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호텔, 경영난 이유로 정리해고 절차 강행
정리 해고 기준…‘영어테스트’, ‘재산세’ 논란
‘경영난 vs 노조 와해’…노사갈등 현재 진행형
노조 “부당 해고 강행 시 법적 대응 이어갈 것”

지난 28일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등 6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서울 중구 명동 세종호텔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출처=민주노총>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서울 명동 ‘세종호텔’이 10월 희망퇴직과 정리해고 기조를 강행한다. 특히 조리나 식기 세척 담당자들에게까지 ‘외국어 구사 능력’ 등의 정리해고 기준이 적용되자 노동계에서는 비합리적인 해고라는 비판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등 6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8일 서울 중구 명동 세종호텔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호텔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재난 적자 경영을 오로지 노동자에게만 전가하고 있다”며 정리해고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세종호텔은 지난 2020년 12월 강제 희망퇴직을 통해 50여명의 정규직을 비자발적으로 내보냈으며, 올해 들어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19명의 정규직 직원을 해고했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위기를 이유로 최근까지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 모집 공고를 세 차례 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을 위한 기준’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을 이어가고 있다고 노동계는 호소했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을 위한 기준’ <사진출처=세종호텔 노조 제공>

영어테스트·재산세 둘러싼 노사 ‘입장차’

세종호텔 측이 노동자들에게 제시한 ‘합리적이고 공정한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을 위한 기준’에 따르면 평가 기준에는 인사고과 성적뿐만 아니라 외국어 구사 능력(5점) 항목이 포함된다. 평가 기준은 100점 만점으로, 낮은 점수를 받은 노동자가 정리해고 대상자로 선정되는 방식이다.

지난 12일에서 13일까지 세종호텔은 해당 기준을 근거로 노동자들에게 필수 조건인 영어구술과 더불어 일본어와 중국어 중 하나를 택해 시험을 치르라고 공지한 바 있다. 각각 배점은 영어는 3점, 일본어 또는 중국어 2범으로, 상·중·하로 등급을 매겨 점수를 부여한다.

재산세 납부 내역에 따라 재산 보유 항목도 평가해 점수에 반영한다. 노동자들이 가진 재산이 높으면 높을수록 재산 보유 점수는 낮게 책정된다.

세종호텔 노동자들은 ‘영어테스트’와 ‘재산세’ 항목에 대한 평가가 비합리적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호텔 측은 해당 기준이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세종호텔 측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를 통해 “호텔 업계에서 근무한다면 기본적인 외국어 구사 능력은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외국어 구사 능력의 경우 토익이나 토플처럼 어려운 시험이 아닌 아주 기본적인 영어로, 이를 구술시험으로 적용한 것이다. 이러한 시험을 보지 않은 이들에 대해서는 점수를 줄 수 없다. 시험을 치르지 않았는데 점수를 부여할 수는 없지 않은가”며 되물었다.

이어 “재산 보유도 사실상 기본적인 점수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예를 들어 한 노동자가 20억원에서 30억원에 달하는 재산세를 납부한다고 가정한다면 4점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정리해고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다. 때문에 호텔 측에서는 이런 논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노조의 반발을 일축했다.

끝으로 “호텔에서 근무하는 전 직원들이 해당 세부 항목을 통해 심사 받으며, 평가는 외부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세종호텔 식음료 업장 영업종료 안내 포스터 <사진출처=세종호텔>

정리해고의 목적?…‘경영난’ vs ‘노조 와해‘

정리해고 자체에 대해서도 노사 간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노조 측은 경영진의 입맛에 맞는 경영을 위해 이번 정리해고를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호텔 측은 경영난으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노조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가 시행됨에 따라 관광업계들이 하나둘 기지개를 켜는 상황 속에서 무더기 정리해고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세종호텔지부 고진수 위원장은 본보와의 통화를 통해 “다른 곳은 위드코로나로 재기를 준비하는 반면 현재 세종호텔은 정규직이 엄청나게 줄어든 상황이다. 영업을 이어가겠다면서도 객실 정비마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로 인해 현장에선 총 4명이서 수많은 객실을 전담한다. 때로는 주말에 손님들이 와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식음 사업장을 닫은 후에는 기업 대상 출장 웨딩을 했었는데, 호텔 측이 위약금을 물어가면서 계약을 모두 해지했다. 이는 결국 식음 사업장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들을(관련 노동자들을) 잉여잉력으로 만들고, 정리해고 절차를 밟으며 노동조합을 와해시키려는 목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규탄했다.

고 위원장은 “정작 직원들은 10년 가까이 임금 인상 한번 없이 오히려 성과연봉제를 악용한 삭감된 임금을 받으며 고통을 감내해왔다. 정규직을 극소수로 남겨 놓고 불안정노동인 하청, 외주화 방식으로 바꾸려는 세종호텔 측의 속셈을 우리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의 강한 반발에도 세종호텔은 경영상의 이유로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이어왔다는 입장이다. 

세종호텔 관계자는 “회사의 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급여를 삭감하기는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임금동결로 가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임금동결은 노사 협의를 통해 진행된 상황이다. 해고를 통해 위기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임금동결이 나름의 해결방안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봉삭감의 기준을 공개하기는 어렵다. 다만 직원 개개인의 직무 능력은 부서별 팀장이 평가하므로 제각기 다르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으로 연봉을 삭감하는 일은 절대 없었다. 개개인의 근무 능력에 따라 연봉삭감은 이뤄질 수 있지만, 경영난을 핑계로 연봉을 줄이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전년에도 3월부터 11월까지 8개월 동안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은 바 있다. 고용유지지원금 수령과 일부 직원들의 자발적인 임금 삭감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호텔을 운영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정리해고를 이어가는 것이다. 경영상 여러 가지 상황이 있으므로 불가피한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호텔 측은 이번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최소한의 인원만 가동하며 운영할 예정이다. 그러나 노조 측은 정리해고를 계속해서 강행한다면 호텔에 대한 법적 대응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렇듯 노사 간 갈등이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양측의 충돌은 점입가경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