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동안 물티슈 사용량 집계해보니
물티슈, 위생‧간편함 좇아 지나친 남용
대한민국 성인 월평균 ‘55회 이상’ 사용
화학물질‧플라스틱 원단…환경에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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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물티슈는 1950년대 중반부터 유아가 있는 가정이나 복지 시설, 음식점, 병원 등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돼 왔다. 

깨끗하고 상쾌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제품이니 외식을 위해 찾는 식당, 커피전문점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만능이다. 얼굴과 손 세정은 물론 귀찮은 청소와 설거지까지 뚝딱한다는 얘기도 있다.

하긴 인체 이곳저곳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니 못 닦을 물건이 없다. 더구나 요즘은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도 늘어나고 있어 애견의 배변 처리에도 간편하게 쓰인다. 

가볍게 쓱 닦고 세척할 필요 없이 그냥 휴지통에 버리면 그만이니 그 편리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가격도 너무나 저렴해 이제는 ‘쟁여놓고’ 쓰는 생필품이 됐다.

그런데 물티슈, 많이 쓴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알겠지만 대체 하루에 어느 정도를 쓰는 걸까 궁금해졌다.

기자의 반(反)환경적 하루 고백

기자가 쓴 물티슈(부직포) 제품ⓒ투데이신문
기자가 쓴 물티슈(부직포) 제품ⓒ투데이신문

07:00 - 총 7장 사용

상쾌한 아침, 일어나자마자 세안하고 나서 각질 패드를 사용한다. 이는 약액에 적셔진 부직포 형태로, 크기는 작지만 그 구성과 성분이 물티슈와 흡사해 포함했다 (+1). 화장대 먼지는 건식청소포로 닦는다. 매일 닦지 않으면 먼지가 힘이 세지므로 하루에 한 번은 꼭 닦아 줘야 한다.

청소포에는 건식과 습식이 있는데 건식은 먼지가 찰싹 잘 달라붙어 습식 청소포보다 먼저 사용한다 (+1). 아침에 우유 마시고 흘린 자국은 휴지로 닦아도 되지만 물티슈를 일부러 꺼내 식탁 전체를 닦는다. 뭔가 거창하게 청소한 기분이 들어 만족스럽다 (+2). 출근길 가방 속에도 휴대용 물티슈를 넣어 다니며 화장실 갈 때 사용한다. 물티슈를 사용한다고 해서 휴지를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다. 물기가 남아 불편하다 (+3).

졸릴 땐 사무실 책상을 닦는다ⓒ투데이신문
졸릴 땐 사무실 책상을 닦는다. ⓒ투데이신문

09:15 - 총 3장 사용
회사에 도착하면 물티슈로 책상을 한 번 쓱 닦는다. 너무 간편하니 청소한 기분을 자꾸 낸다 (+1). 책상을 전체적으로 닦을 때는 꼭 두 장을 쓰게 된다. 먼지가 묻은 부분은 접어 가며 나름 알뜰히 닦는다 (+2). 요즘같이 더울 때는 아이스커피를 마실 때도 책상에 물 얼룩이 남는다. 결국 또 한 장 꺼내 쓰게 된다 (+1).

음식점에서 식전 무료로 제공되는 물티슈ⓒ투데이신문
음식점에서 식전 무료로 제공되는 물티슈ⓒ투데이신문

12:00 - 총 3장  사용

점심 식사를 할 때는 대부분 식당에서 물티슈가 제공된다. 손을 씻고 오면 되지만 귀찮아 결국 쓰게 된다. 사실 손을 씻고 왔어도 한 번 더 닦으면 더 깨끗하지 않겠냐는 마음으로 물티슈 포장지를 뜯어 버린다 (+1). 오후에 간식을 먹다가 책상에 부스러기를 흘렸다. 핑계 같지만, 빵이나 과자 부스러기는 유분기가 있어 휴지로 닦으면 더욱 지저분하게 된다. 물을 적셔 닦으면 좋을 것 같아도 휴지를 적실 물은 항상 너무 멀리 있는 느낌이다. 또 물을 적시면 휴지에 금방 구멍이 난다. 너덜너덜해진 휴지 잔해물로 책상은 더욱 더러워질 게 아닌가. 긴 핑계를 대고 또 한 장 쓴다 (+1). 식곤증이 올 때쯤 특효약은 물티슈를 쥐는 것이다. 목욕재계하는 느낌으로 괜히 책상을 한 번 더 닦아 본다 (+1).

길에서 나눠주는 무료 물티슈ⓒ투데이신문
길에서 나눠주는 무료 물티슈ⓒ투데이신문

18:10 - 총 4장 사용
퇴근길에는 지하철역 초입에서 물티슈를 나눠주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바삐 움직이는 행인들은 홍보전단은 안 받아도 물티슈는 받는 편이다. 그렇게 받은 물티슈는 어디든 써야지 하는 강박감이 심해진다. 더러워진 운동화 코라도 닦아야 직성이 풀린다. 공짜가 무섭다고 생각했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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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지 않아도 된다는 홀가분함에 늘어만 가는 물티슈 사용량ⓒ투데이신문

19:30 - 총 9장 사용
집에 도착하자마자 클렌징 티슈를 꺼내 화장과 먼지로 더러워진 얼굴을 닦는다. 클렌징오일을 써 보기도 했지만 얼굴의 더러움을 같이 문지르는 기분이라 금방 포기했다. 티슈 제품은 더러워진 부분을 접어 가며 쓸 수 있어 깨끗한 느낌이다 (+1). 요즘은 클렌징 티슈가 아닌 폼 클렌징 티슈도 출시됐다. 이 제품의 장점은 물을 적시면 폼 플렌징이 돼 여행 시 편리하다. 기자는 여행 중이 아니지만 티슈로 얼굴을 문질러 각질을 제거하고 그냥 휴지통에 버리면 되기 때문에 종종 쓴다 (+1). 그리고 아침에 사용했던 각질 패드로 종일 뒤집어쓴 미세먼지를 한 번 더 닦아 준다 (+1). 이어서 화장 도구를 세척하는 티슈로 화장용 브러시와 쿠션 스펀지를 닦는다. 빨아 쓰면 환경에 좀 더 나은 것은 알지만 마르는 데 오래 걸린다. 확실한 소독을 위해서 한 장 더 쓴다 (+2).

