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늘어나는 반려동물 가구…먹거리 안전은 ‘요원’
소‧돼지와 동일법령? 반려동물 단독 법 마련 목소리↑
식품 아닌 사료, 유통기한 지난 제품 팔아도 처벌 NO
전문가 “연구부족도 문제…시대 맞는 시스템 마련돼야”

반려동물은 이제 제2의 가족이라 불리는 존재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구가 1500만명에 육박하고 반려동물 관련 제품들의 소비도 함께 늘면서 펫 산업 또한 무서운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특히 섭취하는 음식이나 피부에 직접 사용하는 제품의 안전성은 건강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임에도, 반려동물을 둘러싼 먹거리와 제품들로 인한 크고 작은 피해는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반려동물 먹거리와 관련 용품들의 안전관리 실태 및 제도적 허점을 짚어보며 반려동물 시장의 현주소에 대해 살펴봤다.

반려동물 사료매대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인천 간석동에 사는 30대 여성 A씨는 최근 구입한 강아지 캔 사료에서 곰팡이를 발견했다. 황급히 유통기한을 확인했지만 연말까지 넉넉하게 남은 상태였다. A씨는 유통 업체에 해당 사실을 알렸지만, 제품을 회수해 원인을 파악하는 대신 대수롭지 않다는 듯 환불 처리를 해주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부산에 거주하는 20대 B씨는 지난해 한 펫페어에서 오래 먹는 껌, 강철 껌이라고 홍보하는 개껌을 구매해 반려견에게 급여했다가 췌장염 진단 등의 피해를 입었다. B씨는 같은 해 7월 해당 내용과 함께 반려동물 사료를 식품으로 등재해 철저한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국민청원을 올려 2844명의 동의를 얻었다. 

위 사례들은 반려동물의 생명과도 직결된 먹거리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다.

실제 한국소비자원 상담센터에 접수된 반려동물 식품 관련 소비자상담은 2012년 161건에서 2013년 320건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또 2017년부터 2020년 6월까지 반려동물 용품 관련해 접수된 소비자피해구제 141건 중 45.4%는 ‘제품 불량 및 부작용 발생’으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18년부터 2020년 6월까지의 반려동물 사료 관련 보도자료 총 520건을 분석한 결과, 반려동물 부정·불량 사료에 대한 불안 해소를 위한 제품 표시정보 및 인증제도 도입과 사료 관련 기준 및 위해 물질 관리기준 마련 필요성이 도출되기도 했다.

반려동물 사료는 반려동물의 건강과 직결돼 있는 중요한 품목이지만, 위생이나 안전성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소비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현행법상 반려동물 사료에 관한 위해성분과 표시기준 관리 법령 등이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국내 반려동물 사료 시장의 안전에 대한 신뢰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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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되는 방부제 논란…사료 관리 ‘빨간불’

반려동물 사료를 둘러싼 안전성 우려 요소로는 크게 유해성 논란과 미비한 표시기준 등을 들 수 있다. 그중에서도 사료에 첨가되는 방부제는 유해성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사료에서 합성보존료, 즉 방부제가 검출된 사실은 반려동물 시장의 안전성 우려를 키우는데 한몫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19년 8월 발표한 반려견용 수제 사료 및 간식 25종에 대한 안전조사결과, 무방부제 표기 15개 제품 가운데 7개서 방부제가 검출됐다.

이어 소비자단체 녹색소비자연대(녹소연)가 지난해 11월 충남대학교 농업과학연구소에 의뢰해 시중 프리미엄 사료 32개 제품에 대한 성분 검사를 실시한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무방부제라고 표시된 반려동물 프리미엄 사료 16개 중 12개에서 방부제가 든 것으로 나타났다.

무방부제 광고제품에서 방부제가 검출된 지 1년여 만에 또다시 같은 문제가 반복된 것이다. 

