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다음은 개성공단·금강산
유화책 펼쳤던 민주당에게는 정치적 타격 불가피
강경 모드인 미래통합당, 새로운 기회 발판 마련
원구성 협상 지연 여론 방향은 어디로 흘러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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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북한이 대남 강경 발언을 쏟아낸데 이어 급기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남북관계가 얼어붙었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서도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대북 유화책을 펼쳤던 더불어민주당은 당혹스런 모습을 보인 반면 대북 강경론자인 미래통합당은 문재인 정부의 무능한 대북정책을 비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은 셈이다. 이에 따라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계산기를 분주히 두들기고 있다.

북한이 끝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켰다. 또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지역에 군대를 주둔시키겠다고 밝혔다. 현 상황으로 볼 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북한은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항의성 비방 발언을 쏟아냈을 때만 해도 남북관계가 파탄으로 흐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했지만 그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앞으로 남북관계는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게 됐다.

이는 정치권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은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느라 여념이 없다. 경색된 남북관계가 오래 끌고 가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남북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당혹스런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은 당혹스런 분위기다. 아무래도 계속 대북 유화책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또한 2018년 제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3차례 남북정상회담을 열었기 때문에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 것이고, 그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치적이 되면서 2022년 대선 정국에서 유리하게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가게 됐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한데 이어 문 대통령의 대북 치적 중 하나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켰다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에게는 패착이나 다름없다.

향후 남북관계는 완전히 얼어붙을 것이고, 그 얼어붙은 남북관계는 더불어민주당에게는 상당히 불리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당장 국민적 정서는 북한에 대한 규탄 열풍이 불 것이고, 그것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도 북한에 대한 규탄 대열에 동참하지 않으면 국민적 정서와 동떨어지기 때문에 불리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려고 했던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 제정이나 종전선언 결의안의 국회 처리가 쉽지 않아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연락사무소까지 폭파된 상황인데도 더불어민주당이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 처리나 종전선언 결의안 처리를 시도한다면 국민적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앞으로 전개될 남북관계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자칫하면 대북 정책을 전면 재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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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기회 얻은 미래통합당

거꾸로 미래통합당은 대북 정책에 기회를 얻게 됐다. 그동안 계속해서 대북 강경 정책을 펼쳐왔던 미래통합당이었기 때문에 이번 사태는 미래통합당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무능을 비판할 수 있게 됐다.

미래통합당은 그동안 계속해서 북한의 호전성에 대해 지적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대북 유화책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비판을 가해왔다. 특히 비핵화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북한에 대한 지원 등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보여왔던 미래통합당이기 때문에 이번 연락사무소 폭파는 미래통합당의 대북 정책이 국민적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미래통합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계속해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을 가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균열을 만들고, 그 균열을 파고들어 결국 정권재탈환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통합당으로서는 지지율 상승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가 미래통합당에게 결코 나쁘지 않은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다만 국가적 위난 가운데 정부를 계속 비판한다는 것은 정치적 도박이나 다름없다. 그 이유는 코로나19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하고 난 후 미래통합당은 계속해서 문재인 정부의 무능을 비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은 문재인 정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180석이라는 거대 여당이 탄생했다.

따라서 국가적 위난 상태에서 무조건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다시 말하면 대북 정책에 대해 정확히 어떤 점이 무능하고,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지 국민에게 제시하지 않으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현 국회 상황과 맞물린다면

다만 현 국회 상황과 맞물린다면 더불어민주당에게 결코 불리하지도 않고, 미래통합당에게도 유리하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5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고, 21대 국회를 정상 작동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미래통합당은 의회 독재라면서 반발하고, 상임위원회 보이콧을 하는 등 여야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났다.

미래통합당으로서는 국민적 여론을 등에 업고 의회 독재에 항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북한 문제가 터지면서 국민적 관심은 원 구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 이슈에게 매몰된 상태가 됐다.

미래통합당이 계속해서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의회 독재 비판을 이어가고 있지만 국민적 관심은 이제 북한이 되면서 국회는 아예 쳐다보지 않게 됐다.

또한 미래통합당이 국가적 위난 속에서 계속해서 국회를 외면할 경우 그에 따른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국회를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시킬 수 있는 동력을 얻은 셈이다.

이런 이유로 미래통합당은 난감한 상황이다. 상임위 보이콧을 계속 진행할 수도 없고, 원구성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도 없는 입장이 된 셈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국가적 위난을 내세워 미래통합당을 향해 국회로 돌아오라고 촉구할 것으로 보이면서 상황은 역전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북한 이슈라는 대형 이슈가 터지면서 국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북한으로 돌려지면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고민은 더욱 커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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