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계속 접촉, 북한은 여전히 무응답
성 김 대북특별대표 임명은 ‘깜짝선물’
카운트 파트너로 최선희 거론되고 있어
대화 테이블에 앉는걸 고민하는 북한
북한의 고민은 점차 길어질 수밖에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을 개최한 후 북한은 여전히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의 윤곽을 확연히 알 수 있었던 정상회담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장고에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북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을 향해 확실한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당근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열린 한미정상회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 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깜짝 임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깜짝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북한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고, 북한과의 협상을 주도했던 인물이 성 김 대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발탁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이유로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거절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성 김 대표의 발탁에 대해 굳이 비판을 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잠행은 길어지고

다만 북한이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과거와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과거에는 한미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과격한 발언을 통해 한미정상회담을 맹비난했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대북 문제에 있어 공조를 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나아가겠다고 선언이라도 한다면 북한은 우리나라와 미국을 향해서 맹비난을 퍼부었다.

그런데 올해는 정상회담 이후 계속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맹렬한 비난을 퍼붓거나 환영한다는 반응이 나올 법도 하지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북한이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시그널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왜냐하면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북한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한다면 우리나라와 미국을 향해 맹비난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침묵을 하면서 북한이 고민에 들어갔다는 반응이다. 그것은 결국 성 김 대표의 카운트파트너를 선정하는데 고심을 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성 김 대표의 카운트파트너로 꼽히는 인물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다. 최 부상은 2005년 6자회담 때부터 성 김 대표와 가장 많이 논의를 해왔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2018년 북미 상가포르 합의 때 주필리핀 대사였던 성 김 대표가 판문점에서 6차례 만나 협상하고 최종합의문을 작성하기도 했다.

성 김 대표의 협상 재량권

다만 북한이 성 김 대표에 대해 과연 진짜 반가워하는지 여부다. 일각에서는 성 김 대표에 대해 마뜩찮게 생각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왜냐하면 성 김 대표가 협상 재량권을 갖고 있지 않다고 판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 1부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고 보고를 하면서 사실상 김 위원장과 협상하는 효과를 갖고 있지만 성 김 대표는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했다는 상징성 이외에 실제로 협상 테이블에서 협상 재량권을 갖고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이다.

따라서 최 1부상을 내보내기 쉽지 않은 것도 북한으로서는 현실이다. 또한 이번 한미정상회담서 우리나라와 미국은 대북 대화를 강조했지만 사실상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다.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당근책이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단순히 대화를 하기 위해 대화 테이블에 앉을 생각이 현재로서는 없어 보인다.

북한은 계속해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폐기하지 않으면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이런 이유로 북한이 대화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따라서 그에 대한 후속 당근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지원이나 한미군사훈련 연기 등의 당근책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백신 지원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대북 제재에서도 벗어나기 때문에 우리나라나 미국에서 적극 검토할 수 있는 정책이다.

결국 북한 침묵 길어질 것

하지만 이 같은 당근책에도 불구하고 결국 북한의 침묵은 길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으로서는 협상에 실패를 한다면 그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기 때문에 협상에 쉽게 고개를 내밀지는 못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인데 어설프게 대화 테이블에 앉았다가 적대시 정책을 폐기하지 못하고 미국에게 퍼주는 형태가 될 경우 그에 따른 후폭풍이 상당히 거세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도 대화 테이블에 앉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더욱이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실무진이 아닌 직접 협상을 원했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실무진 협상을 중시한다. 북한의 실무진으로서는 실수를 하게 되면 숙청을 당하기 때문에 대화테이블에 나가는 것에 대해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침묵이 길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나 미국 모두 북한이 결국 대화 테이블에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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