지난 2019년 소비자원 조사 결과 수분함량이 60%를 초과하는 사료 2개 제품 중 1개 제품에서 세균 수가 최대 1.1×10⁶, 대장균군이 최대 2.0×10² 검출됐으며, 동물성 단백질류를 포함하고 있는 냉동사료 1개 제품은 세균발육이 양성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같은 해 소비자원 조사 결과 사료 25개 중 11개, 44%가 성분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는 등 표시기준 부적합 제품으로 나타났다.

방부제는 사료의 부패 방지를 위해 쓰이는 첨가물이다. 흔히 합성 보존료에 대해 안전성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함량 등을 고려해 적절히 쓰인다면 오히려 유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세균 등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음식이 부패되면 영양 가치도 훼손되지만 그 과정에서 독소를 만들어내기에, 허가받은 적당량의 보존료는 인체를 대상으로 한 식품 첨가물로도 쓰인다.  

다만 반려동물 사료에서의 방부제 유해성 논란이 반복되는 배경으로는 사료관리법상 보존료 성분 함량 기준 등이 미비한 점이 지목된다. 원산지 표기 규정이 없는 데다 표시 기준 또한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기에 안전 사각지대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기준치 없거나 미흡…느슨한 제도에 사료 안전성 ‘흔들’

현재 반려동물 사료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사료관리법 하에서 관리되고 있다. ‘무방부제’로 표시하거나 광고를 한 제품에서 보존료가 검출된 점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한 것으로 이는 사료관리법 제13조 제2항이나 표시광고법 제3조에 따라 법률 위반의 소지가 있다. 

그러나 현행 사료관리법만으로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사료관리법에는 일부 보존제 성분에 대한 함량 기준이 없다. 보존제로 널리 사용되는 소르빈산의 경우 사람용 식품첨가물공전에서는 최대 3000ppm까지 허용하고 있지만 사료관리법에서는 별도의 허용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사료에 사용되고 있는 보존제 표기에 예외조항이 있어 소비자들이 상세한 정보를 알기 어렵다는 제도적 한계를 안고 있다.

사료관리법 시행규칙 제 14조 ‘용기 및 포장에의 표시사항 및 표시방법’에 따르면 제품 성분 표기 의무는 공정 과정에서 직접 첨가하는 원료에 한정돼 있다. 즉 이미 원재료에 보존료가 첨가된 경우에는 표기 의무를 예외로 둘 수 있어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치가 없는 상황이다.

만약 의도적으로 보존료가 첨가된 원재료로 사료를 제조하는 경우, 제조사가 보존료 명칭 표시를 제외할 수 있어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

사료의 위생상태와 직결되는 위해미생물 기준 또한 미흡하다. 반려동물 사료의 경우 캔 간식 등을 포함한 일부 제품은 기호성을 고려해 수분함량이 높다. 이에 변질 우려가 큰 만큼 위해미생물에 쉽게 오염될 가능성이 높아 건식 사료 위주의 축산 사료보다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수분함량이 60%를 초과하는 제품의 경우 별도의 세균수와 대장균군 기준 등이 마련돼 있지 않다. 사료관리법상 위해미생물에 대한 기준은 ‘수분 14% 초과, 60% 이하 사료’와 ‘동물성 단백질류를 포함하지 않은 냉동 사료’에 대해서만 마련돼 있는 실정이다.

이에 소비자원은 수분 60% 초과 사료 및 단백질류를 포함하고 있는 냉동사료에 대한 대장균군 등 위해미생물의 기준 추가 및 세균발육 시험법 마련 등을 농림축산식품부에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본보 확인 결과 별도로 사료관리법상 위해물질 규정 등이 강화된 내용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부 관계자는 “추가 기준 마련 등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원산지 표기에 대한 규정이 없는 점도 문제다. 중국에서 재료를 수입해 한국에서 제조만 해도 ‘국내산’으로 표기가 가능한 등 허점이 있다.

