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 모이기 힘들어 정치적 논쟁 많이 사라질 듯
코로나19‧개천절 집회·추미애 등 추석 밥상 화젯거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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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추석이란 그동안 얼굴을 못 봤던 친인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는 자리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명절을 쇠지 않겠다는 응답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귀성을 포기한 사람들이 속속 늘어나면서 과연 추석 연휴 정치 밥상에는 어떤 정치 이슈가 올라올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추석 연휴에 정치적 풍향계가 바뀌는 현상은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명절은 정치권에게 중요한 변수다. 친인척들이 모여 정치적 토론을 하며 그동안 자신이 몰랐던 정치적 정보를 교환하는 장이다. 이런 이유로 명절이 지난 정치적 신념이 변화하고,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국회의원이나 정치인으로서는 명절이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때문에 가장 기다려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故노무현 전(前) 대통령을 제외한 다른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대선 직전 해의 추석 때 여야의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1년 추석 때까지만 해도 양강 또는 3강 후보에 끼지 못했다. 당시 여야 유력 주자는 이회창 후보와 이인제 후보였다. 가장 역동적이었던 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선 직전인 2006년 추석 전까지만 해도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뒤처지면서 지지율이 2위에 그쳤다. 하지만 추석과 북한의 1차 핵실험을 거치면서 박 후보를 추월했고, 30%대로 올라섰다. 나머지 역대 대통령 역시 대선 직전의 추석에 지지율 1위에 등극하면서 대선 가도를 밟았다.

따라서 오는 2022년 대선이 3월 10일인 점을 감안한다면 대선 주자들에게 2021년 추석보다는 오히려 2020년 추석이 더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추석이 여느 때 추석과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인들의 공통된 시선이다. 그 이유는 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귀성을 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86%가 나올 정도로 추석 때 보여줬던 민족 대이동이 이번에는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 업체 4개사가 지난 17~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9월 3주 차 전국지표조사(NBS, National Barometer Survey)에 따르면 귀성 등 이동 자제를 당부한 정부의 비대면 추석 권고에 ‘참여하겠다’는 응답이 전체의 86%에 달했다. ‘참여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13%에 그쳤고 모름·무응답은 1%로 파악됐다.

이는 추석 때 친인척이 모이지 않아 서로 정치적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추석에 친인척들이 밥상에서 정치 얘기를 하다가 술 한두 잔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고성이 오가고 싸우는 것이 일상다반사였지만 올해 추석은 그럴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모이지 않는 추석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인척들끼리 모이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정치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이유로 정치인들은 추석 연휴 밥상머리 정치 이슈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가장 핵심은 ‘코로나19’이다. 코로나19가 2월 신천지발 확산에 이어 8.15 광복절 집회로 재확산이 됐다. 이런 가운데 일부 보수 단체가 10월 3일 개천절에 개천절 집회를 예고하면서 재확산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이에 여당은 물론 국민의힘 등 야당에서도 개천절 집회에 대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에 이어 24일에도 개천절 집회에 대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이에 일부 보수 단체는 드라이브스루 방식의 개천절 집회를 열겠다고 하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그것은 그들의 권리”라면서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 여권에서는 일제히 국민의힘이 개천절 집회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정치적 공방속에 여전히 개천절 집회는 추석 연휴 최대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평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이슈는 ‘공정’으로 대변되는 여야의 악재들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병역 특혜 의혹이 주요 공방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추 장관 아들이 카투사 복무 시절 병가 연장을 한 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 등 야당은 추 장관이 소위 엄마 찬스를 사용했다며 특혜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당시 당직 사병과 카투사 동료들의 증언이 엇갈리면서 실체적 진실은 더욱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아들 A씨의 병가 연장이 과연 특혜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이 추석 밥상머리에서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인터넷상에서도 특혜라는 입장과 특혜가 아니라는 입장이 맞부딪히면서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또한 윤미향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횡령 혐의 기소, 김홍걸 의원의 재산 축소 신고에 따른 당 제명, 이스타항공 대량 해고 사태의 중심에 있는 이상직 의원 등에 대한 논란도 부추겨지면서 그에 따른 ‘공정’ 논란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30세대는 공정에 상당히 민감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성토 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예측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악재를 빨리 털어가겠다는 입장에서 김홍걸 의원을 제명했고, 이상직 의원에 대해서는 감찰조사를 진행하려고 했다. 다만 이 의원이 24일 탈당 선언을 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감찰조사는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추석 밥상머리에서 이 부분이 얼마나 어필이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비록 탈당을 했지만 박덕흠 의원의 이해충돌 논란은 더불어민주당의 악재보다 더 뜨거워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회의원 신분으로 관급공사를 수주했느냐가 가장 뜨거운 논쟁이다. 박 의원은 이해충돌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해충돌이라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핵심은 국회의원 신분으로 관급공사를 수주 관여 여부다. 이는 검찰의 수사로 밝혀질 문제지만 정치권의 논쟁은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공정은 뜨거운 화두로

