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승객‧직원 굶기는 갑질삼구OUT!” 거리로 나선 아시아나 직원들
[현장취재] “승객‧직원 굶기는 갑질삼구OUT!” 거리로 나선 아시아나 직원들
  • 김소희 기자
  • 승인 2018.07.07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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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참가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소희 기자】 “말로만 정상화냐! 직원들만 골병든다!” 

항공기 기내식 대란 사태를 빚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지부는 6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밀) 사태 경영진 규탄 문화제’를 열었다. 이번 문화제는 아시아나항공 직원, 대한항공 직원, 시민 등 주최 측 추산 3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1시간30분 가량 진행됐다.

이날 문화제는 기내식 사태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윤모씨에 대한 추모 묵념 이후 참가자의 자유 발언으로 꾸며졌다. 참가자들은 LED촛불과 ‘아름다운 우리가 바꾸자 아시아나’, ‘승객‧직원 굶기는 갑질삼구OUT’, ‘침묵하지말자!’ 등 피켓을 들고 “말로만 정상화냐! 직원들만 골병든다!”, “직원들이 욕받이냐!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예견된 참사인데, 경영진만 몰랐더냐!” 등 구호를 외치며 박삼구 회장 등 금호아시아나 경영진을 비판했다.

참가자 다수는 내부 보복을 우려해 마스크와 선글라스, 가면 등으로 신상을 보호했다. 참가자들 가운데 대한항공 집회 참가자가 썼던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쓴 사람도 보였다. 이날 비행을 마치고 뒤늦게 참석하는 항공사 직원들과 시민들이 합류하면서 참여자 수도 늘어갔다.

자신을 아시아나항공 정비사라고 소개한 한 참가자는 “기내식을 만드시다가 고인이 되신 그 분의 명목을 빌고,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경영진에 묻고자 참석하게 됐다”며 문화제 참석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에서 아시아나항공 이기준 객실승무원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에서 아시아나항공 이기준 객실승무원노조 위원장이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날 얼굴을 가리지 않고 문화제에 참석한 아시아나항공 이기준 객실승무원노조 위원장은 얼굴을 가리지 않은 경위에 대해 “유니폼을 벗고 마스크를 써도 누군지 알 수 있으며, 일부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문화제에 참석한다는 말에 불이익을 받을 경우 함께하기 위한 것”이라며 “더 이상 굴종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모아서 이번 집회를 만들었다. 저희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전달될 것이고 그 책임자가 ‘잘못했다. 죄송하다. 물러나겠다’ 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인 정의당 권수정 서울시의원도 이날 문화제에 참여해 “서울시 의원으로서 6일째 되는 날이다. 여전히 24년차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이라며 “제 앞에 이렇게 많은 저희 동료들이 앉아있는걸 보면서 가슴이 벅참과 동시에 마음이 참 씁쓸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권 시의원은 “왜 경영진의 잘못을 최전방에서 욕받이로 살아가야 합니까”라며 “우리 이제 뭉쳤습니다. 사랑하고 자랑스러운 일터를 지켜냈으면 좋겠다, 잘못한 사람들 우리 앞에 무릎 꿇게 하고 국민들 앞에게 사죄하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이날 문화제는 대한항공 직원연대도 동참해 참가자들에게 피켓과 스티커 등을 나눠줬다. 대한항공직원연대 소속 객실 승무원이라고 밝힌 참가자는 “알량한 주식 몇 장으로 우리의 생사권을 쥔 것 같이 갑질하는 저들에게 분명한 목소리로 말해주자. 더 이상 당신들의 자리는 없다고!”라고 말해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현장 인근을 지나가던 시민들 중 문화제 참가자 측을 향해 하늘 높이 주먹을 불끈 쥐며 “갑질 근절!”이라며 응원하자 분위기가 고조되기도 했다.

또 본인을 아시아나 객실 승무원이라고 밝힌 발언자는 기내에 간식으로 제공되는 브리또를 먹지 못하는 승객들을 언급하며 “쌀밥인 크루밀을 목으로 넘길 수 없었다”고 울먹이면서 “힘내서 우리의 목소리를 높였으면 좋겠습니다! 박삼구는 물러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제는 숨진 기내식 납품업체 대표를 추모하며 국화꽃을 헌화하면서 마무리됐다.

이날 문화제는 발언을 원하는 이들이 자유롭게 나와 본인들의 의견을 밝혔다. 문화제 중간 파도를 타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기도 했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에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자유발언을 듣고있다 ⓒ투데이신문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에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자유발언을 듣고있다 ⓒ투데이신문

이날 현장에서 이기준 위원장은 거듭 불거진 항공사 갑질 문제에 대해 본지 기자에게 “소수의 지분을 가지고 수십조 회사를 좌지우지하는 대한민국의 특이한 재벌체제가 사회의 악이라고 생각한다”며 “(귀족은 그 신분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한항공 승무원 유니폼을 입고 있던 참가자는 “대한민국 기업주들의 마인드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기업운영을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싶어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시아나 승무원이라고 밝힌 참가자는 “사내에서는 어이없고 어처구니없게 생각하며 당황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집회 참가로 인한 사내보복 우려에 대해서는 “용기는 따로 필요 없었다. 알려진 문제가 사실이고 진실이기 때문에 바로 잡기위해 나왔다”고 소신을 밝혔다.

한편, 아시아나 노조는 오는 8일 오후 6시 동일한 장소(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2차 문화제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