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티슈의 배신②] 플라스틱 원단 쓰면서 친환경 표방…소비자 기만
[물티슈의 배신②] 플라스틱 원단 쓰면서 친환경 표방…소비자 기만
  • 김효인 기자
  • 승인 2019.09.06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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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다 해도 ‘안심’해선 안되는 화학성분
근거 부족한 친환경적 이미지 강조해 광고
‘에코’,‘자연성분’ 문구로 소비자 무장해제
쏟아지는 傀물티슈, 환경오염으로 돌아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1960년대, 광고의 메카인 뉴욕 맨해튼 매디슨 애비뉴에서 일하는 광고인들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매드맨>에서는 이런 대사가 등장한다.

“광고의 기본은 하나입니다. 행복이죠. 행복은 무엇인지 아십니까? 공포로부터의 자유입니다. 마치 도로 옆에 서 있는 표지판과도 같죠. 계속 그렇게 가도 된다고 안심시켜 주는 표지판요. 당신은 괜찮다고 말이죠.”

기업의 가장 큰 목표는 이윤 창출이다. 그 과정에 당연히 광고는 빠질 수 없다. 신문과 잡지, 라디오와 TV에서부터 인터넷 배너와 유튜브 광고까지 우리는 광고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실제로 위생과 편리함을 위한 물티슈 겉면에 그려진 자연 친화적인 그림들과 ‘안전해 보이는’ 수식어들은 많은 이들의 공포감을 누르고 평온함을 선물해 준다.

그런데 과연 기업의 안전하고 깨끗하다는 광고 문구들을 온전히 믿어도 좋을까.

자연에서 온 물티슈의 녹색 베일

물티슈 광고는 철저히 소비자 니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따라 줄줄이 딸려 나오지 않고 한장씩 깔끔하게 뽑히는 인터폴더 방식을 적용한다거나, 원단의 엠보싱 여부를 표시하고 평량(장당 무게)을 고려한 도톰한 두께의 제품을 출시하는 등 소비자의 관심 분야를 잘 반영한다. 

최근에는 ‘자연주의’를 강조하기 위해 몇 가지의 유해성분이 없다며 ‘no, 無’를 표시해 안전성을 홍보하고 전 성분 공개와 천연 추출물 함유 등을 광고하기도 한다. 자연과 관련있어 보이는 ‘네이처, 에코, 그린’ 등 친환경적 이미지의 제품명도 선호한다. 

물티슈의 친환경 이미지 선호는 2017년 특허청이 발표한 ‘친환경 상표를 가장 많이 사용한 제품’ 순위에서도 드러난다.

ⓒ특허청
2017년 특허청이 발표한 ‘친환경 상표를 가장 많이 사용한 제품’ 순위 ⓒ특허청

제품에 ‘친환경, 에코, 녹색, 그린, 생태’ 등의 문자를 포함하고 있는 상표로서 가장 많이 사용한 상위 10개 제품 목록(2017년 기준 화장품, 세제, 치약, 샴푸, 인터넷 종합쇼핑몰업, 인체용 비누, 수출입업무대행업, 전기통신에 의한 통신판매중개업, 물티슈, 세탁용 섬유유연제)에 물티슈가 포함된 것이다. 

실제 온‧오프라인에서 판매 중인 제품들을 살펴보니 내추럴△△그린 물티슈, ○○○그린 물티슈, 에코△△△물티슈, ○○○그린 맑은○물티슈,△△△에코물티슈 등 수많은 제품이 자연 느낌의 다양한 문구를 사용하고 있었다.

‘퓨어, 포레스트, 숲’ 처럼 ‘친환경, 에코, 녹색, 그린, 생태’등의 문자와 유사한 느낌의 단어도 다수 발견됐다.

이처럼 친환경 문구로 광고하는 물티슈 제품 중 5개의 성분표를 조사해 본 결과, 모두 자연 추출 성분을 함유했다며 안전하다는 광고를 하지만 그 성분이 얼마나 함유되어 있는지는 제품 라벨에 밝히지 않았다. 원단에 대해서는 몇몇 제품이 안티몬(중금속) 등에 대해 안전하다는 안내를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엠보싱’이나 ‘플레인’등 질감에 대한 설명을 내세웠다. 또 조사한 제품 5개 모두 폴레에스테르(플라스틱)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 중 내추럴△△그린 물티슈는 알로에베라 성분과 녹차추출물 함유로 더욱 안전하게 쓸 수 있다고 광고했지만 성분표에 표기된 ‘피이지-40하이드로제네이티드캐스터오일’은 주의가 요구되는 성분이다. EWG등급은 3등급으로 중간위험도지만 20가지 주의성분에 포함됐다. 섭취 시 간장과 신장 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며 알레르기 유발물질로도 알려져 있다.

20가지 주의성분은 화장품 계열 베스트셀러인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에 수록된 ‘가장 피해야 할 20가지 성분’의 목록이다.

