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3040 유권자들 최대 관심사 ‘부동산’
쏟아지는 부동산 공약… 실현 가능성은 과연
어떤 부동산 대책 내놓느냐에 따라 당락이 결정
재원 마련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존재 없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 ⓒ뉴시스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그야말로 치열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경선을 치르고 있고, 국민의힘도 경선을 치르고 있으며, 제3지대 역시 경선을 치르면서 후보들 간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패의 핵심은 ‘부동산 공약’이라고 판단한 후보들은 저마다 부동산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1년짜리 임기의 서울시장이 할 수 있는 그런 공약이 아니라는 비판이 우세적이다. 유권자들이 자칫하면 실현 불가능한 공약에 현혹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으로 치러지는 1년짜리 임기의 서울시장을 뽑는 선거다. 이런 내용만 살펴보면 치열한 경쟁이 없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현실은 다르다. 그야말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단순히 1년짜리 임기의 서울시장을 뽑는 선거가 아닌 내년 대선까지 영향을 미치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1/4 정도가 서울에 밀집해 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보궐선거를 단순히 넘어갈 수 있는 그런 선거는 아니다. 특히 서울시장은 인천과 경기 등 다른 수도권 지역의 유권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정치인 개인으로 볼 때 서울시장이 단순히 광역단체장으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정치적인 위상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비록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인해 시작된 보궐선거이지만 이번 선거에서 승패를 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공약은 ‘부동산’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서울 주민들의 내집 마련 꿈이 너무 멀어졌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평당 평균 2625만원에서 4156만원으로 1531만원(58%)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상승액인 344만원(2281만원→2625만원)의 4.5배다. 또한 임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서울에 있는 평균 가격 아파트를 사는데 36년이 걸린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기준 노동자의 평균 연봉은 3400만원, 이를 토대로 임금의 30%를 저축한다면 118년이 걸린다. 즉, 보통의 서민으로는 서울에서 내집 마련이 힘들다는 이야기다. 이런 이유로 서울 지역 유권자들은 부동산 공약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3040대가 부동산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서울시 인구는 967만명인데 3040대는 31%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당락을 좌우하는데 주요 관심사는 부동산이 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지난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반발해 ‘3040 문재인에 속았다’는 문구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실제로 한국리서치가 한국일보 의뢰로 지난 4일∼6일 실시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가장 관심이 가는 이슈’로 부동산 등 주거 정책이 49.7%를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YTN·TBS의 의뢰로 2월 7일부터 8일까지 실시한 비슷한 여론조사에서도 서울시 중점현안으로 40%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꼽았다. SBS가 설 연휴를 맞아(2월 6일~9일) 입소스에 맡긴 여론조사에서는 서울시장 후보의 선택 기준으로 응답자의 28.5%가 부동산 정책을 꼽는 등 부동산 공약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들에게 중요한 이슈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정책을 어떤 식으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보궐선거 승패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각 후보마다 부동산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쏟아낸 부동산 공약을 살펴보면 ‘황당’하다는 반응도 있는가하면 ‘일리’가 있다는 반응이 쏟아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부동산 공약은 최대 화두가 됐다. 그리고 후보들은 각자 자신의 부동산 공약이 가장 현실성 있으면서 실현 가능한 공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권자들의 꼼꼼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저마다 공약 내놓아

여야 후보들은 저마다 부동산 공약을 내걸었는데 주로 주택 공급 방안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는 ‘21분 콤팩트 도시 대전환’을 내걸었고, 5년 내 공공주택 30만 가구와 함께 평당 1천만원의 반값 아파트 공약을 내걸었다. 강북에 있는 30년 이상된 낡은 공공임대주택을 재개발해 평당 1천만원의 반값 아파트 공약이다. 우상호 후보는 한강변의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등을 덮어 그 위에 조망권을 해치지 않은 범위 내에 아파트를 짓고 역세권 고밀개발, 공고재개발 등을 더해 모두 16만 가구의 공공주택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25평 기준 5억∼6억원대의 저렴한 가격을 내놓아 내집 마련의 꿈을 만들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와 우 후보는 상대 후보의 부동산 공약에 대한 비판을 가했다. 우 후보는 박 후보의 수직공원 문제에 대해 “흉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을 가했다. 박 후보는 우 후보의 지하철 1호선 지하화에 대해 장기 프로젝트로서 공공주택 개발이 당장 효과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야권 예비후보들도 부동산 공약을 속속 내놓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분양가상한제 폐지, 공시가격 인상 저지, 용적률 상한 조정, 용도지역 변경 적극검토, 층고 제한 완화 등을 내걸었다.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서 10년간 7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나 후보는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최대 1억원의 넘는 이자 혜택을 주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오세훈 후보는 제2종 일반주거지역의 7층 이하 규제를 바로잡겠다고 밝혔고, 20∼30대에게는 셰어하우스, 30∼50대에게는 장기 무주택자 청약 특별공급, 50∼60대에게는 공동생활이 가능한 클러스터형 주택 공급 등의 맞춤 대책을 제시했다. 오 후보는 5년간 3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고, 강남·북 균형발전 프로젝트로 비강남권 지하철과 국철 구간 일부를 지하화해 지역 거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오신환 후보는 무주택자와 청년들에게 환매조건부 반반 아파트 공급을 추진하고, 시세의 절반에 분양한 뒤 되팔 때 매매 차익을 절반까지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상 지역은 용산 캠프킴, 태릉 골프장, 상암LH, 마곡SH 부지에 이런 형태의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는 것이고,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부동산 햇볕정책을 내걸고 재개발로 35만 가구, 재건축으로 20만 가구 등 모두 65만 가구를 짓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는 민간주도로 청년임대주택 10만 가구, 3040과 5060 세대를 위해 40만 가구 등 총 74만6000가구를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해 향후 5년 이내에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무주택 실소유자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규제지역이라도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대출 규제를 대폭 풀고, 청년층이 내 집 마련을 앞당길 수 있도록 세대별 쿼터제도를 도입하는 등 청약제도도 개선하기로 했다. 열린민주당 김진애 후보는 역세권에 민간·공공임대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집이 어우러진 ‘미드타운’을 조성해 시민들의 직주(직장과 집) 근접이 가능하게 한다는 입장이고, 조정훈 시대전환 후보는 강남 3구를 포함한 주거 선호지역의 주택을 적극 매입한 뒤 서울시민에게 시중보다 저렴하게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금태섭 무소속 예비후보는 무리한 신규 공급 대신 서울형 공공 재개발로 2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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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성 있는 공약은

