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올해에만 협력업체 갑질로 3차례 제재
국감서도 선시공 후계약’, ‘기성금 강압’ 등 지적 받아 
현대重 “기업관계 항상 염두, 삼영 건은 항소 검토 중”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뉴시스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현대중공업 협력업체들이 원청의 대금 미지급과 기술탈취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올해에만 3건의 기술유용 및 불공정하도급 거래 행위 제재를 받았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선시공 후계약’과 ‘기성금 강압’ 행위 논란으로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으로부터 질타를 받기도 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최근 삼영기계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 울산지방법원은 현대중공업의 일방적 하도급 대금 인하와 부품 대금 미지급 행위를 인정하며 삼영기계에 총 8억3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특히 법원은 일방적 하도급 대금 인하와 관련해 이를 정당화할 특별한 사유가 없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 피해액의 1.64배를 배상토록 결정했다. 이 같은 판결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법원은 해당 사안을 중대한 하도급법 위반 행위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이미 공정위가 지난 8월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인정하며 지급명령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이 삼영기계가 납품한 화력발전소용 엔진 실린더 헤드의 하도급 대금 2억5000여만원과 지연이자 2억원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대금지급 책임 여부와 관련해 울산지법에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라며, 이에 선행해 공정위 제재가 내려진 것에 유감을 표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법원마저 협력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이밖에도 이달 초에는 현대중공업이 협력업체의 기술을 유용했다는 공정위 결정이 발표되기도 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고객사인 P사의 특정 납품업체 지정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이미 30년 이상 선박용 조명기구를 납품해 왔던 A사의 제작도면을 유용했다. 

현대중공업은 이 과정에서 A사의 제작도면을 P사가 지정한 업체에 전달해 해당 업체가 선박용 조명기구를 제작할 수 있도록 도왔다. 현대중공업은 공정위에 선주의 요청에 따르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라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행위가 위법하다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으며 협력업체가 바뀌는 가운데 단가 인하율도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잇단 제재로 현대중공업에게 부과된 과징금 규모는 올해만 16억6600만원에 이른다. 특히 3건의 제재 중에는 삼영기계에 대한 현대중공업의 기술유용 건도 포함됐는데 이 사안에는 기술유용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9억70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되기도 했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실

이 같은 현대중공업의 협력업체 갑질 문제는 이미 정치권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배진교 의원(정의당)은 국정감사 증인으로 현대중공업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해 대기업 갑질의 전형인 ‘선시공 후계약’과 ‘기성금 강압’ 행위 등에 대해 따져 묻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감 당일 배 의원은 “2012년 5월 작업에 들어가 2013년 6월 발주한 선박에 대한 계약서가 7개월 후인 2014년 1월에 작성됐다. 이는 명백한 하도급법 위반”이라며 “기성금과 관련해서도 전표처리를 30분 내에 처리하라고 독촉하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공사를 포기하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강압했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이어 “앞에서는 상생협력, 동반성장을 말하면서 사내협력사 200여 곳 중 절반이 넘는 123곳이 적자로 문을 닫는 동안 대주주에게 1767억원을 배당했다. 이것이 상생협력이라고 생각하나”라며 “상생모델 구축을 목표로 동반성장실을 만들었지만 피해를 호소하는 협력사들이 현대중공업과 대화를 하고 싶어도 만나주지 않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증인으로 출석한 현대중공업 한영석 사장은 “의원께서 지적한 부분을 명심해 협력업체가 잘 되도록 지도하겠다”라며 선시공 후계약 갑질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현대중공업은 국감에서 지적한 이슈와 현재 소송 중인 사안은 성격이 다르다며, 삼영기계에 대한 법원 판결에 대해선 항소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또 최근 발표된 공정위의 기술유용 제재에 대해서는 의결서를 수령한 후 내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기업관계에 대해서는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특수한 건과 일반적인 협력업체들과의 문제는 조금 다른 것 같다”라며 “삼영기계 판결에 대해서는 항소를 검토 중이고, 선박 조명 기술유용 제재는 공정위 의결서가 도착하면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됐는지를 판단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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