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1위’ 통합당, 다시 민주당에 내주게 돼
신천지 때도 정부 비판했던 통합당, 쓰라린 참패로
 
광화문 집회 선제적 대응 못하면서 지지율 역전
사회공동체 위기에 정부로 지지 쏠림 현상 발생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미래통합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깜짝 1위를 했던 미래통합당이 다시 더불어민주당에게 지지율 역전을 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지지율 역전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는 분위기다. 수도권발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미래통합당이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는 흡사 지난 2월 신천지 파동과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다. 당시에도 신천지를 비호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4.15 총선 참패로 이어졌다. 그 전철을 밟고 있다.
 
“마치 2월 신천지 파동을 보는 기분이다” 미래통합당 내부에서 튀어 나온 말이다. 전염병 확산이 됐을 때 무조건 정부 방역 정책의 실패만 이야기를 한다면 지난 2월 신천지 파동을 그대로 답습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당시 중국에서의 전면 입국을 금지해야 하는데 정부는 엉뚱하게 신천지에만 철퇴를 내린다는 식의 미래통합당 주장이 나왔다.

이 주장에 대해 국민적 분노가 일어났고, 그것이 4.15 총선 표심에 그대로 반영됐다.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참패를 한 이유는 신천지 파동을 제대로 돌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수도권발 코로나19 확산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광훈=통합당 프레임 vs 이만희=통합당 프레임
 
이번 수도권발 확산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미래통합당이라는 프레임을 구축했다. 이것은 지난 2월 신천지 파동 당시 이만희 총회장=미래통합당 프레임과 마찬가지다.

당시 미래통합당은 신천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중국 입국을 전면 금지하지 않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이번 수도권발 확산에 대해서 17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외식 쿠폰을 나눠주는 등 정부 당국이 방역을 느슨하게 해서 확산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전광훈 목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적 분노는 전광훈 목사에게 쏠려 있다는 것은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전광훈 목사를 재수감해야 한다는 청원글이 올라왔고, 이틀만에 20만명이 돌파되는 등 국민적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인터넷에서는 전 목사를 규탄하는 글들로 넘쳐났고, 광화문 집회에 대한 성토의 글을 찾기란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모래를 줍는 것보다 더 쉽다. 누구라도 전 목사를 두둔하고 나선다면 그에 따른 역풍은 상당히 거세게 몰아칠 분위기다.

여기에 정부는 방역에 비협조적인 사람들에게 구상권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에 대해 환호하는 분위기다. 그만큼 민심은 전 목사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이고 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국민적 분노에도 통합당은 신중한 반응
 
이같은 분위기에도 미래통합당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물론 광화문 집회에 대해 ‘잘못됐다’는 반응이 있다. 하지만 광화문에 왜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몰린 것인지 문재인 정부가 생각해야 한다는 말로 광화문 집회에 대해 두둔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미래통합당은 광화문 집회는 자신들이 주최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엮지 말아달라고 했지만 광화문 집회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방역 실패를 비판했다.

이는 마치 2월 신천지 파동 때와 비슷하다. 신천지 파동 때 국민적 분노가 일어났다. 만약 이때 미래통합당이 신천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보이면서 비판에 합류를 했다면 4.15 총선 때 참패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마찬가지로 이번에 만약 전 목사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보였다면 미래통합당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에게 1위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20일 발표한 결과(TBS 의뢰, 95% 신뢰수준에서 ±2.5%p, 지난 18~19일 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통합당 지지율은 37.1%로 민주당(38.9%)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앞서 지난 13일 동일 기관이 의뢰‧발표한 조사(지난 10~12일,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심위 홈페이지 참조)에선 통합당은 36.5%를 기록, 33.4%에 불과한 민주당을 3.1%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미래통합당으로서는 다소 억울할 수 있지만 전광훈=미래통합당 프레임이 먹혀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국민이 미래통합당에게 전 목사와의 관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보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신천지 그대로 답습해버린 미래통합당
 
확실한 것은 미래통합당에게 광화문 집회는 악재이다. 문제는 이 악재를 제대로 끊어낼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부터 맺어온 전 목사와의 관계를 명확하게 끊어내고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던 자당 소속 혹은 자당과 가까운 정치 인사들과의 관계도 명확하게 끊어내는 모습을 보였다면 미래통합당 지지율은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 갔을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당이 전 목사와 광화문 집회 참석자에 대해 선제적인 비판을 내놓았다면 아마도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다. 하지만 주저하면서 “전 목사와 엮지말라”는 식의 반응만 있었을 뿐이다.

대체적으로 국가적 위기가 닥쳐왔을 때 무조건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만 내서는 안된다는 것이 신천지 파동 때 학습됐던 내용이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은 그 학습된 내용의 쓰라린 경험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다.

국가적 위기가 닥치게 되면 국민은 정부만 바라보게 된다. 그런 정부를 비판하고 나서는 세력에게는 차가운 시선을 보내게 된다. 왜냐하면 정부가 무너지게 되면 사회공동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 때문이다.

지난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게 몰표를 몰아준 것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에서 사회공동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동했다. 그리고 미래통합당은 문재인 정부를 무너뜨리는 세력이 아니라 사회공동체를 무너뜨리는 세력으로 인식한 것이다. 그것을 미래통합당이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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