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뉴시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회장이 이달 14일로 취임 1년을 맞이했다. 정 회장은 취임 당시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강조했고 실제로 전기차와 수소차 등 신사업 부문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고질적인 순환출자구조 문제와 반복되는 노사갈등은 실질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 시동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0월 14일 정의선 당시 수석부회장을 회장으로 선임하면서 3세 경영 시대의 출발을 알렸다. 정 회장은 취임 전 이미 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이 건강상의 문제로 경영에서 물러나 있을 때도 잡음 없이 그룹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회장이 취임과 함께 강조했던 것은 인류의 꿈과 함께하는 모빌리티 혁신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범현대그룹의 창업자인 정주영 선대회장, 현대자동차그룹의 오늘을 이룩한 정몽구 명예회장의 높은 업적과 깊은 경영철학을 계승해 미래의 새로운 장을 열어 나가야 한다는 무거운 사명감과 책임을 느낀다”라며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해 나가고, 그 결실들을 전 세계 모든 고객들과 나누면서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모빌리티 혁신을 위해 정 회장이 주목한 분야는 수소연료전지와 전기차, 자율주행이다. 특히 정 회장은 수소가 지구 환경위기 해결을 위한 가장 강력하고 실용적인 해결책이라는 철학을 강조해왔으며 회사의 경영 전반에 이를 투영, 2040년을 수소에너지 대중화의 원년 삼겠다고 선포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나아가 자동차 외에 트램, 기차, 선박, UAM(도심항공이동수단) 등 모빌리티 전 영역은 물론 주택, 빌딩, 공장, 발전소 등 생활과 산업 전반에 걸쳐 활용도를 확대하겠다는 비전을 강조했다. 

지난달에는 현대차그룹의 수소사업 미래비전과 역량을 소개하는 글로벌 행사 ‘하이드로젠 웨이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으며, 현대차를 비롯한 SK, 포스코, 롯데, 한화, GS, 현대중공업 등 15개 회사가 함께하는 한국판 수소위원회 ‘Korea H2 Business Summit’ 발족에 참여하기도 했다.  

전기차 부문 역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일 출국해 미국과 유럽을 방문하고 인도네시아 정부 행사에 참석했던 정 회장은 전기차 전환 시점에 맞춰 동남아 시장의 점유를 늘려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동남아 시장 확장의 거점은 인도네시아다. 현대차는 동남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인도네시아 브카시 델타마스 공단에 완성차 공장을 짓고 있으며 연내 완공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공장의 생산능력은 연 15만대로 예상되며 향후 25만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현대차는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에서 앞으로 내연기관 상용차 신차는 출시하지 않겠다고 공식화한 만큼, 수소전기차와 전기차 라인업 강화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로보틱스 분야도 정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이 새롭게 사업에 뛰어든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세계적 로봇 기업 보스톤 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매입하기로 결정하고 올해 6월 인수합병을 마무리 했다. 

보스톤 다이내믹스는 춤추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4족 보행 로봇 ‘스팟’ 등으로 유명하며 자율보행, 인지, 제어 등 로봇 운용 기술에 있어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현대차의 로봇회사 인수는 완성차 기업을 넘어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정 회장의 경영비전을 상징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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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 개선, 안정적 경영권 확보해야

하지만 이 같은 체질 개선 노력에도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구조 문제와 반복되는 노사갈등 이슈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할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모두 4개의 순환출자로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10대 그룹 중에서는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정부로부터도 지속적인 개선 압박을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기아→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 ▲기아→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이어 오고 있다.  

계열사들이 촘촘히 엮인 지배구조는 그룹의 강한 결속력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한곳이라도 지배력을 잃게 되면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정 회장이 직접 보유한 지분 역시 지난 6월 말 기준 현대차 2.62%, 기아차 1.74%, 현대모비스 0.32% 수준에 불과해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도 순환출자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은 생산직에 한정됐던 노조 활동이 사무연구직 및 간부들까지로 확장되면서 사측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해 초 현대차 내부에서는 회사가 역대 최고 수준의 매출 기록했음에도 기본급을 동결하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으며 사무연구직의 목소리를 전달할 새로운 창구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지난 4월 새로운 노조가 설립됐다. 

이어 이달 중순에는 간부 직원들로만 구성된 노조가 지난 14일 경기지방노동청으로부터 설립 신고필증을 받고 공식 출범했다.

이들은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 및 경영성과급을 퇴직금에 포함해 달라는 요구 등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를 위해 다른 노조와 연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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