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출처= 뉴시스/조선중앙TV 캡처>

【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 북한이 10일 오전 0시부터 평양에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개최했다. 이는 2018년 9월 9일 정권수립 70주년 기념 열병식 이후 2년여 만이다.

이날 열병식에서는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신형 ICBM가 공개됐다. 그럼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쟁억지력을 키우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또한 남북이 하루빨리 두 손을 맞잡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미국 대선이 4주 앞으로 다가오고 있고, 북한이 최근 방역을 이유로 우리측 민간인을 사살해 책임 공방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인 만큼 다분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인다.

유례없는 심야 열병식서 공개된 신형무기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7시부터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녹화중계했다. 해당 방송에 따르면, 이번 열병식은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수만명의 군중이 모인 가운데 이날 오전 0시부터 열렸다.

열병식은 군인들의 행진과 군악대의 연주로 시작됐으며. 군인들은 대오를 이뤄 당 창건 기념일을 상징하는 숫자들로 대형을 만들었다. 그러나 광장에 모인 군인부터 군중들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행사에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회색 양복 차림으로 0시21분경 행사장에 등장, 군중의 환호를 받으며 주석단(귀빈석)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관중을 향해 두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기도 했다.

주석단에는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리병철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 총리가 참석했다.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재룡·리일환·최휘·박태덕·김영철 등 간부들과 김여정 당 제1부부장,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도 참석했다.

특히 전투기 에어쇼와 드론(무인기) 촬영 등을 진행해 역대 행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화려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열병식에서 공개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진출처= 뉴시스/조선중앙TV 캡처>

당초, 북한이 전략무기의 실체를 숨기기 위해 굳이 새벽시간에 열병식을 개최한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오히려 북한은 화려한 조명을 통해 무기들을 더 부각시켰다. 북한은 열병식장에 카메라를 다수 배치,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등을 가까이에서 다양한 각도로 볼 수 있게 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1일 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를 통해 새로운 전략무기를 내놓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로부터 약 10개월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식에서 신형 ICBM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신형 미사일은 이날 열병식 방송의 막바지에 등장한 11축 22륜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실린 채 나타났다. 차량의 바퀴 수가 늘어난 점으로 미뤄볼 때 북한이 2017년 발사한 ICBM인 화성-15형 미사일보다 길이가 길어지고 직경도 커져 사거리가 연장된 것으로 관측된다. 미사일 탄두 부분도 길어져 다탄두 탑재형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신형 ICBM을 공개해 미국은 이를 자국에 대한 도발로 여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형만 공개됐을 뿐 실제 발사 장면은 공개되지 않아 성능에 대해서는 속단하긴 이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연설 중 울먹인 김정은…특유 리더십 발휘

김 위원장은 연설을 통해 “지금 이 행성에 장기적 제재에 모든 것이 부족한데도 방역도, 재해 복구도 해야 하는 난관에 직면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며 올해 북한이 처한 3중 위기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었다. 한 명의 악성 비루스(바이러스) 피해자도 없이 모두가 건강해질 수 있어서 정말 고맙다”면서 “오늘 이 승리는 인민 스스로 이뤄낸 위대한 승리”라고 자평했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내부적으로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음을 대외에 알리기 위해 일부러 마스크 없는 군중 모습을 연출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방역과 재해 복구에 앞장선 군 장병들이 열병식에 참석하지 못 했다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인민들의 노고에 대한 감사를 전하며 눈물을 훔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선대에서는 수령의 무오류성을 강조한 반면 김 위원장은 실패와 잘못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돌파하는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사진출처= 뉴시스/조선중앙TV 캡처>

‘南 민간인 사살’ 北, 남북 두 손 맞잡자?

김 위원장은 “지금 이 시각도 악성 비루스에 의한 병마와 싸우는 전세계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보내며 마음 속 깊이 모든 사람들의 건강, 행복과 웃음이 지켜지기를 간절히 바란다”면서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이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루빨리 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두 손을 맞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그는 “나는 우리 군사력이 그 누구를 겨냥하게 되는 것을 절대 원치 않는다”면서 “우리는 그 누구를 겨냥해 전쟁 억제력을 키우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전쟁 억제력이 결코 남용되거나 절대로 선제적으로 쓰이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그 어떤 세력이든 국가 안전을 위협하고 군사력을 사용하려 든다면 우리의 공격적인 힘을 선제적으로 총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구두논평을 통해 “북한은 열병식에서 기존보다 성능이 더욱 강화된 신형 ICBM과 SLBM을 공개하며 전력을 과시했다”며 “‘두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면서 핵무기를 앞세운 군사력은 포기하지 않겠다니 어불성설”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진정한 한반도 평화의 길’에 종전선언과 핵무기의 공존은 가당치도 않고 더 이상 설득되지도 않는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이 목숨을 잃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경고 수준을 넘어 실제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면서 “진정한 평화와 국민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일방적인 종전선언은 국민을 기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대통령은 기억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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