 

집에 와서 저녁을 준비하며 빨아 쓰는 행주를 쓴다. 면적이 넓고 튼튼해 물티슈와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 한 장만으로 정말 많은 것들을 닦아 낼 수 있다 (+2). 저녁을 먹을 때도 결국은 식탁에 흘리게 된다. 요란하게 먹은 흔적을 없애기 위해 또 물티슈를 또 한 장 쓴다 (+1). 설거지를 할 때는 뽑아 쓰는 수세미를 한 장 꺼낸다. 일반 수세미는 세균 번식의 위험이 있는데 끓여 쓰면 색상이 배어 나와 찜찜하다. 또 자주 교체하기엔 부지런하지 못해서 결국 일회용으로 넘어왔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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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피를 덜 차지해 좁은 욕실에서 유용한 티슈형 세탁세제와 먼지 제거에 좋은 건티슈ⓒ투데이신문

21:00 - 총 3장 사용
마구 먹다 옷에 생긴 얼룩을 세탁하기 위해 세탁세제가 적셔진 티슈를 넣는다. 무겁거나 자리 차지하지 않고 간편하게 한 장 뽑아 쓰면 되기 때문에 편리하다 (+1). 헹굼 단계에서는 향기를 위해 섬유유연제용 티슈를 한 장 넣는다 (+1). 세탁을 하느라 화장실 바닥이 물바다가 되면 겸사겸사 청소한다. 세제도 필요 없고 솔도 필요 없는, 집게 형태로 된 막대에 일회용 부직포를 꽂아 쓰는 제품을 꺼낸다. 온갖 머리카락과 더러운 것들이 다 붙지만, 그냥 휴지통에 버리면 되기 때문에 청소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1).
  
22:20 - 총 3장 사용
벌레를 잡았다. 휴지로 닦을 용기가 없을뿐더러 뭔가 잔해가 남을 것 같아 물티슈를 여러 장 뽑아 덮어버린다 (+3).

24:00

물티슈를 머리맡에 둔 채로 잠이 든다.

떨어질까 불안해 쟁여둔 물티슈ⓒ투데이신문
떨어질까 불안해 쟁여둔 물티슈ⓒ투데이신문

물티슈,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에 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물티슈 시장의 규모는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한국보건사업진흥원에 따르면 대한민국 성인 기준, 평균 월 55회 이상의 물티슈가 사용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60회 이상 사용하는 비율의 경우 20대 53.8%, 30대는 70.8%라는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꼬박꼬박 사용하는 꼴이다.

기자에게는 뒤치다꺼리할 아기가 없는데도 하루 32장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티슈를 소진했다. 일주일간 세어 본 결과 하루 평균 20장을 쓰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수치로 간다면 한 달에 100매 물티슈를 5개 넘게 쓰며 동일한 제품을 일년이면 70개 가까이 쓰는 셈이다. 오롯이 혼자서만. 

하지만 이렇게 매일 손이 가는 편리한 물티슈가 몇백년간 썩지 않는 플라스틱 범벅의 합성섬유와 온갖 화학물질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물티슈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히 ‘물’과 ‘티슈’로 이뤄진 제품이 아니다. 그렇게 제조된다면 최소 몇 개월에서 최대 3년이 넘는 ‘유통되는 기간’을 버티지 못한다. 즉 오랜 시간 버티기 위해 방부제가 포함된 화학적 약액과 플라스틱으로 짜인 원단의 합작품이다. 

또 물티슈는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것밖에 답이 없다. 이 과정에서 결국 강으로, 바다로 진출하게 된다. 이는 결국 돌고 돌아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결국 물티슈를 소진한다. 개중에는 피치 못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기자처럼 무심코 습관처럼 사용해 대는 사례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버려진 물티슈는 쉽사리 썩지 않는데 지금도 공장에서는 어마어마한 양이 생산되고 있고, 그것들이 다시 잠깐 빛을 본 뒤 버려져 켜켜이 쌓인다. 우리가 편리하자고 별다른 생각 없이 행복한 물티슈 천국에 있었다면 이제는 그것들이 지옥으로 돌아올 차례다.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책으로 일컬어지는 <침묵의 봄>의 마지막장 ‘가지 않은 길’에서 저자 레이첼 카슨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지금 두 갈림길에 서 있다. 하지만 로버트 프로스트의 유명한 시에 등장하는 갈림길과 달리, 어떤 길을 선택하든 결과가 마찬가지이지는 않다. 우리가 오랫동안 여행해온 길은 놀라운 진보를 가능케 한 너무나 편안하고 평탄한 고속도로였지만 그 끝에는 재앙이 기다리고 있다. ‘아직 가지 않은’ 다른 길은 지구의 보호라는 궁극적인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기회다.”

편리함에 취해 물티슈를 ‘다음’에 대한 고민 없이 사용한다면 결국 그 끝에는 재앙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화학물질과 합성섬유로 이뤄진 물티슈의 민낯을 찬찬히 들여다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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