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구현모 대표 ⓒ뉴시스
KT 구현모 대표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KT 구현모 대표가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와 관련해 벌금을 선고 받았다. 다만, KT는 금고형 이상일 경우에만 사임 권고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구 대표에 대한 해임안은 이사회에서 다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7단독(신세아 판사)은 지난달 20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된 구 대표에게 벌금 10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임원 9명에게는 벌금 400~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어 같은달 25일 진행된 업무상횡령 혐의 재판에서는 구 대표 외 임직원 9명에게 벌금 300~500만원이 선고됐다. 

KT 전·현직 임원들은 지난 2014년부터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회삿돈으로 상품권을 사들인 후 되파는 소위 ‘상품권깡’으로 11억5000만원을 확보한 뒤, 이 중 4억3790만원을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후원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은 제19·20대에 걸쳐 99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국회의원 후원금 한도가 500만원으로 정해져 있는 것을 감안해 임직원과 가족의 명의를 동원, 쪼개기 후원에 나섰다는 혐의도 제기됐다. 

상품권깡이나 쪼개기 후원에 대한 정황은 약식기소 재판을 통해 사실로 인정됐다. 그러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정점으로 지목된 황창규 전 회장은 공모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 됐다. 구 대표의 경우 2016년 9월 경 국회의원 13명에게 1400만원의 정치자금을 후원한 혐의로 약식기소 대상이 됐다. 

이 사안은 구 대표의 취임 때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 구 대표가 황 전 회장의 첫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으며 선임 당시 이미 국회의원 불법 후원 의혹으로 검찰에 송치돼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구 대표가 금고형보다 낮은 수위의 벌금을 선고 받음에 따라 이사회의 사임 권고는 논의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T는 ‘CEO 임기 중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 또는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져 1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이사회가 사임을 권고할 수 있고 CEO는 이를 받아들인다’고 규정하고 있다. 

KT 역시 정관에 근거해 경영상의 사법 리스크가 사실상 해소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구 대표의 경영실적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아 임기 마지막까지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과의 각자대표 체제는 무리 없이 유지될 전망이다.

실제 금융투자업계에서도 KT가 실적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투자는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추세, 2022년 주파수상각비용 전망치, 오픈랜 시장 참여 본격화 등을 근거로 KT가 2022년에도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법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벌금 처분을 받은 구 대표와 임원들에 대한 비판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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