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 적대행위 일단 보류
바이든에 밀리는 트럼프, 재선 가능성은 과연
문재인 대통령, 통일 대신 평화·공존 강조
새로운 대북 정책 내놓아야 할 시점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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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에서 회동을 마치고 나오고 있는 모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한반도가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은 대남 군사행동을 보류 시켰다. 그 의도를 놓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통일’ 대신 ‘평화’ ‘공존’을 강조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 모습이다. 이로 인해 북미 대화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야말로 복잡한 전개로 인해 한반도의 운명이 어디로 향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지난 7일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 비방을 시작으로 20여일은 그야말로 피 말리는 시기였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비방이 옥류관 주방장 등으로 이어지면서 감정적 대응이 과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급기야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는 등 북한의 우리 정부 압박은 그야말로 극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북한이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꾼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 보류를 지시한 것이다. 이를 두고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냐는 해석이 분분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북한의 체제에 어떤 변화의 움직임이 있다는 점이다. 몇 년 동안 계속됐던 경제위기가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증폭된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는 유엔 북한인권보고관이 북한 내 식량난이 극심하다고 보고한 것에서 드러난다. 경제위기 상황으로 인한 식량난으로 평양 시내에서도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할 정도라는 것이다. 이런 식량난이 중국으로부터 80만톤 지원받아 어느 정도 숨통이 트였다는 보고도 있다. 북한으로서는 식량난을 해소하면서 또 다시 우리 정부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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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난 겪는 북한

그만큼 북한 사정은 복잡하다. 이는 싱가포르 제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논의를 한다는데 합의를 했지만 베트남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하고,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의 깜짝 만남 이후에도 비핵화 협상은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미국은 계속해서 대북 제재를 강화하면서 북한으로서도 비핵화 협상에 진척을 보이지 않자 대남 공세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전 세계에 알리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만큼 대북 제재를 해제하고 체제 안정 보장을 받는 것이 북한의 목표이다. 북한은 이를 위해 또 다시 무력 도발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이유는 미국의 대선이 올 11월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대선 이후 그 다음 정부와도 대화를 이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미국의 다음 대통령을 대화 테이블에 앉혀야 하는데 그 전략으로 강도 높은 무력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북한은 2017년에도 무력 도발 가능성을 계속 제기했다가 2018년 싱가포르 회담을 가졌다. 이런 전력이 있기 때문에 다음 대통령에게 대화를 하자는 제스처를 보이기 위해서 당분간 강도 높은 무력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북한의 전략은 무력 도발 후 대화이기 때문에 그런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했다고 하지만 ‘철회’를 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미국을 향한 메시지다. ‘철회’가 아닌 ‘보류’를 선택했다는 것은 언제든지 무력도발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미국을 향해 경고를 보낸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 대선이다. 미국 대선이 오는 11월 이뤄지는데 과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을 할 수 있을지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상당한 위기에 봉착했다. 코로나19 방역 실패로 인한 민심의 이반에 이어 인종차별 항의시위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은 코너에 몰렸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에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 가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실패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북한이나 우리 정부 모두 이에 대한 고민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범여권을 중심으로 포스트 트럼프 즉 조 바이든 대선 후보의 시대에 대한 고민이 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대북 문제에 대해 바이든 시대에 어떤 대북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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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뉴시스