에코△△△물티슈도 성분표 상에 20가지 주의성분 중 하나인 향료가 포함됐다. 향료는 향을 유발하는 성분을 통칭해 표현하기에 실체를 정확히 알 수 없으며 두통과 현기증, 발진, 색소침착, 기관지 자극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피해야 할 성분이 포함됐음에도 해당 제품들은 자연을 연상시키는 초록색 포장지와 근거가 부족한 ‘안전하다’는 문구로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친환경 성분을 포함한 물티슈 함침액 관련 특허출원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허청에 따르면 물티슈 관련 특허출원은 2006년 3건, 2007년 6건, 2008년 3건에 불과하던 것이 2011년에 11건이 출원된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이상 특허가 출원되면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5년에는 총 31건이 출원됐는데 주로 함침액의 성분과 관련된 특허출원이 전체 출원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이러한 현상은 2011년 가습기 성분 파동 이후 화학물질 포비아로 인해 천연 성분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또 종전까지는 공산품으로 관리되던 인체 청결용 물티슈가 2014년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되는 등 끊임없는 유해성 논란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자 이듬해 7월 화장품으로 구분됐다. 

물티슈가 화장품으로 분류돼 바뀐 점은 안전 관리 강화 및 사용원료 기준 준수다. 품질관리기준 및 제조 판매 후 안전기준을 적용받아 품질 검사 이후 적합한 제품만 판매되며, 부작용 보고가 의무화됐다. 

현재 식약처에서는 화장품에 사용할 수 없는 성분 1013종과 사용상 제한이 필요한 원료(보존제, 자외선차단성분, 색소 등) 260종을 지정해 고시 중이다. 아기용 물티슈에는 좀 더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한다.

인체청결용 물티슈를 공산품에서 화장품으로 분류한 것에 이어 식약처는 기존 공중위생법에서 관리하던 음식점용 물티슈(식품 접객용 물티슈)를 위생용품관리법에 포함했다. 

식약처는 ‘보건위생을 확보하기 위해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용품’ 19종을 위생용품으로 분류해 관리하는 '위생용품관리법'을 지난해 4월부터 시행했다.

식당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물티슈인 물종이류의 규격 기준 품목으로 형광증백제, 일반 세균, 대장균이 있었지만 2017년 8월부터는 살균·보존제 항목이 추가됐고, 그 성분명을 의무적으로 제품에 표기하게 됐다. 올해 7월1일엔 식품접객업소용 물티슈의 메탄올, 포름알데히드 규격 신설 등을 포함하는 ‘위생용품의 기준 및 규격 일부개정고시(안)’을 행정예고 했다.

이처럼 물티슈는 2015년 화장품으로 분류되면서 성분표기를 하게 됐다지만 그 성분의 정확한 함량표시 의무는 지지 않는다. 

식약처 화장품 정책과 관계자는 “공산품에 속해 있던 물티슈가 화장품법의 관리를 받게 되며 2015년 7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식약처로 이관됐다”며 “인체 청결용 물티슈로 분류된다면 식약처의 규제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용되는 보존제 성분도 지정하고 허가된 성분으로만 사용해야 하며 또한 그 성분이 제품에 표기돼야 한다. 성분 함유율도 제품에 표기할 의무는 없지만, 의무적으로 신고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준치 이하의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이를 신고하게는 돼 있지만 수시로 사용하는 물티슈 특성상 경각심 없이 반복 사용된다면 그 누구도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다.

더 큰 문제는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가리는 ‘자연’ 성분 추출물 함유로 광고카피가 결정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보존제 성분이 완전히 일치하는 물티슈라도 알로에베라잎추출물이 함유되면 ‘자연성분’이나 ‘부드럽고 촉촉한’ 따위의 수식어를 추가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추출물의 함량은 미미할 뿐만 아니라 표기도 대부분 누락돼 있다.

그리고 원단에 대한 의무사항 또한 전혀 없기 때문에 플라스틱으로 점철된 저렴한 부직포를 사용해도 천연성분추출물을 소량 함유하면 ‘부드럽고 촉촉한 자연 성분 물티슈’로 둔갑할 수 있다. 

이는 잠재된 화학물질의 위험성이 ‘자연에서 온 성분’ 등의 문구로 인해 가려지고 오인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시중에 판매하는 물티슈 겉면 광고ⓒ투데이신문
시중에 판매하는 물티슈 겉면 광고ⓒ투데이신문

환경운동연합 정미란 국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환경부에서는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된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무독성’, ‘친환경’ 등 제품의 안전에 대해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는 일체의 표시·광고 문구를 금지한다”라며 “그러나 비슷한 생활 화학제품이라도 식약처에서는 그러한 규정이 없어 ‘에코’나 ‘친환경’을 강조한 광고로 시민들이 해당 제품을 안전하다고 오인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티슈는 미세플라스틱 뿐 아니라 화학보존제 성분에 대한 위험성 문제도 분명히 존재한다”라며 “기업의 무분별한 광고로 인한 소비자의 오인을 막기 위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자가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물티슈 13가지의 성분을 직접 조사해 본 결과, 제품 중 한 가지만 제외하고 정제수, 소듐벤조에이트, 시트릭애씨드는 모두 포함됐다. 

