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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코호트 격리 중인 경기 부천 효플러스요양병원 앞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의 기자회견 ⓒ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신규 확진환자 수가 연일 1000명 안팎을 기록하는 데다가, 사망자 수도 하루가 멀게 늘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코호트 격리(Cohort Isolation) 조치를 내린 기관들에서 다수의 확진환자가 발생하며 일각에서는 코호트 격리가 오히려 독이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호트 격리란 감염 질환 등 예방을 명목으로 감염자환자가 발생한 의료기관 전체를 봉쇄하는 조치를 뜻한다. 환자와 의료진, 확진자와 비확진자에 관계없이 모두 동일 집단(코호트)으로 보고 전원 격리조치해 감염병 전파 위험성을 줄인다는 취지다.

정부는 올해 2월부터 4월,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됐을 당시 많은 확진환자를 배출한 요양병원, 정신병원, 일반 중소병원에 대해 코호트 격리를 처음으로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전문가들은 코호트 격리가 되레 감염 확산과 사망자 발생을 야기한다고 지적했고, 집단감염이 우려되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의료기관에 대해 지속적으로 코호트 격리 조치를 취해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코호트 격리된 의료기관에서 확진환자와 사망자가 계속해서 발생해 코호트 격리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실제 코호트 격리 조치된 미소들요양병원과 효플러스요양병원, 미소아침요양병원 등은 누적 확진환자 수가 100명을 넘긴 상황이다. 특히 효플러스요양병원의 경우 지난 13일 첫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불과 보름 만인 29일까지 누적 38명까지 늘어났다. 

게다가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 대한 대책도 여전히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보험공단이 지난 10월 요양병원 1438개소와 요양시설 5996개소를 대상으로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확인한 결과, 요양병원에서는 의심환자 격리를 위한 예비병실 동선이 제대로 설정되지 않은 곳이 9.9%, 확진환자 이송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곳도 8.1%로 확인됐다.

그러나 조사만 이뤄졌을 뿐 이후 관련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에서는 코호트 격리를 위한 제대로 된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을 경우 확진환자를 위한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지 못할뿐더러 비감염자 감염 위험까지 초래한다고 말한다.

때문에 코호트 격리가 아닌 확진환자를 즉각 격리이송하고, 환자를 보호하고 관리할 정부 차원의 공적 인력풀이 가동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지난 29일 효플러스요양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염병이 외부로 확산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코호트 격리가 오히려 제때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상태를 더 악화시키고, 심각하게는 코호트 격리 중 사망하는 상황까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감염되지 않은 직원 혹은 환자가 코호트 격리로 감염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라며 “만일 기존 의료기관이 부족하다면 지금이라도 적당한 장소나 부지를 찾아 대규모 임시 전용의료기관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도 30일 성명을 통해 “경북 청도대남병원을 통해 요양병원에 대한 무조건적인 코호트 격리는 실패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다수의 전문가가 이 같은 방식은 오히려 감염을 확산시킬뿐더러 사망자를 증가시킨다고 지적했다”며 “요양병원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어떤 교훈도 얻지 못하고 실패만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요양병원 내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빠르게 전수조사를 실시해 확진자를 구분하는 한편 즉시 전원조치해야 한다. 제대로 된 장비와 구조가 없는 곳에서 환진자와 비확진자를 동일 공간에 코호트 격리하는 것은 방치”라며 “국민의 생명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지금 즉시 전용병상을 만들고 병원별 이송계획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전담병원에서 요양병원 환자를 수용하기 어렵다면 지자체에서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의 지원인력을 빠르게 파견해야 한다. 인력문제를 각 병원에만 맡겨서는 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다”며 “정부 차원의 공적인 인력풀 구축과 보호구 착용 등 사전 교육을 실시해 긴급하게 투입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경우 대다수가 고령의 환자로, 코로나19 감염에 더욱 취약하기 때문에 향후 더 많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확진환자 즉각 격리이송이나 코호트 격리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의료 인력과 환경을 구축하는 등의 정부의 발 빠른 조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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