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물티슈 10개 1000원!”

새벽배송으로 유명한 모바일 장보기 회사 ‘마켓컬리’의 신규 고객 대상 이벤트 배너 속 멘트다. 곁들여진 사진에서는 마켓컬리 상징인 보라색과 로고 디자인이 박힌 물티슈가 소비자를 유혹한다.

마켓컬리는 수년간 첫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이른 바 ‘100원 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신규 고객을 유입시키기 위한 취지에서 다양한 제품들을 100원에서 1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이벤트다.

그러나 친환경 기업으로 뇌리에 각인된 마켓컬리에서 환경오염 골칫거리로 알려진 물티슈를 100원에 판다니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일회용 물티슈는 오염물질을 쓱 닦은 후 세탁할 필요 없이 그냥 버리면 되기에 편의성이 뛰어나다. 실제로 일각에선 생필품으로 분류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찾는 품목이다. 

그러나 동시에 물티슈는 재활용이 어려운 탓에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제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물에 녹지도 않아 변기에 버려지면 하수처리 설비 고장을 유발하기도 한다.

지난해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은 매립된 일회용 물티슈가 썩기까지는 100년 이상이 걸리는 데다, 소각할 경우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배출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용 억제 방안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기자 또한 상당 기간 취재를 통해 플라스틱 소재의 일회용 물티슈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하고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도를 진행한 바 있다.

일회용 물티슈를 정가 10분의 1 수준인 100원에 판매해 고객을 모으는 마케팅은 고객 모집에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환경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한 형태는 아니다. 적극적으로 사용을 자제하자는 목소리를 내지는 못하더라도 기업이 일부러 헐값에 판매하면서까지 판매량을 늘릴 필요는 없지 않겠냐는 얘기다.  

더욱 아쉬운 점은 이 같은 마케팅을 펼친 마켓컬리가 그간 친환경 행보를 강조해왔다는 점이다. 

마켓컬리는 생태계를 선순환 구조로 만드는 지속가능한 활동을 목표로 다양한 친환경 활동을 펼쳐온 기업이다.

먼저 친환경적 배송을 위해 지난 2019년 모든 배송 포장재를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변경하는 프로젝트에 나섰다. 또 포장재로 사용되는 종이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된 나무만큼 새로운 나무를 심는 ‘FSC인증’ 제품을 사용하고 초등학교에 공기정화식물 화분을 배치하는 ‘교실 숲 조성 프로젝트’ 활동도 펼쳐왔다. 최근에는 미세먼지 저감수종 나무를 심는 ‘샛별숲 키우기 프로젝트’에도 돌입했다. 

특히 생산자와의 동반 성장을 필두로 유기농 및 친환경 상품 개발, 사회에 대한 꾸준한 기여 활동에 나서겠다는 마켓컬리의 친환경 마케팅 취지에 많은 이들이 공감해 왔다.

그러나 환경에 ‘진심’인 줄 알았던 마켓컬리가 엇박자 행보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마켓컬리의 배송상자의 개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과대포장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2월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6개월 이내 새벽배송 이용자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새벽배송 서비스 개선 우선순위로 ‘과대포장’을 꼽은 인원이 전체의 24.1%인 289명에 달했다. 특히 마켓컬리 이용자의 26.5%는 과대포장을 개선사항으로 지적했다.

마켓컬리 또한 기업이기에 영리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간의 마케팅과 활동을 지켜 보면서 마켓컬리의 친환경 행보를 기대하는 시선 또한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마켓컬리에 해당 마케팅에 대해 문의하자,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고려해 인기 제품을 저렴하게 제공함으로써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회성 이벤트인 만큼 물티슈를 상시 100원에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어 해당 이벤트 제품에 물티슈가 포함된 것은 “위생을 중시하는 최근 풍조에 따라 물티슈가 아이나 반려견을 둔 가정 등에서 인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벤트 품목은 총 6개로, 특정 제품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바뀐다”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기자가 26일 다시 마켓컬리 홈페이지를 확인해 본 결과, 물티슈는 이벤트 품목에서 제외돼 있었다.

일회용 물티슈를 염가에 증정하는 마케팅, 어찌 보면 작은 일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사소한 ‘무심함’이 결국 지금껏 이어 온 친환경 행보까지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

친환경 경영의 의지를 수없이 다짐해 온 마켓컬리가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환경에 대한 기업의 책임의식을 곱씹어 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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