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연동형 비례제에 원론적 합의 도출
거대 양당은 소극적 입장으로 태세 전환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연동형 비례대제표제 도입 방안에 대한 합의문을 발표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민주평화당 장병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뉴시스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연동형 비례대제표제 도입 방안에 대한 합의문을 발표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민주평화당 장병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뉴시스

12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합의한 여야는 오는 26일 본회의를 열어 정기국회에서 다루지 못했던 민생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여야는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합의도 이뤄냈다. 하지만 이는 원론적 합의일 뿐이지,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입장 차이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앞으로 선거제도 개혁에 험로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 양당은 여전히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여야는 지난 15일 선거제도 개혁에 합의를 봤다. 이로 인해 바른미래당 손학규,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10일 만에 단식 투쟁을 접었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 여야는 이날 원론적인 합의를 도출했지만,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입장 차이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거대 양당은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로 찬성하지만, 세부적으로는 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선거제도 개혁의 앞날은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입장 변화된 거대 양당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에서 논의도 중요하지만, 국민이 동의하는 선거제 개편안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같은날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비상대책회의에서 “일부 정치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기정사실로 하는 것은 명백하게 사실을 호도하는 것으로 심각한 유감을 표시한다”면서 “(지난 주말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합의는) 검토에 대한 합의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 거대 양당이 내세운 논리는 ‘국민적 동의’다. 비례성 강화를 위해서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비례대표를 2:1의 구도로 만들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회의원 정수가 현행 300명으로 묶인다면 지역구 의원은 지금보다 50명 줄어든 200명이 돼야 한다. 하지만 지역구 의원 가운데 자신의 지역구를 내어줄 의원은 없다. 때문에 지역구 의원을 그대로 두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2:1 구도를 맞추기 위해 의원 정수를 360명으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국회의원 정수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이 국민적 동의를 내세워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소수야당들은 국회 예산을 20% 삭감하는 안까지 내세우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5일 여야 합의에서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고, 내년 1월 합의문을 작성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내년 2월 임시국회까지 합의문이 도출된다는 기대를 하는 정치권 관계자는 거의 없다. 정개특위의 구성을 살펴보면 민주당 9석, 자유한국당 6석, 바른미래당 2석, 민주평화당·정의당 1석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지연 작전을 사용한다면 내년 1월 합의문 작성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교섭단체 회동 전 기념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관영,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뉴시스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교섭단체 회동 전 기념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관영,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뉴시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미래는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한 합의 전에 정개특위 활동기한을 연장하고, 관련 논의를 하자고 한 데 대해 소수야당들이 반발한 이유는 정개특위의 권한이 사실상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개특위에서 합의안을 도출해도 각 당의 의원총회에서 뒤집어지는 것이 다반사다. 따라서 정개특위에서는 별다른 권한이 없다. 각 정당이 정개특위에서 나온 합의안에 대해 이견을 달지 않겠다는 합의를 도출하지 않는 이상, 정개특위에서 어떤 합의를 도출해도 결국 뒤집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소수야당들은 정개특위에서의 합의보다는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따라서 정개특위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관련해 논의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합의는 결국 여야 원내대표들의 몫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오는 26일 본회의를 열어 민생법안을 처리하려는 눈앞의 목적이 있기 때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합의했다. 자유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합의를 한 것이 아니라 검토를 하겠다는 뜻으로 합의했다면서 한발 물러난 모습이다. 이런 이유로 소수야당들의 속은 더욱 타들어 가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분당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소수야당들의 운명은

탈당을 결심한 바른미래당 소속 이학재 의원은 18일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에 복당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현역 21명을 비롯해 당협위원장 교체 명단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인적 쇄신에 들어간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이 의원의 탈당과 자유한국당 복당은 바른미래당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법 개정이 내년 1월까지 이뤄지지 않는다면 바른미래당은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 소속 의원들의 대규모 탈당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4월, 2020년 총선 선거구 획정을 위해서는 내년 2월 임시국회 때 선거법 개정을 이뤄내야 한다. 현실적으로 선거법 개정에 대한 합의 도출의 시한은 내년 1월까지가 마지노선인 셈이다. 따라서 바른미래당 인사들은 내년 1월까지 선거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거법 개정이 실패할 경우, 대규모 분당 사태를 막아낼 힘이 없게 된다. 이미 이 의원은 3~4명 정도가 탈당을 결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아직까지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있지만, 유승민 의원이 바른미래당을 탈당,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은 끊이지 않고 들리고 있다. 결국 선거법 개정이 앞으로 바른미래당의 미래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바른미래당은 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민주평화당 역시 마찬가지다. 선거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평화당에서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 의원들이 탈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바른미래당과는 달리 민주당이 받아줄 가능성은 다소 적다. 따라서 제3지대를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 그만큼 선거법 개정은 향후 정국의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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