반려동물 사료의 문제는 유통과정에서도 나타난다. 유해물질 오염 등 사고 발생 우려가 있지만 유통·판매업자의 안전준수 의무는 따로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일례로 사람이 먹는 식품의 경우 유통기한 지난 식품을 판매한 업체에도 책임을 물어 법적 처벌이 가능하지만 반려동물 사료나 간식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 

사료관리법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 판매에 대한 처벌 규정은 따로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4월 1일 롯데마트 모 지점에서는 유통기한 지난 고양이 간식이 판매됐지만 별다른 처벌 없이 환불 등 마트 자체 대응으로 마무리되기도 했다.

유해물질 검사기준이 마련돼 있는 경우라고 해도 강제성이 부족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점도 지적됐다. 사료관리법 상으로 사료에 대한 유해미생물 검사는 1년에 2번, 중금속과 농약 검사는 1년에 한 번씩 자가품질검사를 진행하고 서류를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이는 엄격한 관리보다는 사업자의 기본 의무 영역에 가깝다. 사료 회사가 자의로 안전성 평가를 하지 않을 경우 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가품질검사의 경우에도 비용이 들기에 일부 영세업체의 경우 기준치에 대한 인지를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비용 문제로 검사를 누락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며 “최근에는 당국에서 차츰 모니터링이나 전수조사 등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적발되지 않는 이상 문제없이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2017 동물용의약품 및 의약외품 등 관리에 관한 법규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
ⓒ2017 동물용의약품 및 의약외품 등 관리에 관한 법규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

제도 땜질 나선 정부…반려동물 별도 법안 목소리도↑

이런 문제들을 인식하고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반려동물 사료의 안전성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반려동물 사료에 대한 원료·가공·표시기준을 정비하는 등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섰다. 유기인증제품의 확대 및 반려동물 특성(품종, 연령 등)을 고려한 DB구축 등 품질향상과 안전성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최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는 반려동물 사료의 안전관리 및 표시사항의 적정성 점검 등을 강화하며 모니터링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온라인 거래 반려동물 사료제품에 대해 중금속, 잔류농약 등 유해물질 73종 분석을 실시하고 있다.

다만 축산업의 발전을 목적으로 한 현행 사료관리법의 한계점도 지적되는 상황이다. 주로 농장동물에 초점이 맞춰졌기에 반려동물의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만큼, 별도의 관리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사료관리법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일본의 ‘반려동물 사료안전법’과는 달리 사료의 ‘관리’에 초점이 맞춰진다. 일본의 경우 원료에 포함된 인공첨가물과 원산지 국가에 대해서도 모두 표기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미 미국·유럽·일본에서는 식품위생법 하에서 동물 사료를 다루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동물 사료를 사람의 식품 수준으로 관리하자는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린다. 

전문가들 또한 관련 연구와 법안 개선 등 좀 더 시대에 맞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물 권익보호 운동 ‘굿보이토토’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권혁호 수의사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유해물질 기준 미비와 관련해서는 아직 보존제가 어느 정도의 용량 이상이어야 사람이나 동물에게 해를 끼친다는 내용이 검증된 논문이나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서인 탓도 있다”며 “현재 한국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은 1000만 규모로 추정되는데 6.25이후에 사용해왔던 축사식 농장동물에 적용된 법을 조금 세련되게 고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울러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규제를 가하는 부정적 접근이 아닌, 법령에 없는 문제들은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 해결하는 규제 샌드박스 같은 해결책이 적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건국대 수의학과 박희명 교수는 “현행 사료관리법이 농장동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반려동물용 사료를 고려한 관리제도가 미흡하다”며 “농장동물용 사료는 쉽게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렵지만 반려동물용 사료의 경우 가정에서 흔히 노출되는 만큼 보건위생상 관리기준이 별도로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반려동물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 기대치가 높아진 만큼 관련 연구와 동시에 안전성을 촘촘하게 강화할 수 있는 시장 모니터링 시스템과 관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부 관계자는 “반려동물 사료가 사료관리법에 따라 산업동물 사료와 동일하게 관리되고 있어, 다양화 및 고급화 되고 있는 시장변화에 대응이 미흡한 상황 등을 고려해 반려동물 사료에 특화된 관리기준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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