위원장은 “그럼에도 앞으로 동양의 경영활동이 정상적으로 운용되는지, 대주주의 일방적인 이익을 위해 부당한 경영 활동이 벌어지지는 않는지, 대주주 유진기업이 불순한 목적으로 동양의 자산가치를 훼손하지는 않는지 등을 감시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사측은 불신의 원인을 ‘주가하락’으로 판단하고, 실적 개선을 통해 갈등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사측 관계자는 “불신의 원인이 주가 하락”이라며 “실적이 예전보다 좋아지고 있다. 올해 4분기도 작년에 비해 매우 좋은 성과가 났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적인 측면에서 저희가 뒷받침을 해주면 의심이나 불신도 불식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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