그야말로 각 후보마다 부동산 공약의 포부를 밝히면서 유권자들은 어떤 후보의 공약이 가장 현실성이 있으면서 유권자들에게 가장 좋은 공약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이어지고 있다. 워낙 많은 부동산 공약을 쏟아내면서 유권자들도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을 신뢰하지 못하는 그런 이유가 여러 가지 발생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과연 ‘1년짜리 서울시장이 실현 가능한 공약이냐’는 것이다. 박 전 시장이 과도한 규제와 공급 억제 등으로 인해 서울의 집값 상승이 이어져 왔기 때문에 과도한 규제 개선, 공급 확대 아이디어를 후보들이 내놓은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는 2.4 부동산 대책이 수요 억제에서 대량 공급으로 전환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대규모 개발을 위해서는 예산 확보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정확한 해법을 내놓은 후보들이 없다. 또한 택지 확보 역시 가장 심각한 고민거리인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없다. 2.4 부동산 대책이 서울 시내 32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내놓았지 실제로 어떤 택지를 어떤 돈으로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핵심은 1년짜리 서울시장이 과연 실현 가능한 공약이냐는 것이다. 이번에 서울시장에 당선이 되면 내년 6월까지가 임기가 되는 1년짜리 서울시장이다. 하지만 내놓는 대책은 짧게는 2~3년이 걸리는 대책들이다. 즉,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서울시장 후보가 계승을 해야 가능한 공약이라는 것이다. 엄청난 공사비에 지자체들과 지난한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그런 부동산 공약인데 그것이 1년만에 실현이 가능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런 이유로 ‘아니면 말고’식의 부동산 공약을 쏟아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도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를 하겠다고 하면 사업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지만 일부 후보들은 내년 대선까지 도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업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후보들이 내놓은 부동산 공약은 주로 공급 위주의 공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어간다. 서울시 한해 예산이 40조원이지만 이 예산 모두를 공공주택 개발 등 부동산 공약에 모두 올인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이런 이유로 부동산 공약에 따른 재원 마련에 대해 각 후보들은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아니면 말고’식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실현 가능한 공약이 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재원 마련 계획을 함께 내놓아야 하는데 유권자들에게 ‘장밋빛 공약’만 내걸었을 뿐이지 그것이 ‘신기루 공약’인지 아니면 ‘만질 수 있는 공약’인지에 대한 판단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각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에 대해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는

또 다른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2.4대책과의 관계 설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2.4 대책을 통해 서울 지역에 2025년까지 32만호의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4월 보궐선거에서 선출하는 서울시장은 1년짜리 임기의 서울시장으로 문재인 정부와 함께 한다. 따라서 2.4 대책에 대해 서울시장으로서 어떤 관계를 설정한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2.4 대책과 따로 노는 그런 부동산 공약을 내세우게 된다면 문재인 정부와 충돌이나 혼란이 거듭될 수밖에 없다. 특히 택지 개발 등의 문제는 문재인 정부와 각 후보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자칫하면 서울 곳곳이 ‘공사중’일 가능성도 있다. 이런 이유로 문재인 정부와 부동산 공급 대책에 대해 서로 협조하고 협의하는 자세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각 후보들은 그런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당 후보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겠다”고만 했을 뿐이지 부동산 공약에 대해서는 어떤 협조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다. 야당 후보들은 더할 나위 없이 문재인 정부 심판론을 앞세우기 때문에 더욱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다. 그러다보니 1년짜리 임기 시장이 문재인 정부와 충돌하게 되면서 그에 따른 정치적 혼란만 야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게 되면 부동산 공약은 추진도 되지 못한 채 좌초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아무리 좋은 공약을 내놓는다고 해도 현 정부와의 관계 설정을 제대로 해야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각 후보들은 부동산 공약을 내걸었지만 구체적인 실천 계획에 대해서는 아무런 내용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실현 가능하냐는 별개의 문제가 됐다. 1년짜리 임기의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십년 이상 장기 집권을 할 것 같은 그런 뉘앙스의 부동산 공약들이 쏟아지면서 유권자들은 장밋빛 기대에 부풀어 오르고 있다. 하지만 4월 보궐선거에서 선출하는 서울시장은 1년짜리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즉, 1년 동안 얼마나 알차게 추진하느냐 추진력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장밋빛 공약은 누구나 내놓을 수 있지만 그 공약을 얼마나 실천할 수 있느냐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각 후보들은 저마다 부동산 공약으로 서울시내 집값을 안정화 시키겠다고 하지만 1년짜리 서울시장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유권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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