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3배 오른 시세 감당 안돼 분양전환권 포기
LH, 10년 전 입주 당시 충분히 고지…“문제 없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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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10년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분양전환 가격 산정방식에 대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과거 사례와의 형평성과 과도한 시세차익 등에 비판 섞인 목소리가 커 정부도 쉽사리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반면, LH공사와 민간사업자의 얻을 막대한 시세차익이 과연 공공임대의 취지를 살리고 있느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4년 3월 처음 도입된 10년 공공임대주택 사업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민간건설사에 공공택지와 주택도시기금 등을 지원해 아파트를 건설하면 주변 임대료 시세보다 65~80% 정도 낮은 임대료를 책정하고 10년 뒤 우선적으로 분양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판교에는 10년 공공임대 아파트가 지난 2008년 371가구를 시작으로 2014년까지 총 1만1441가구 규모가 공급됐으며, 올해를 기점으로 2024년까지 모두 분양 전환될 예정이다. 

임대주택법상 5년 임대 분양 전환가는 ‘건설 원가와 감정평가액의 중간값’으로 정해져 있지만 10년 공공임대 아파트의 분양 전환가는 ‘감정평가 금액 이하’로만 정해져 있다. 

감정평가액은 대개 실제 가격의 90~95% 수준이다. 문제는 아파트값이 완만히 상승했다면 임차인과 LH·건설사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지 않았겠지만 10년 사이에 이곳의 아파트 가격은 3배 가까이 상승했다. 

따라서 무주택 서민으로 입주한 현 임차인들이 감당할 수 없는 분양전환가에 우선 분양전환권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김동령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 회장은 <투데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분양전환가 산정 기준은 사회형평성에 어긋나고 상위법을 무시한 기준이다”라고 지적하곤 “LH공사처럼 감정가액 그대로 분양전환가로 책정하게 되면 주변시세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에서는 무주택 서민들이 그 가격을 감당하지 못하게 돼 우선 분양전환권은 사실상 박탈된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막대한 개발 이익 사업자 전유…제도 취지와 안맞아

10년 공공임대주택의 분양전환이 현재 기준으로 진행되면, 10만가구 넘게 공급한 LH와 건설사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정책 도입 당시부터 감정평가액은 부동산 시세에 따라 값이 정해지는 만큼 분양 전환되는 시점의 부동산 상황에 따라 임차인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분양전환을 앞둔 판교의 10년 공공임대주택은 무려 3배 가까이 시세가 올라 임차인들은 우선분양전환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돈이 없어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면서 정치권과 정부, LH 등에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선 것.

이에 LH 등은 10년 전 입주 당시에 관련 내용을 충분히 고지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LH는 분양전환가가 비싸게 책정된 것은 지난 10년간 급등한 부동산 가격이 주된 원인이며, 형평성 측면에서도 이를 견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5년 공공임대 방식을 적용하면 판교에 일반 분양받은 사람들과 비교할 때 훨씬 싼 시세로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이며, 인근 주민들의 심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인한 막대한 개발 이익을 LH공사 혹은 민간 사업자가 전유하게 되는 현재의 방식은 제도의 취지와 완전하게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공공임대주택의 분양전환 제도는 세금감면 및 금융지원 등 공공지원을 받아 임대주택을 건설한 사업자가 이를 저렴한 가격에 임차인에게 우선 공급함으로써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된 만큼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박사는 “양쪽이 양보를 해서 절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사회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개발 이익을 개인이 가지거나 혹은 기업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목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10월 5일 청와대 앞 1인 시위 모습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
10월 5일 청와대 앞 1인 시위 모습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

청약저축 10년·공사 3년·입주기간 10년…‘내 집 마련’ 꿈은 저멀리

“무지막지한 분양전환가로 인해 13만 가구의 10년 임대 무주택서민들이 10년 이상 납입한 청약저축통장도 상실한 채, 분양전환 시점에 10년 동안 살아온 집에서 쫓겨나는 상황이다”

청약저축 10년 이상, 공시기간 3년, 입주기간 10년 등을 합친 기간을 ‘잃어버린 23년’이라고 호소하는 임차인들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12년 전의 제도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LH의 적정이윤을 포기한 새로운 분양전환가 산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령 회장은 “우리는 10년 전 가격으로 또는 무작정 싼 값에 분양전환을 해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실패로 인한 집값 상승의 피해자로 전락해 길거리로 나앉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책당국과 LH공사가 제시하는 ‘감정가액’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라며 “LH공사의 적정이윤이 보장된 10년 임대주택 분양전환가 산정 기준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찾아달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는 오는 1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4차 풍선집회를 개최하고 제도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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