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까지 지지율 10%’ 약속 좌절된 손학규
‘중대결단’ 꺼내든 비당권파 사퇴 요구 직면

바른미래당 손학규(오른쪽)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19 정기국회 대비 의원 연찬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바른미래당 손학규(오른쪽)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19 정기국회 대비 의원 연찬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지난 4월 보궐선거 참패 직후 터져 나왔던 손학규 대표 퇴진론에 다시 불이 붙었다. 4월 당시 “추석까지 당 지지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면 대표직을 그만두겠다”고 배수진을 치며 맞섰던 손 대표에 대해 바른미래당 내 비당권파가 ‘약속의 시간이 지났다’며 손 대표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손 대표는 그간 당이 화합하지 못해 지지율이 올라갈 여지가 없었다며 “당을 살려야 하는 사명이 남아있다”고 퇴진론에 맞서고 있어, 바른미래당의 내홍은 앞으로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孫 퇴진 목소리 높이는 비당권파

재발된 ‘손학규 퇴진’ 요구는 추석을 앞두고 오신환 원내대표와 하태경 의원 등 비당권파가 언급하기 시작했고, 추석이 지나자마자 당내 중진의원인 정병국 의원이 다시 물꼬를 텄다.

정 의원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 대표의 약속으로부터) 155일이 지난 지금, 추석은 지났고, 우리 당의 지지율은 의석수 6명인 정의당보다 못한 5.2%를 기록하고 있다”며 손 대표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어 “지금의 손 대표는 패거리 패권에 의존한 문재인과 다를 바 없다. 총선 승리, 정권 연장에만 혈안이 된 더불어민주당과 다를 바 없다”며 “문재인 정권과의 싸움은 손 대표의 사퇴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손 대표가 퇴진하지 않는다면 ‘중대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입장도 함께 내놨다. 다만 중대결단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앞서 손 대표는 4월 보궐선거 참패 이후 직면한 퇴진론에 맞서 “추석까지 당 지지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면 대표직을 그만두겠다”며 조건부 사퇴를 내걸고 배수진을 쳤다. 이와 함께 혁신위원회를 통해 당의 노선과 정체성 정리를 꾀했지만, 되레 극심한 당내 갈등만 표출하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손 대표가 기한으로 내건 추석이 다가왔지만,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10%대에 미치지 못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추석 연휴 첫날인 12일 발표한 9월 2주차 주간집계에 따르면 바른미래당은 지난주에 비해 0.7%p 하락한 5.2%를 기록했다. (9~11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2만3468명에 통화 시도, 최종 1503명 응답, 응답률 6.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5%p,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를 명분으로 비당권파는 손 대표 퇴진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17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 신의의 정치인, 존경하는 손 대표는 추석 10% 지지율 사퇴라는 대국민 약속에 결단을 내려주기 바란다”며 “새로운 리더십은 합리적 중도의 세력화를 위한 엄중한 시대 요청이라 생각한다. 손 대표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혜훈 의원은 “추석 10% 약속을 지키지 않는 손 대표는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지키지 않은 조국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며 “그런 손 대표가 조국 퇴진을 외치는 것은 자기 얼굴에 침 뱉기다. 바른미래당이 조국 반대 투쟁을 전개하려면, 조국과 오십보백보인 손 대표 사퇴가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상욱 원내부대표도 “추석 때 10%가 안 되면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이제는 우리들이 도와주지 않아 그 약속을 지킬 수 없었으니 그 약속은 파기라고 언어도단적이고 위선적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얘기를 또 하고 있다”며 “본인의 무능하고 구태한 실종된 리더십으로 돌리지 못하고 남 탓하는 그런 분을 모시고 우리는 당을 이끌고 가기 어렵다”고 거듭 손 대표의 퇴진을 촉구했다.

오신환 원내대표 역시 최고위원들과 향후 추가 계획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뉴시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뉴시스

계속 표출되는 당내 갈등

바른미래당 내 노선갈등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지난 2018년 2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해 탄생한 바른미래당은 당내 화학적 결합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창당 후 이어진 선거들에서 잇따라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바른미래당은 극심한 당내 내홍을 겪었다. 패스트트랙 정국, 조국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국면에서 극심한 갈등을 표출했던 당권파와 비당권파는 최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띄운 조국파면연대와 관련해서도 입장차를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손 대표는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른미래당은 다른 정당과는 연대하지 않겠다. 자칫 조국반대가 정치운동으로 퇴색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며 “지금 조국 반대를 기회로 보수통합을 외칠 때가 아니다”라면서 자유한국당과의 조국파면연대에 대해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비당권파는 조국파면연대와 관련해 이미 자유한국당과 손을 맞잡은 상태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10일 조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과 국정조사를 공동추진하기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합의했다. 바른미래당 부산시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하태경 의원도 16일 자유한국당 유재중 부산시당 위원장과 ‘조국파면과 자유민주 회복 위한 부산시민연대’를 결성하는 등 연대를 공식화하는 등 양측의 노선갈등은 계속해서 표출되고 있다.

사퇴에 재차 선 그은 孫, 비당권파의 선택은

이처럼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대립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손 대표는 자신을 향한 사퇴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위를 통해 당 활력화를 기해야 하는데 (실패해) 당을 살려야 하는 사명이 남아있다”며 사실상 사퇴약속을 번복했다.

앞서 지난달 20일 이른바 ‘손학규 선언’을 발표하면서도 “당이 화합해 지지율 높이는데 노력해야 하는데 당을 분열하고 끌어내리는 역할만 해서 지지율이 올라갈 여지가 없었다”며 사퇴요구에 맞섰다.

그러나 손 대표의 ‘추석까지 지지율 10%’ 약속과 혁신위원회 구성 등 당을 재건하려는 노력이 모두 무위로 돌아간 상황에서 당내 내홍을 잠재울 수 있는 방안은 요원한 상태다.

현재 비당권파는 중대결단까지 언급하며 손 대표가 공식적으로 언급한 약속을 명분으로 손 대표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당헌·당규상 손 대표를 물러나게 하기 위한 방안이 자진사퇴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미 사퇴론에 분명히 선을 그은 손 대표가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결국 중대결단을 언급한 비당권파가 향후 어떤 행동에 나설지에 초점이 몰린다.

손학규 대표를 향해 다시 한번 칼을 꺼내든 비당권파와 재차 정면돌파 의지를 밝히고 있는 당권파 간의 다툼이 어떤 결론을 맞이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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