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철 지음│124*190mm│1만2800원│김영사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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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고통 경험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고통이 무의미한 것으로 지각된다는 것이다. 고통 앞에서 우리를 지탱해주고 방향을 제시해줄 의미연관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고통을 감내하는 기술을 완전히 상실했다.  _34쪽

“만성적 고통이 견딜 수 없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오늘날의 사회가 의미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만성적 고통은 의미를 상실한 우리 사회를, 우리의 이야기를 잃어버린 시대를 반영한다. 이런 사회와 시대 안에서 삶은 벌거벗은 생존이 되었다. 진통제나 마음 연구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이것들은 그저 고통의 사회문화적인 원인을 가릴 뿐이다.” _49쪽

【투데이신문 진선우 기자】 팬데믹 시대에 생존이 절대화된 생존사회에서 고통공포에 지배돼 만성 마취에 빠진 진통사회에 대한 분석을 다룬 책 <고통 없는 사회>가 출간됐다. 이 책은 저자의 날카로운 철학적 접근을 통해 지속적인 안락함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고통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도서는 하이데거, 니체, 헤겔 등 저명한 철학자들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다각도로 분석해 고통이 곧 ‘고통의 윤리’에 관한 성찰로 이어지도록 독자들을 이끈다.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독일 철학자’로 불리는 저자 한병철은 사회비평가로서, 유럽과 한국 사회에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피로사회>를 비롯해 <심리정치>, <타자의 추방>, <투명사회>, <에로스의 종말> 등 예리하고 독창적인 시각으로 다수의 책을 집필한 이력이 있다.

저자는 밀어낼수록 더 예민해지고, 몰아낼수록 삶의 활력을 모조리 앗아가는 고통의 역설을 바탕으로 “행복이 영구히 지속되는 고통 없는 삶은 더이상 인간적인 삶이 아니다”라며 ‘사회가 책임져야 할 고통의 무게’에 대해 깊이 고뇌할 필요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총 11장의 목차로 구성된 이 책은 고통공포를 시작으로 행복 강요, 생존, 진실로서의 고통, 고통의 변증법·존재론·윤리학 등 고통과 관련된 전반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책을 출간한 김영사 관계자는 “이번 책이 고통을 몰아내도 오히려 고통의 총량은 늘어나는 출구가 없어 보이는 팬데믹 현실에 균열을 내는 비수 같은 책이 되길 희망한다”고 출간 평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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