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의무화된 어린이집 CCTV 설치
학부모 환영 속 출발했지만 ‘문제투성이’
열람 거부에 모자이크 비용 요구까지
“절차 간소화하되 열람 대상 제한해야”

모 어린이집에 설치돼 있는 CCTV ⓒ뉴시스
모 어린이집에 설치돼 있는 CCTV ⓒ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나 안전사고 등 원내에서 문제 발생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기관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했다. 그러나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CCTV가 있으나 마나 한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처벌을 피할 요량으로 모양새만 갖춰놓고 실질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거나, 피해 정도나 사생활 침해 등을 고려해 어린이집 측에서 CCTV 열람 거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열람 시에는 학부모가 등장인물 전체의 동의를 받거나 모자이크 비용을 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2015년, 어린이집 CCTV 설치가 의무화된 이래로 이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돼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대책은 나오지 않고 학부모들의 피해와 불만만 늘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어린이집 내 설치된 CCTV ⓒ뉴시스
모 어린이집 내 설치된 CCTV 모니터 화면 ⓒ뉴시스

학부모 환영 속 출발한 CCTV 의무화

지난 2015년 4월 30일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2005년부터 4차례에 걸쳐 입법이 추진된 바 있지만 모두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영유아보호법에 따르면 어린이집을 운영하려는 사람은 CCTV 설치를 해야만 설립 인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3개월 이내로 설치해야 하며, 빠른 설치를 위해 CCTV 설치 비용을 지원한다.

만일 어린이집에 설치된 CCTV를 임의로 조작하거나 다른 곳을 비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책임자는 영상정보 분실, 도난, 유출 변조 등 훼손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하는데 이를 어길 시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보육교사들은 CCTV 설치로 인해 업무 외 사적인 부분까지 노출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반대하기도 했지만 CCTV 설치에 따른 아동학대 및 안전사고 예방 등 긍정적인 공익의 효과가 크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실제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은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로 아동학대 효과가 있다고 봤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2018년 전국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육아정책연구소에 의뢰해 어린이집 이용 1753가구를 대상으로 어린이집 CCTV 설치 효과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예방 효과가 있다고 보는 응답자가 △매우 큼 27.4% △어느 정도 있음 63.5%로, 90% 이상이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2015년 9월부터 어린이집 CCTV 설치가 의무화 됐다. ⓒ뉴시스
2015년 9월부터 어린이집 CCTV 설치가 의무화 됐다. ⓒ뉴시스

학대·안전 예방 효과 미비

그러나 일각에서는 CCTV 의무 설치의 당초 목적인 아동학대나 안전사고 예방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19년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아동학대 현황에 따르면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건수는 △2014년 300건 △2015년 432건 △2016년 601건 △2017년 843건 △2019년 811건이다. 어린이집 CCTV 설치가 의무화된 2015넌 전보다 이후에 더 많은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2017년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공받은 어린이집 안전사고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2년 2498건 △2013년 4209건 △2014년 5827년 △2015년 6797건 △2016년 8539건 △2017년 6월 3638건으로 CCTV 설치가 안전사고 예방에 큰 효과를 냈다고 보기 어려운 수치다.

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모양새만 갖추거나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어린이집 운영위원장이 피해의 정도,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열람을 거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실상 처분은 시정명령이나 과태료에 그치는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5년 12월 CCTV 설치 의무화가 시행된 이후 설치·운영 위반 건수는 총 717건으로 집계됐다. 행정처분에 따라 △시정명령 300건 △과태료 281건 △기타 136건 이다.

이에 복지부는 행정처분 사례 대다수가 정해진 기간동안 영상정보를 보관하지 않은 경우, 설치만 하고 제대로 가동하지 않은 경우, CCTV 영상을 학부모에게 제공하지 않은 경우라고 설명했다.

복잡한 절차나 비용 등을 이유로 CCTV 열람을 어렵게 하는데 한몫한다.

경찰청 ‘아동학대 수사 업무 매뉴얼’ 가운데 피해자 측이 CCTV 열람하는 절차는 개인정보보호법에 근거해 이뤄진다.

개인정보보호법상 열람 대상인 CCTV 영상에 찍힌 가해자와 피해자 등 모든 정보 주체의 동의가 선행돼야만 피해자 측이 CCTV를 볼 수 있다. 

다만 일부 정보주체가 동의하지 않아 CCTV 열람이 곤란할 경우라고 하더라도 중대성 등을 고려해 영상 공개가 결정됐다면 동의한 주체만 나오는 영상 위주로 일부 공개하거나 동의하지 않은 주체만 비신변보호 조사 후 공개 가능하다.

즉, CCTV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동의를 얻어야 열람이 가능한 셈인데, 비동의자에 대해서는 모자이크 등 비식별화 조치가 필요하다. 다만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아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알려진 울산 남구 한 국공립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해 학부모가 어린이집 CCTV 열람을 요구하자 경찰은 영상 속 모든 인물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 영상에 나오는 사람들 얼굴을 알아볼 수 없도록 모자이크 처리해야 하는데 35일치 화면을 모두 처리하기 위해서는 약 3000만원이 필요하다고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같은 해 9월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학부모가 CCTV 영상 공개를 요청했다. 이에 경찰은 32일분 약 170GB 영상을 모자이크 처리해 열람하려면 총 1억원 가량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안내했고, 결국 학부모는 열람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동복지 전문가는 어린이집 CCTV 설치는 아동과 교사 모두를 위해 필요하다 봤다. 지금의 복잡한 열람 절차도 간소화하되, 다만 아동학대나 안전사고 여부를 판별 가능한 위치의 제3자의 열람을 전제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아동복지학회장을 지낸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정익중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어린이집 CCTV는 함부로 보게 해서도, 못 보게 해서도 안 되는 영역”이라며 “다만 영유아는 학대로부터 보호하고자, 교사는 학대하지 않았다는 증거자료로 활용하는 목적에서는 설치는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다만 부모보다는 아동전문기관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상적인 돌봄행위일지라도 부모의 입장에서는 다르게 보일 수 있는 우려가 있다”며 “학대 등 여부를 판별해 줄 수 있는 제3의 전문가가 열람 가능하도록 하고, 이를 전제로 (열람 절차, 모자이크 비용 등 문제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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