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먹은 개’ 비난서 하루 만에 ‘코로나19 응원하겠다’ 친서 보낸 北
“내·외 문제 구분하는 北 메커니즘 봐야”…“총선 앞두고 흔들기 나서”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뉴시스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하루 사이를 두고 나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와 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담화에서 극심한 온도차가 표출됐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일관성 없는 북한의 메시지는 내부와 외부 문제를 구분하는 북한의 현안 처리 메커니즘을 봐야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북한이 총선을 앞두고 흔들기 전략에 나섰다는 평가도 내놨다.

온도차 보인 김여정 담화-김정은 친서

3일 우리 측이 전날 있었던 북측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유감을 표명하자,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가 발표됐다. 조선중앙통신이 발표한 이날 담화에서 김 부부장은 “주제넘은 실없는 처사”,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 “청와대의 행태가 세 살 난 아이들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 등 날선 발언을 쏟아내며 청와대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서도 “우리는 그 누구를 위협하고자 훈련을 한 것이 아니다. 나라의 방위를 위해 존재하는 군대에 있어서 훈련은 주업이고 자위적 행동”이라며 “남의 집에서 훈련을 하든 휴식을 하든 자기들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내뱉는가”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다만, 비난의 주체를 ‘청와대 주인들’이라고 통칭하면서 문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을 피해 수위를 조절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 다음날인 4일에는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정반대의 메시지가 전달됐다. 5일 청와대는 전날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코로나19 관련 위로의 메시지가 담긴 친서를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코로나19와 싸우는 우리 국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구체적으로 “반드시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 “남녘 동포들의 소중한 건강이 지켜지길 빌겠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반드시 극복할 수 있도록 조용히 응원하겠다” 등의 언급이 담겼다. 또 문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를 보내면서 한반도 둘러싼 정세에 대해 진솔한 소회와 입장도 밝혔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이처럼 김 위원장의 친서는 하루 전인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와는 극명한 온도차를 보인 상황에서 정부는 양쪽의 관계를 연결시킬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통일부는 6일 “김 위원장의 친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국민에 대한 위로 차원으로 둘 간의 관계를 연결시킬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청와대도 5일 “(청와대는) 북한의 발표에 대해 전체적인 상황 속에서 판단한다”며 “북한과의 소통 채널을 계속 유지하고 있고, 유지되는 소통 채널 속에서 발표문이나 상황에 대해 판단하는 것”이라고 판단 기준을 밝히며 두 메시지 간의 온도차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온도차 메시지, 北 현안 처리 메커니즘으로 봐야

이 같은 북한 온도차 메시지에 대해 전문가는 북한이 현안을 처리하는 메커니즘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앞으로 실무접촉 등 남북 분위기가 다시 좋아지더라도 발사체 발사 등 도발은 이와 별개로 계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김영수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자신들의 대내적인 문제를 건드리면 바로 발끈한다. 합동군사훈련하는 것 갖고 뭐라하니까 김여정 부부장이 담화를 낸 것”이라며 “그렇지만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남쪽에 인도주의적 따뜻한 목소리를 낼 때는 김정은 위원장의 목소리로 낸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북한은 미국에 대해서도 ‘이럴 수가 있나’ 할 정도의 격앙된 담화를 냈다가 일주일도 안돼 협상에 나섰다”며 “이번에도 실무접촉과 남북 분위기가 좋은 방향으로 가면서도 내부 문제라 생각하는 미사일은 또 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북한이 선거를 앞두고 흔들기 전략에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남성욱 교수는 통화에서 “조변석개(朝變夕改, 계획이나 결정을 자주 바꾸는 행위를 뜻함) 흔들기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남 교수는 이 같은 북측의 판단 배경에 대해 “이면에는 남측에서 계속 시그널을 보냈으니까 북측에서 반응을 보인 거다. 절대 갑자기 홍두깨처럼 나타난 건 아니다”면서 “남측에서 언더라인으로 얘기하니까 북한 입장에서는 ‘관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자기네 손해날 건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번은 혼내고 한번은 얼레는 식으로 자신들에게 종속되게 만드는 것”이라며 “아무래도 선거 전까지 흔들기 좋지 않겠느냐”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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