공정 문제가 젊은 층의 가장 뜨거운 화두라면 북한의 실종 공무원 피격 사건은 노년층의 뜨거운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민간인을 상대로 사살을 했다는 점과 시신을 불태웠다는 점이다. 금강산 관광의 박왕자씨 피격 사건 당시에도 우리 정부가 엄중 처벌 등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피격 사건에 대해서 북한이 사과를 했다. 그러나 여전히 갈등과 논란의 불씨는 남아있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의 대북관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왜냐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지만 북한은 민간인을 사살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안보를 중시하는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층 결집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게는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북한에 대해 어떤 식의 대응을 하느냐에 따라 지지율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추석 민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4차 추경도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4차 추경은 1차 재난지원금과 달리 선별적 지급을 하기 때문에 ‘누구는 받고’, ‘누구는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따라서 추석으로 친인척이 모였다면 “너는 받았냐”가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흥업소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백신 무료 접종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올 것으로 보이며, 무료 백신이 상온에서 유통된 사건에 대한 이야기도 오갈 것으로 예측된다.

뿐만 아니라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선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에 대한 집중 토론이 불가피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악재가 될 것이고, 국민의힘 등 야당으로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성추행 정당이라는 점을 부각시킬 절호의 기회가 된다. 이와 더불어 과연 누가 후보로 나설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오갈 것으로 보인다. 비록 1년짜리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이지만 우리나라 제1도시와 제2도시의 수장이기 때문에 후보에 대한 궁금증이 유발될 수밖에 없다.

이와 더불어 2022년 대선에 대한 이야기도 나올 것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1위와 2위를 다투고 있는 형국에 국민의힘 등 야당에서 과연 누가 대선 후보가 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현재 대선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으로 보아 보수 지지층에서 이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선 주자로 꼽을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윤 총장 장모 사건에 대한 이야기도 오갈 것이다.

리스크 관리에 초점

한편, 이번 추석 연휴는 다른 추석 연휴와 달리 귀성 행렬이 없을 것으로 보이면서 국회의원들도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터미널이나 역 등지에서 귀성 인사를 하는 것 역시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명절만 되면 지도부가 터미널이나 역 등에 나가서 귀성 인사를 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터미널이나 역 등 집합 장소에서 귀성 인사를 한다는 것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명절 연휴가 되면 지역구를 돌아다니면서 지역 주민들과 접촉을 하는데 이번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쉽지 않다. 의원실에서는 벌써부터 어떤 식으로 추석 인사를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 들어갔다.

그러나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비대면 추석 인사인 유튜브 인사 등 외에는 특단의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지역구 주민들을 일일이 만나 악수를 하면서 환담을 나누고 싶은 것이 국회의원들의 마음이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이기 때문에 여느 명절 때보다 정치적 이슈가 확산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에서는 리스크 관리만 잘해도 이번 추석은 선방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친인척이 모여서 정치 이슈를 논하는 자리가 많이 사라지면서 국회의원들의 추석 연휴를 어떤 식으로 보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벌써부터 의원실 보좌관들은 국정감사 준비에만 몰두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원래는 국회의원과 함께 지역구를 돌지만 올해는 국정감사 준비로 추석 연휴를 보낸다는 보좌관들도 많이 나온다. 일부 보좌관들은 귀성도 하지 못하고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추석 연휴를 보낼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만큼 이번 추석 연휴는 여느 추석 연휴와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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