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에 부정거래·시세조종·배임 등 혐의 적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검찰이 삼성그룹 불법 경영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은 1일 오후 2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을 수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총수 이재용을 비롯한 삼성그룹 핵심 관련자 총 11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 승계작업 일환으로 실행된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 과정에서 삼성그룹의 조직적인 부정거래행위, 시세조종, 업무상배임 등 각종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결론 지었다.

승계 프로젝트 일환, 삼성물산 합병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이 최소비용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이미 2012년 말 ‘프로젝트 G’라는 승계계획을 마련했고, 이에 따라 2015년 미래전략실 주도로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흡수·합병이 이뤄졌다고 봤다.

그 과정에서 합병 거래의 각 단계마다 아래와 같이 물산 투자자들을 상대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계열사인 삼성증권 PB 조직 동원 ▲자사주 집중매입을 통한 시세 조정 등 회사 차원의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이 부회장과 미전실의 최지성 전 실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 삼성물산 최치훈‧김신 대표, 이영호 최고재무책임자 등을 자본 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기소했다. 또 미래전략실의 장충기 전 차장은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혐의로 각각 기소했다. 이와 함께 불법합병 은폐를 위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그룹 수뇌부의 위증 등 범행과 관련해 이 전 부회장과 최지성, 김종중,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대표 등을 외부감사법위반 혐의로, 김종중과 김신 등을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의 위증 혐의로 각각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삼성그룹은 승계작업을 빠르게 추진했다. 이 부회장 지분이 큰 에버랜드(현 제일모직)을 상장 시킨 후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통해 지배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 검찰은 이후 2015년 3월~4월 물산 주가가 하락해 모직에 유리한 상황이 형성되자 이 부회장과 미전실은 구체적인 합병 추진계획을 수립 후 물산 모직에 실행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또 같은 해 5월 이후 삼성물산은 허위 합병 명분(회사 성장을 위한 자체 경영상 판단)과 이를 뒷받침할 허위 시너지 수치 산출, 주가 기준 합병비율(1:0.35)이 적정하다는 회계법인 보고서 조작했다고 봤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물산 이사회는 조작된 보고서를 토대로 1시간 만에 형식적인 합병 찬성을 의결하고 합병계약을 체결, 이를 공표해 투자자에게 허위정보를 유포했다고 판단했다.

합병 발표에 투자자 반발이 커지자 이 부회장과 미전실은 합병 찬성표 확보를 위해 제일모직 2대 주주인 KCC에 경제적 이익을 약속하며 삼성물산의 자기주식 전량(5.76%) 전격 매각토록 하고 이후 거래 경위를 가장해 허위사실 유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회사의 자기주식은 원래 의결권이 없음에도 자기주식을 우호세력인 제3자에게 매각하면 의결권이 부활해 찬성표를 확보할 수 있는 점 악용한 것이다.

이와 함께 당시 제일모직 가치 저평가로 인한 불이익 공개를 우려해 각종 증권신고서, 기업설명회 등에서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완전히 지배하지 못하는 사실이나 합병 이후 신규 순환출자 발생 사실 등 중요 투자위험 정보를 은폐하고 가장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주요 해외 주주 및 의결권 자문사 등에 접촉해 합병 목적 경과와 효과 등에 대해 저명인사 기고문 대필, 증권사 분석보고서 부당개입 등을 통해 투자자 의사결정을 왜곡했다는 혐의도 적용됐다.

주주·회사 불리, 승계 유리하도록 계획·실행

2015년 7월 주주총회 이후에는 삼성물산 주가 하락으로 합병계약 해제 위험성이 커지자, 주식매수 청구권 행사가격 이상으로의 주가 부양을 위해 제일모직 자사주를 집중매입했다. 검찰은 이를 이 부회장과 미전실이 주도, 시세조종 계획을 지시하고 실행한 것으로 봤다. 검찰은 당시 제일모직의 4400억원 상당 자사주 매입 결정이 미래전략실 지시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구속영장 청구 때와는 달리 이 부회장 등에게 업무상 배임 혐의도 적용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검찰은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진행된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과 주주들에게 재산상 피해가 돌아갔다고 판단했다. 합병비율에 따라 약 4조원의 차이가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에게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해 외부감사법상 거짓공시 및 분식회계 혐의도 적용했다. 이 부회장과 미전실 임원 등이 바이오젠이 보유하고 있던 콜옵션 권리 등 주요사항을 은폐해 거짓 공시하도록 하고, 2015년 재무제표에 회계처리 방식을 변경해 바이오로직스 자산을 과다 계상하게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수사 결과 발표에서 삼성물산 경영진은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제대로 된 검토도 없이 회사와 주주에게 극도로 불리한 시점의 합병을 강행했고 그 이유가 이재용의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한 치밀한 계획 하에 미전실의 독단적 지시로 이루어 진 것이기 때문임을 명확히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미전실은 처음부터 이재용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이 조성되도록 합병을 계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결론 지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친 합병으로 이재용은 통합 물산 지분 16.4%와 전자 지배력까지 확보해 이익을 얻었지만 삼성물산 주주들은 합병 후 지분이 1/3로 축소되었고, 합병 직후 주가의 지속적 하락으로 합병 이전부터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이 30~50% 상당 평가 손실이 발생하는 실질적인 피해를 봤다고 판단했다.

수사 1년 9개월만의 기소 결론

검찰이 이 부회장 등에 대해 기소 결정을 내린 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개입 등 관련 의혹 수사에 착수한 지 1년 9개월 만이다.

앞서 지난 2016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된 제일모직 핵심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정 회계처리와 삼성물산 흡수합병이 이 부회장 승계와 관련돼 위법하게 진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2018년 금융위로부터 바이오로직스 2015년도 회계처리가 분식회계에 해당한다는 고발이 접수되면서 그해 말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물산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인 이후 지난해 5월 증거인멸 혐의를 포착, 삼성그룹 핵심 관련자 8명을 구속기소 하기도 했다. 현재 해당 사건은 1심에서 전부 유죄가 선고됐고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이 부회장이 관련 위법 행위를 주도한 것으로 보고 검찰은 수사를 이어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8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받으면서 검찰의 관련 수사도 속도를 높였다. 하지만 올해 6월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진행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불기소 권고 결정이 내려지면서 검찰의 기소 판단에 변수로 작용했다.

검찰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흡수합병이 이 부회장을 위한 승계작업의 일환이었다는 점과 이를 위한 지원 대가로 이 부회장이 뇌물을 공여했다는 사실을 확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기소 근거로 제시했다.

검찰은 이날 기소 배경과 관련해 “수사팀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 이후 외부 전문가들의 비판적 견해를 포함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사건처리방향 등을 전면 재검토했다”며 “그 결과 학계와 판례의 다수 입장, 증거관계로 입증되는 실체의 명확성, 사안의 중대성과 가벌성, 사법적 판단을 통한 국민적 의혹 해소 필요성, 수사전문가로 구성된 부장검사회의 검토 결과 등을 종합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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