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킹 금융권 수장…관료출신 ‘탐낼만한 보직’ 비판
경영악화 겪는 생보업계…IFRS17 등 현안 해결하나
보험업계, 충분한 관련 소견·역량 있다고 보기도

지난 2015년 당시 기획재정위원장을 역임한 생명보험협회 정희수 후보자  ⓒ뉴시스
지난 2015년 당시 기획재정위원장을 역임한 생명보험협회 정희수 후보자 ⓒ뉴시스

【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보험연수원 정희수 원장이 생명보험협회장의 수장으로 내정되면서 금융권 내 낙하산 인사 논란이 다시 한 번 불거지고 있다. 앞서 ‘관피아’(관료+마피아) 로 지적받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들이 후보직을 고사했으나 정치인 출신인 정 원장이 내정됨에 따라 이번엔 ‘정피아’(정치+마피아) 논란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 생보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2차 회의를 열고 정 원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생보협회는 내달 4일 총회를 열고 생보협회장 신용길 현 회장의 후임으로 정 원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정 원장은 지난 2018년 12월부터 보험연수원을 이끌고 있다. 현재 보험연수원장 임기가 1년이 남아 있지만 중도 사임하고 다음 달 9일부터 생보협회장 자리에 앉게 된다.

정 원장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정치권으로 진출해 경북 영천지역에서만 3선(17~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지난 19대 국회의원에서는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으며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기면서 문재인 캠프에 본격적으로 합류했다.

현재 업계에서는 정 원장의 내정 소식을 두고 ‘정치권 출신은 보험 관련 분야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며 업계를 대변하는 과정에서 인맥을 활용할 경우 이해충돌이 생길 수 있다’라고 지적하는 목소리와 ‘정부의 금융권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는 만큼 당국과 소통할 수 있는 힘 있는 수장이 낫다’는 의견이 나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단체장 자리가 고액의 연봉을 받는 자리인 만큼 전직 관료 출신들이 탐을 낼 수 밖에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생보협회장 연봉은 기본급과 성과급을 더해 약 5억원대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은행연합회장은 7억원에 달한다. 이는 국회의원 연봉인 약 1억6000만원의 4배가 넘는 금액이다.

최근 한국거래소 정지원 전 이사장이 손해보험협회 회장으로 거취를 옮겼고 금융감독원 유광열 전 수석부원장은 SGI서울보증보험의 사장이 됐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농협금융지주 김광수 전 회장은 전국은행연합회장으로 추대됐다.

이런 가운데 지속적인 경영 악화의 길을 걷는 생보업계는 오는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및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 제도 도입이 예정돼 있다. 또한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보험설계사 고용보험 의무화 방안도 산적해 협회장의 과제가 막중한 실정이다.

특히 원가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은 과거 국내 생보사들이 고금리 확정형 저축성 보험을 판매하며 성장해 온 만큼 막대한 자본 투입이 예상 되고 있어 정 원장이 이를 어떻게 해결 할 것인지에 대해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 원장이 정치인 출신인 것은 맞지만 국회의원 시절 경제위원을 거쳤고 보험연수원장을 역임한 만큼 보험에 대한 충분한 소견과 역량이 있다고 판단된다”라며 정피아 논란에 대해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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