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미, 케이만군도 법원에 상속권 관련 문서 접수 보도 나와
조세회피처 내 신격호 숨겨진 자산 존재 여부에 관심 쏠려
롯데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사안으로 보여 확인 어려워”

지난해 3월 7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 놓여 있는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영정.ⓒ뉴시스
지난해 3월 7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 놓여 있는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영정.ⓒ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롯데그룹 창업자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딸 신유미씨가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영국령 케이만군도에서 상속관련 법적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주 한인 언론인 <선데이저널>은 지난 10일 신유미씨가 올해 3월 케이만군도 법원에 ‘신격호(일본명 다케오 시게미쓰)의 재산과 관련한 특별허가 요청’ 문서를 접수했다고 보도했다.

신씨는 신 명예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

보도에 따르면 신씨가 접수한 문서는 신 명예회장의 재산 권리와 관련해 케이만군도 상속법 제4조에 대한 특별허가요청 서류다.

케이만군도 상속법에 따르면 법원의 특별한 허가 없는 경우 사망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상속에 대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신 명예회장은 지난해 1월 19일 타계했다. 이에 신씨는 케이만군도의 법적 기간을 지난 시점에도 상속권을 행사하기 위해 법원에 이 같은 특별허가를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서씨가 케이만군도에서 신 명예회장 재산에 대한 상속권을 요청한 것으로 이는 케이만군도에 신 명예회장의 재산 일부가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신씨가 제출한 서류에 청구 취지 외 상세한 설명이 없어 신씨가 권리를 주장하는 신 명예회장의 재산 성격이나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케이만군도에 신 명예회장의 공개되지 않은 계좌 또는 법인을 통한 자산이 있을 것이라는 등 신씨 상속권 청구와 관련해 여러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상당수 대기업들이 법인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케이만군도는 대표적인 조세회피처로 역외세 의혹 등과 연계돼 거론되는 곳이다. 롯데그룹 또한 계열사 등을 통해 케이만군도에 상당수 법인을 설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2016년 신격호 회장의 역외탈세에 따른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될 당시 롯데쇼핑과 롯데홈쇼핑을 통해 케이만군도에 설립했던 유한회사 LHSC가 주목받기도 했다.

당시 롯데쇼핑과 롯데홈쇼핑이 지난 2010년 7월 LHSC를 설립하고 1900억원을 투입해 중국 홈쇼핑 업체 ‘러키파이’를 인수했다. 하지만 2015년 럭키파이가 인수 5년 만에 16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내면서 당시 M&A나 투자에 배경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졌다. 급기야 LHSC가 신격호 명예회장의 비자금 조성이나 역외 탈세 용도로 활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지난 2016년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기도 했다. 검찰 조사 결과 신 명예회장은 해외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일본홀딩스 지분 3.2%를 신유미씨와 신씨의 어머니 서미경씨에게 증여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서미경씨는 증여세 포털 혐의로 기소됐지만 공소시효를 넘겨 소송을 종결하는 면소 판결이 내려졌다.

신격호 명예회장 타계 후 신유미씨에 대한 상속 내용은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국내 계열사 지분 상속 과정에서 신씨는 배제됐다. 이에 신격호 명예회장의 부동산 등 알려지지 않은 자산 또는 일본 등 해외자산 일부가 신씨에게 상속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회사별 상속 지분의 41.7%, 신영자 전 이사장이 33.3%,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법정 상속 비율인 25%를 받았지만 신유미씨는 전혀 받지 못했다. 공개된 지분 외 부동산 등 알려지지 않은 재산과 일본 내 유산 상속 상황도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신씨의 이번 케이만군도에서의 상속 작업이 신동빈 회장 등 다른 상속자와 합의된 내용인지는 불분명하다. 만약 상호간 합의되지 않은 경우라면 상속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롯데그룹 측도 신씨의 상속 관련 청구 내용이나 대상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사안으로 보이는 만큼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다만 앞서 상속정리 할 때 (해외자산 등) 다 포함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자산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팩트(사실)가 아닌 가능성일 뿐,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격호 명예회장과 서미경씨의 딸인 신유미씨는 일본 국적으로 과거 롯데호텔 고문을 맡기도 했지만 현재는 국내에서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일본 국적으로 일본인과 결혼해 일본에서 생활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