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꺼낸 김병준, 정무적 판단 저울질
인적 쇄신 소리에 친박은 ‘부들부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친박, 단일화 추진
비박계에서도 빠른 움직임 보이고 있어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여성위원회 발대식 및 임명장 수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여성위원회 발대식 및 임명장 수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인적청산 칼을 빼들면서 자유한국당이 술렁이고 있다. 6월 지방선거 참패 이후 혁신작업을 담당해온 비대위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마지막 순서로 인적 쇄신을 남겨둔 상태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칼을 꺼내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 이로 인해 친박들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상태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그간 수증기만 피어오르던 자유한국당의 인적 쇄신이 본격적으로 가열되기 시작했다. 자유한국당이라는 냄비에 조직강화특별위원회라는 불을 때기 시작한데 이어,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토치가 가열되면서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는 것. 김 위원장은 그동안 인적 청산에 대한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비대위원장 취임 직후에도 인위적 인적 청산은 없다면서 자연스럽게 인적 쇄신이 될 것이라며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던 김 위원장이 최근 상당히 많이 달라졌다. 이미 조강특위가 당협위원장 교체 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조강특위가 걸러내지 못한 당협위원장을 교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인위적 인적 쇄신 예고한 김병준

김 위원장은 지난 22일 비대위 회의에서 “조강특위의 그물망을 빠져나왔지만, 교체가 필요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면서 비대위원장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조강특위가 담당하는 당협위원장 교체에 비대위가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강특위는 이른바 당무감사를 통해 당협위원장을 교체하는데, 이에 대해 ‘고도의 정무적 판단’에 따라 당협위원장을 교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고도의 정무적 판단을 하겠다는 것은 결국 비대위에서 교체해야 할 대상에 대한 판단이 이미 끝났다는 것을 뜻한다. 문제는 시스템에 의한 인적 쇄신이 아니라 정무적 판단에 의한 인적 쇄신이 결국 당내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총선 공천 기간 때 각 정당은 ‘전략공천’과 ‘오픈프라이머리’ 사이에서 고민을 한다. 전략공천은 결국 당 지도부에서 내리꽂는 공천이고, 오픈프라이머리는 당원이나 국민들이 선출하는 상향식 공천이다. 이를 두고 전략공천을 ‘정무적 공천’이라고, 오픈프라이머리는 ‘시스템 공천’이라고 부른다. 두 방식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16년 총선 공천 당시 전략공천 대신 시스템 공천을 내걸었다. 물론 당시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일부 전략공천을 구사했지만, 시스템 공천으로 인해 일각에서는 최근 들어 가장 잘된 공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당시 자유한국당은 전략공천을 실시하면서 총선 패배의 원인이 됐고,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정무적 인적 쇄신’을 의미하는 김 위원장의 인적 쇄신 발언은 당내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 당내 갈등이 수면 아래에 있지만, 이번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인해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고 정치권은 내다보고 있다. 그만큼 이번 발언이 위험한 발언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해석이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인사들을 내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과연 그 인사가 누구인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친박계는 혹시 자신들이 그 대상이 아니냐면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따라서 계파 갈등은 점차 뜨거워질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당내 갈등은 증폭되고, 앞으로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친박계의 반발

친박계의 반발은 이미 시작됐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지난 23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김 위원장이 생각이 다른 분들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쳐내려고 하는 자세, 말하자면 이른바 복당파들이 그동안 시도했던 자세와 거의 비슷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 재선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시스템에 의해 하겠다고 수차례 말해놓고 그물망을 빠져나온 사람은 자신이 결정하겠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더욱이 김 위원장이 선출된 권력이 아니기 때문에 인적쇄신을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복잡한 자유한국당

결국 김 위원장이 인적 쇄신의 칼을 꺼내 든 것은 파장만 일으킬 뿐이지, 실질적인 인적 쇄신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김 위원장의 발언은 12월 원내대표 경선과 내년 2월 전당대회에 불을 댕겼다. 김 위원장이 생각한 인물이 누구인지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친박계는 이대로 당할 수는 없다면서 뭉치고 있다. 우선 12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가 원내를 장악한 후, 내년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까지 거머쥐어야 한다는 다급함이 생겨났다. 이에 친박계는 후보 단일화 등을 모색하고 있다. 친박계가 바삐 움직이면서 비박계 역시 단일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강석호 의원과 김학용 의원이 후보 단일화를 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여기에 비박계에서는 김성태 원내대표가 당 대표에 출마한다는 소문도 나오는 등 그야말로 자유한국당 내부는 시끄러운 상태다. 그동안 수증기만 피어올랐던 자유한국당에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계파 갈등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여기에 홍준표 전 대표가 정치 일선에 복귀하면서 자유한국당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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