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전국민 고용보험 확대…올해까지 보험 사각지대 해소”
한경연 “고용보험 재정수지 취약…적용대상 확대로 악화” 우려
설계사노조 “보호받지 못하는 설계사…사회안정망 확충 절실”

ⓒ한국노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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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이하 특고) 종사자들을 위해 고용보험을 적용하기 위한 정부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보험업계 안팎으로 고용보험에 대한 갑론을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날 국무회의에서 보험설계사·골프장 캐디와 같은 특고 노동자를 위한 고용보험 확대 관련 정부의 개정안이 확정됐다. 앞서 지난 5월 특고 종사자를 제외한 예술인의 고용보험 가입을 허용하는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특고는 노동시장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입장이지만 사업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고용보험 가입이 불가능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특고 종사자의 고용보험 적용을 통해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축소하고 전국민이 고용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TF를 구성해 올해 말까지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로드맵’ 마련을 병행할 것이란 방침을 내세웠다.

고용보험료는 특고와 노무제공계약의 상대방인 사업주가 공동으로 부담하도록 하되, 구체적인 실업급여 보험료율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고용보험 가입대상인 특고에 대해서는 향후 실업급여와 출산전후급여가 지급될 전망이다.

현재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고 있는 14개 업종(보험설계사·학습지교사·골프장캐디·택배기사·방문판매원 등)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실직한 특고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 이직일 전 24개월 중 1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고, 자발적 이직 등 수급자격 제한사유에 해당하지 않아야 하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소득감소로 이직한 경우에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구체적인 지급요건과 수준 등은 대통령령에서 정할 계획이다.

이처럼 정부는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방편을 추진하고 있지만 경제단체에서는 고용보험 의무적용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으며 당사자인 특고 노동자들 역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제기됐다.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4개 직종에 종사하는 특고 234명을 대상으로 ‘특고 고용보험 적용 논의에 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특고 10명 중 6명 이상(62.8%)은 일괄적인 고용보험 의무적용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특고들은 고용보험 의무가입이 사업주 부담 증가 등으로 이어져 본인들의 일자리에 위협이 될 수 있다(68.4%)고 우려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조사는 보험설계사(75명), 가전제품 설치기사(55명), 택배기사(50명), 골프장 캐디(54명) 등으로 이뤄졌다.

ⓒ한국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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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7월 한국경제연구원 측은 ‘고용보험법 및 보험료징수법 입법예고안에 대한 의견’을 통해 “특고는 사업수익을 위해 계약을 체결·종료 하는 경우가 빈번해 비자발적 실업 대비를 위한 실업급여는 무용한 제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최근 2년간 고용보험 재정수지가 취약해진 상황에서 실업급여 지급 대상 확대는 기금의 재정을 더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직이 활발하고 정확한 소득파악이 어려운 특고의 특성상 기금재정이 더욱 악화되고 보험료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경제연구원 추광호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러한 논의는 사업주와 특고 모두에게 부담만 지울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국회에 법안 발의가 된다면, 부작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임금근로자와 실업급여 계정 분리, 임의가입 방식 적용, 특고의 보험료 부담비율 상향조정 등의 대안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특고 노동자들이 종사하고 있는 보험업계에서도 같은 우려가 나온다.

지난 7월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보험업계의 자료에 따르면 보험설계사의 4대 보험 가입이 의무화 될 경우 연간 총 6037억원(생명보험 3803억원, 손해보험 2234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는 30%이상의 설계사들이 실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용보험 확대는 업계뿐만 아니라 설계사에게도 부담을 준다는 결과도 나왔다.

지난 2017년 보험연구원은 800여명의 생명보험사 소속 보험설계사들에게 전화 설문을 진행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입법에 대한 보험설계사 인식조사’를 통해 보험 설계사들이 고용보험 의무가입 제도 도입에 부정적이라고 발표했다.

보험연구원은 보험설계사 800여명 중 고용보험 의무가입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38%는 의무가입에 반대했고, 45.5%는 본인부담이 늘어남으로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결과에 보험연구원은 보험설계사들이 산재보험 및 고용보험 등 업무관련 사회보험은 본인들의 직무 특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의무가입에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보험업계의 이 같은 반응에 고용노동부는 “보험사에 대한 설계사들의 기여도를 고려할 경우 사업주의 보험료 부담이 크지 않다”라며 “임금노동자와 유사하게 적용하면 기업의 보험료 부담은 보수의 0.65%로, 월 보수 200만원인 종사자의 경우 사업주는 월 1만3000원의 보험료를 부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명했다.

전국보험설계사노동조합(이하 노조)도 보험연구원의 설문 조사 결과에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설문조사내용 왜곡 △설문조사 전 사전교육 실시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 측은 같은 기간 보험연구원의 조사와 비슷한 내용으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고용보험 의무화에 77.6%가 찬성했으며, 보험연구원의 조사 결과가 보험설계사의 객관적 의사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아울러 지난 2018년 고용노동부 의뢰로 한국노동연구원이 산재보험DB에 등록된 보험설계사 14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74.6%가 고용보험에 찬성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세중 노조위원장은 “현재 대다수 보험 설계사들이 부당해촉, 수당 미지급, 이직시 계약 미이관 등을 당하는 등 보험업계의 불법행위가 만연하지만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보험업계 결과와 보험연구원 설문조사 결과는 사실과 다르며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보장을 비롯해 특수 고용노동자에 대한 사회안정망 확충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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