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이사회 열고 정의선 회장 선임 결정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 평화로운 삶 실현할 것”
지배구조 개편, 전기차 화재 우려 등 과제 산적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현대차그룹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정의선(51) 수석부회장을 회장으로 선임하면서 3세 경영 시대를 맞이했다. 지난 20년간 현대차그룹을 이끌어온 정몽구(83)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정의선 회장에 대한 승계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신임회장은 그룹의 모빌리티 산업 구축 방향을 제시하는 등 경영능력은 검증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취약한 지배구조 개선과 잇단 전기자동차 화재가 불러온 소비자 불신 등 경영안정을 위해 넘어서야할 과제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14일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회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는 이날 오전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정 수석부회장의 회장 선임 안건을 보고했다. 각 이사회는 정 회장 선임안에 동의하고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지난 20여년간 현대차그룹을 경영해온 정몽구 회장은 그룹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 7월 대장게실염 수술을 받고 세달 째 서울아산병원에 입원 중이며 현재는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임 회장이 제시한 모빌리티 혁신의 꿈

정 회장은 명예회장의 입원 후에도 경영공백에 대한 잡음 없이 그룹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올해 3월 정 명예회장으로부터 현대차 이사회 의장직을 물려받은 이후 수소전기트럭 양산체제를 갖추는데 성공했고 전기차 시장의 글로벌 리더로 부상하기 위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LG그룹 구광모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협력을 도모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이날 취임사에서도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을 승계하는 한편, 모빌리티 혁신을 통해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실현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한 기반 산업기술로 전기차와 자율주행, 수소연료전지를 지목했다.  

정 회장은 “범현대그룹의 창업자인 정주영 선대회장, 현대자동차그룹의 오늘을 이룩한 정몽구 명예회장의 높은 업적과 깊은 경영철학을 계승해 미래의 새로운 장을 열어 나가야 한다는 무거운 사명감과 책임을 느낀다”라며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해 나가고, 그 결실들을 전 세계 모든 고객들과 나누면서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성능과 가치를 모두 갖춘 전기차로 모든 고객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 이동수단을 구현하겠다.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해 고객에게 새로운 이동경험을 실현시키겠다”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자동차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 활용해 인류의 미래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으로 자리 잡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뉴시스

현대차그룹의 해묵은 숙제 ‘순환출자 지배구조’

하지만 정 회장 손에 쥐어진 현대차그룹의 과제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무엇보다 취약한 순환출자 구조를 개선해 오너의 지배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업과 기업 간 지분 소유로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어 오너의 지배력이 상대적으로 약해 투기자본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모두 4개의 순환출자로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기아차(17.28%)→현대모비스(16.53%)→현대차(33.88%)→기아차 ▲기아차(17.27%)→현대제철(5.79%)→현대모비스(16.53%)→현대차(33.88%)→기아차 ▲현대차(4.88)→현대글로비스(0.69%)→현대모비스(16.53%)→현대차 ▲현대차(6.87%)→현대제철(5.79%)→현대모비스(16.53%)→현대차로 이어지는 구조다. 

정 회장이 직접 보유한 지분은 현대글로비스 23.29%, 현대오토에버 19.47%, 현대엔지니어링11.72% 등에 집중됐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분은 각각 2.62%, 1.74%, 0.32%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정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차 5.33%, 현대모비스 7.13%, 현대제철 11.8%, 현대글로비스 6.71%를 더 한다 해도 안정적인 승계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현대모비스의 모듈·AS부품사업부를 분할하고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개편안을 구상했지만 미국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비롯한 의결권 자문사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대통령비서실 김상조 정책실장 역시 지난 2017년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당시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순환출자 거리를 해소했지만, 현대차 그룹은 그대로였다”라며 “현대차 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가 커다란 지배구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실

첫 번째 리더십 시험대 ‘전기차 화재’

미래 핵심산업으로 주목받는 전기차의 안전성도 정 회장이 직면한 과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일 현대차에서 제작 및 판매한 코나 전기차에서 차량 충전 완료 후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며 오는 16일부터 시정조치에 들어간다고 공지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코나에서 고전압 배터리의 배터리 셀 제조 불량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제조 공정상 품질불량으로 양(+)극판과 음(-)극판 사이에 있는 분리막이 손상돼 화재 위험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모두 7건의 코나EV 화재가 접수됐다. 이밖에도 업계에서는 지난 2018년 출시 이후 국내외에서 모두 13건의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부와 현대차는 국정감사를 앞둔 지난 4일 대구 달성군 아파트 주차장에서 새로운 화재사고가 보고되자 발 빠른 시정조치에 나섰다. 

하지만 전기차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모습이다. 실제 코나EV 차주들은 전기차 동호회 커뮤니티 등을 통해 배터리 문제임에도 직접 교체가 아닌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업데이트를 중심으로 한 리콜 조치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이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배터리셀 결함을 부인하고 있다는 점도 소비자들의 우려를 부추기는 대목이다. LG화학은 조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만큼 배터리셀 결함을 확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동일한 조건에서 진행한 실험에서도 배터리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점유율 확대를 목표로 2021년을 전기차의 원년으로 선포한 만큼, 소비자들의 불신 해소는 정 회장의 리더십을 확인할 가늠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기자동차기술인협회 회장이자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김필수 교수 역시 코나EV의 화재가 반복된다면 결과적으로 국내 전기차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이와 관련 “지금 상황에서 한 두건의 화재가 더 발생한다면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된다. 과거 BMW처럼 주차도 못하게 할 정도로 우려가 심해졌다”라며 “차량 화재는 반복되면 공포감을 조성하기 때문에 전기차 활성화에 굉장히 부정적인 시각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