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실사 없이 오는 24일 투자계약 체결 예정
수천억원 추가 자금, 부동산 매각으로 마련할 듯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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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저비용항공사 이스타항공의 인수후보자로 주식회사 성정이 확정됐다. 인수후보자로 결정된 성정은 정밀실사 없이 오는 24일 투자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다. 다만 이스타항공 정상화를 위해서는 인수금액 외에도 2000억원 가량의 추가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성정의 자금 동원력에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22일 이스타항공의 최종 인수자로 성정을 결정했다. 앞서 이스타항공과 가계약을 체결했던 성정은 쌍방울 그룹 계열사가 참여한 광림 컨소시엄이 본입찰에 참여한 이후, 인수가격을 높여 다시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광림 컨소시엄은 차순위 인수예정자로 결정됐다.  

성정은 약 1100억원을 투입해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약 800억원은 그동안 체불됐던 임금과 퇴직금 등 공익채권 변제에 사용되고 300억원 가량은 회생채권 상환에 쓰일 예정이다. 인수합병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진행됐던 정밀심사는 생략하며 오늘 24일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성정은 충청남도 부여에 본사를 두고 있는 건설기업으로 골프장인 백제컨트리클럽과 토목공사업체인 대국건설산업 등을 관계사로 두고 있다. 성정의 오너 형남순 회장이 두 관계사를 경영하고 있으며 아들 형동훈씨가 성정의 대표를 맡고 있다. 성정의 지분은 형 회장이 4.05%를 갖고 있고 아들 형동훈 대표와 딸 형선주씨가 각각 48.32%, 47.63%를 보유하고 있다. 

성정은 충청 지역에 기반을 둔 알짜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지만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도 여전히 남아 있다. 관계사의 매출까지 모두 합쳐도 400억원에 불과한 만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이전에 매출 5000억원 대를 기록했던 이스타항공을 품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실제 성정은 지난해 매출 59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5억5000만원, 2억원에 머물렀다. 심지어 전년도는 매출 28억8000만원을 올리는 가운데 18억원의 영업손실과 2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보이기도 했다. 

이스타항공은 인수가격 외에도 약 1500억원~2000억원대의 추가 비용의 투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항공사 리스사, 정유사, 카드사 등의 회생채권을 인수가격에서 일부 제한다고 해도 1500억원 가량 빚이 남을 것으로 알려졌으며, 운항 중단 이후 기업정상화를 위한 운항증명서(AOC) 재취득, 신규 항공기 리스 등에도 추가 자금이 소요될 예정이다. 

이밖에 아직 항공업계가 불황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도 경영 리스크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이후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적자 경영이 이어진다면, 성정의 매출 수준으로 지속적인 운영을 해나가기는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성정이 백제컨트리클럽을 매각해 필요한 자금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 회사의 자산규모가 지난해 기준 963억원에 이르는 만큼 회사 운영에 필요한 실탄 마련을 위해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선택사항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던 것이다.

하지만 형 회장은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관계사 매각 없이도 충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는 2000억원 대 규모의 골프장을 비롯한 부동산 매각을 통해 약 3000억원을 조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으며, 회생채권자들과의 협의를 거쳐 장기상환 및 출자전환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의 김유산 대표이사도 성정의 자금력에 대해서는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날 <뉴시스>를 통해 “11월 재운항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희망퇴직자와 정리해고자도 순차적으로 채용할 것”이라며 “성정 형남순 회장이 항공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남다른 만큼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외부에서 우려하는 자금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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