트럼프 재선 가능성은

이는 북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당선될 경우와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북미 대화의 운명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바이든 후보가 민주당 소속 후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은 북한 인권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보다 오히려 상대하는 것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 물론 바이든 후보도 트럼프 대통령이 닦아 놓은 북미대화를 이어가고 싶어 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의욕이 덜 앞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은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게 하기 위해 무력 도발을 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있을 때보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있을 때 북한은 도발을 많이 해왔다. 따라서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대북 관계에 또 다른 고민거리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존 볼턴 전 백악관 보좌관과 같은 네오콘 출신 인사만 앉히지 않는다면 파격적인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볼턴 전 보좌관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 당시 종전선언을 하고 싶어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북 제재 완화 혹은 해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종전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네오콘 출신이 백악관에 너무 많이 배치돼 있다는 점이 북한으로서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우리 정부나 북한이나 미국 대선을 놓고 주판알을 굴려야 하는 상황이다.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한반도 평화를 정착하는데 가장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대북 정책을 구사하는 것이다. 북한이 우리 정부를 향해 ‘한미워킹그룹’을 해체하라고 주장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미워킹그룹은 비핵화 협상을 보다 원활히 하기 위해 만든 실무진 그룹이다. 하지만 그동안 한미워킹그룹이 우리 정부 대북 정책을 제재하는 수단이 됐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우리 정부가 대북 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다면 한미워킹그룹의 결제를 맡아야 하는 상황이 전개됐다. 그러다보니 북한으로서는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급기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이어진 것이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이 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를 했지만 정작 한미워킹그룹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장관이 대북 교류 사업을 추진하려고 해도 한미워킹그룹에서 사사건건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미워킹그룹 그림자에서 벗어날 것인지 아니면 한미워킹그룹 내에서 대북 사업을 추진할 것인지 기로에 놓여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해야 할 상황이다.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대북 사업을 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눈치를 보고 대북 사업을 할 것인지 여부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계속해서 대북 제재를 위반하더라도 대북 교류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물론 보다 구체적인 사업 내용은 아직까지 제대로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따라서 대북 사업의 변화가 예측되고 있다. 이것은 지난 6.25 전쟁 발발 70주년 기념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날 기념식에서 ‘통일’보다는 ‘평화’와 ‘공존’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북한 체제 경쟁은 끝났다면서 자시는 우리의 체제를 북한에 강요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북한을 향해서 ‘통일’로 나아가자고 밝혔지만 이날 기념식에서는 ‘통일’보다는 ‘평화’와 ‘공존’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대북 전단 살포와도 연결되는 대목이다. 탈북민이 대북 전단 살포를 해왔는데 북한은 이를 우리 정부가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북한을 향해 ‘체제를 붕괴시킬 의도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상대를 인정하면서 남북 교류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대 대통령이 ‘통일’을 강조했다면 문 대통령은 ‘평화’와 ‘공존’을 강조함으로써 김정은 정권을 인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남북 교류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을 말한다.

또한 종전선언도 꺼내들었다. 미국이 아직까지 종전선언에 대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 추진을 위해 노력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는 미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북 교류 사업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을 말한다. 대북 정책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런 대북 정책의 전환은 인사에서부터 출발할 것으로 예측된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이 사의를 표하고, 사표를 문 대통령이 수리하면서 이제 차기 통일부 장관이 누가 되는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는 정치인이 통일부 장관이 돼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면서 임종석 전 대통령실장이나 이인영 전 원내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미워킹그룹을 무시하고 대북 교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정치인이 통일부 장관으로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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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뉴시스

외교안보라인 교체는

이와 동시에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의 교체도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에 대북 전문가가 없다는 점이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 답보상태에 놓이게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외교안보라인을 대북 전문가들로 채워서 새로운 대북 정책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시대가 가고 조 바이든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에게는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22년 3월 10일이 대선일이기 때문에 대선 1년 전부터는 문 대통령의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그 이전에 대북 정책에 대해 괄목한 성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11월 미국 대선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핵심은 미국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냐는 것인데 미국은 대선에 함몰돼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우리 정부가 독자적으로 대북 교류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독자적인 대북 교류 사업을 북한이 얼마나 호응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한 것이지 대남 대화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연락사무소는 폭파됐고, 핫라인마저 불통인 상태다. 물론 국정원과 통전부 간의 핫라인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는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다만 8.15 광복절 이전에 어떤 식으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우리 국민의 대북 정서가 더욱 악화되기 전에 대북 교류 사업의 구체적인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미국 네오콘과 아베 총리가 과연 이를 조용히 묵과하고 넘어갈 것인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네오콘과 아베 총리는 종전선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미국의 매파와 일본의 극우는 한반도에서 평화의 바람이 부는 것에 대해 경계를 하고 있다. 평화의 바람이 불더라도 미국 중심으로 불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견제가 상당히 극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이유로 한반도의 정세는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가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는 이런 이유 때문이다. 복잡한 한반도 상황을 타개할 대북 정책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나올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북한도 복잡한 상황이고, 미국도 꼬여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평화’ ‘공존’을 위한 시나리오로 내세울 것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그리고 그 시나리오를 북한이 얼마나 호응할지 여부도 관심의 대상이고, 미국 네오콘과 아베 총리가 얼마나 견제할 것인지 여부도 뜨겁다. 한반도는 그야말로 몇 달이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평화의 정착이 이뤄질 것인지 아니면 극도의 긴장 관계가 계속 유지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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