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이후 CEO 4명 연속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KT새노조 “구 사장 기소될 경우 약속대로 해임해야”

KT 구현모 대표이사 ⓒ뉴시스
KT 구현모 대표이사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KT의 국회의원 불법 후원 의혹을 조사하는 검찰이 구현모 대표이사를 소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KT는 이번 구 대표의 소환으로 4명의 CEO가 연달아 검찰의 수사망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게 됐으며, 이에 따른 대표이사 경영 리스크도 반복되는 모습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지난 4일 구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일각에서는 황창규 전 회장의 소환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 대표는 지난해 3월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그룹의 기업가치 향상을 강조했지만 황 전 회장 시절부터 이어져온 CEO 리스크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KT는 지난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회삿돈으로 상품권을 사들인 후 되파는 소위 ‘상품권깡’으로 11억5000만원을 확보한 뒤, 이 중 4억3790만원을 대관부서를 통해 제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후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국회의원 후원금 한도가 500만원으로 정해져 있는 점을 감안, 임직원과 가족의 명의를 동원해 쪼개기 후원을 했다는 혐의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경찰은 지난 2017년 11월부터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으며 이듬해 1월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이후 2019년 1월에 이르러 황 전 회장과 구 대표 등 KT 전·현직 임원 7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업무상횡령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당시 시민단체와 KT새노조는 KT의 비자금 조성 및 쪼개기 후원을 규탄하는 한편, 배임‧횡령‧탈세‧불법파견 등 경영비리 의혹 전반에 대한 확대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며 황 전 회장의 퇴진을 강력히 촉구했다. 결과적으로 황 전 회장은 임기를 모두 채웠지만 업계에서는 여론의 악화로 연임에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KT CEO에 대한 각종 비리 의혹과 이에 따른 검찰 수사는 지난 2002년 민영화 이후 수차례 반복되고 있다. KT는 민영화 이후 1기 CEO였던 이용경 전 대표를 제외하면 남중수‧이석채‧황창규‧구현모 등 전현직 CEO들 모두 위법 의혹에 따른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실제 남 전 대표는 뇌물수수 혐의로 지난 2008년 10월 퇴진했고, 이 전 대표는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2013년 11월 사퇴했다. 이 전 대표에 대한 횡령 및 배임혐의는 무죄가 확정됐지만, 퇴임 이후 불거진 KT 채용비리 의혹은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지난해 3월 선임된 구 대표는 34년간 KT에 몸담았던 인물로 회사의 체질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구 대표 역시 황 전 회장의 첫 비서실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선임 당시 이미 불법 후원 의혹으로 검찰에 송치돼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당시 일각에서는 황 전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구 대표가 CEO에 오른 후 혐의점들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 가운데 구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가 시작되면서 또 다시 KT의 CEO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반복 되는 모습이다. 만약 수사과정에서 혐의가 어느 정도 확정된다면 구 대표의 퇴진을 향한 목소리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KT새노조는 구 대표 소환 당일 성명을 내고 “검찰은 늑장 수사를 통해 시간을 질질 끌었고, 이사회는 기업 존립 차원의 리스크가 발생할 공산이 큰 범죄 혐의자를 검찰수사 지연을 틈타 조건부 CEO로 뽑았다”라며 “결국 구현모 사장이 현직 사장으로 검찰에 소환됨에 따라 KT는 민영화 이후 모든 CEO가 검찰에 불려가는 관행 아닌 관행이 확립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안타깝고 참담한 관행이 현실화 된 데 대해 KT새노조는 늑장 수사의 책임 주체인 검찰과 조건부 CEO선출이라는 무리한 의사결정 책임주체인 이사회를 강력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KT이사회는 구현모 사장을 조건부 CEO로 선출할 때부터 떠안게 된 시한폭탄 같은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구현모 사장 기소될 경우 애초 이사회의 약속대로 구 사장은 즉각 해임돼야 할 것이며 이사회는 이에 대비한 법적 경영적 예비 작업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KT새노조가 말하는 즉각 해임과 관련한 이사회의 약속은 구 대표와 회사가 맺은 경영계약서에 담긴 내용을 말한다. 이 경영계약서에는 ‘CEO 임기 중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 또는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져 1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이사회가 사임을 권고할 수 있고 CEO는 이를 받아들인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임기 중’이라는 문구에 ‘임기 이전 위법 사실’이 포함되는 것인지를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어 법원 판결 이후 KT 이사회가 실제 사임 권고에 나설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KT 관계자 역시 “임기 중에 대표이사가 법령을 위반 하거나 정관을 위반한 일이 있을 때 이사회에서 사임을 요구할 수 있고 대표이사는 이를 수용해야 한다. ‘임기 중’이란 임기 가운데 발생한 일을 말한다”라며 취임 이전 사안은 관련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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