정제수는 미네랄과 불순물 등을 제거한 순수한 물이며, 소듐벤조에이트는 부식방지제, 향료, 살균보존제로서 EWG등급은 3등급인 중간 위험도로 표기된다. 시트릭애씨드는 구연산으로서 금속이온봉쇄제, 향료, PH 조절제로 쓰인다. EWG 등급은 2등급으로 낮은 위험도로 표기돼 있다.

EWG등급은 1992년 미국에 설립된 비영리사회단체인 EWG(Environment Working Group)가 만든 Skin Deep(화장품과 여러 생활용품에 대한 안전성 평가 데이터베이스)에 제시된 화장품 성분의 안전성 등급이다. 위험도 등급은 ‘1~2등급’(낮은 위험도), ‘3~6등급’(중간 위험도), ‘7~10등급’(높은 위험도)로 나뉜다.

이처럼 성분표에 표기된 화학물질이 낮은 위험도를 보이더라도 절대 안심할 수는 없다. 앞서 언급된 소듐벤조에이트 성분은 미생물 성장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EWG등급이 3등급인 중간 위험도로 타 등급에 비해 비교적 안전해 보인다. 하지만 국내 독성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이 성분에 고농도로 노출될 경우엔 두드러기와 천식, 비염 등의 발병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됐다.

화학물질의 위험성은 양의 문제라는 이야기가 있듯이 화학물질은 기준치 이하로 사용해야 한다. 낮은 위험도의 성분이라도 반복 사용될 경우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는 얘기다.

식약처에서 물티슈 성분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표기하도록 했지만 해당 성분의 비율 등은 정확히 표기되지 않아 물티슈를 반복 사용할 경우의 위험성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환경 보건학 박동욱 교수는 “안전등급을 받은 성분이라고 해서 화학물질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라며 “화학물질의 위험성은 독성 성분 자체의 유무도 물론 중요하지만 함량과 사용빈도가 매우 중요한 요인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물티슈 광고는 정제수 사용, 피부 저자극, 프리미엄 엠보싱 원단, 천연추출물 함유 위주다. 간혹 보존제 무첨가나 안티몬(중금속)프리원단, 유기농 성분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극히 드물다. 

대다수의 물티슈 회사에서는 천연 추출물과 향료 함유 등을 내세워 자연주의를 표방한 광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패키지디자인이나 광고 문구를 보고 무심코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광고효과를 누리는 것. 

그리고 원단 성분에 대한 표기는 아예 없다. 해당 원단의 중량(평량)과 매수만 표기한다. 

정작 피부에 닿는 원단은 플라스틱 성분을 사용하면서 극소량 첨가되는 자연 성분 추출물 추출물을 앞세워 친환경을 광고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환경을 고려해 제품을 만든 것처럼 광고하지만 결과적으로 오랜 기간 썩지 않는 플라스틱 물티슈를 생산해 내며 환경 오염에 일조하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이 경제적 이윤을 목적으로 친환경적 특성을 허위·과장해 상품을 광고하거나 홍보하는 행위를 ‘그린워시’라고 한다. 1986년 미국의 환경론자 제이 웨스터벨드가 처음 사용한 말로 환경을 뜻하는 ‘그린(Green)’과 겉치레를 의미하는 ‘화이트워시(Whitewash)’의 합성어다. 

기업 감시단체인 코프워치는 매년 지구의 날에 맞춰 녹색세탁 행위를 한 기업에게 주는 불명예 상인 그린워시상(Greenwash Awards)을 수여한다. 지금까지 쉘, 포드, 미쓰비시 등이 수상했다.

기업이 환경오염의 책임자로 지목된 것은 1960년대말 새롭게 일어난 환경운동에서부터였다.

무분별한 이윤 추구 활동이 환경보호라는 명목으로 저지되자, 기업들은 광고매체를 통해 환경 파괴의 책임을 은폐시키고 친환경적 이미지를 창출했다.

전 메디슨애비뉴의 광고기획자였던 제리 맨더는 이 같은 행위를 ‘에코포르노그라피’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근거가 부족한 친환경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도 문제지만 다음 난제는 물티슈의 영역이 갈수록 촘촘하게 세분되며 그야말로 무섭게 발전한다는 것이다.

온갖 종류의 물티슈가 쏟아지면서 굳이 일회성으로 쓰지 않아도 될 제품들이 양산되고, 이는 고스란히 처리 불가한 쓰레기로 남아 환경오염 문제로 돌아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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