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 부당해고
경영난 주장 불구…고용유지 지원 신청 하지 않아
완강한 사측 태도, 노동자 500일 넘도록 복직 못해
법정 공방 장기화 전망…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김계월 아시아나케이오 지부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아시아나케이오 복직판결 이행, 국회가 나서라! 시민사회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김계월 아시아나케이오 지부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아시아나케이오 복직판결 이행, 국회가 나서라! 시민사회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코로나 1호 정리해고자’

국내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이후 그 여세는 좀처럼 잠잠해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해 1월 20일, 당시 질병관리청(당시 질병관리본부)은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하기에 이르렀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는 경영상 직격탄을 맞았다. 항공업계에서는 정리해고가 줄줄이 이어졌고 관련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출근길에 올랐다. 그러나 얇디얇은 살얼음판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무게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의 비행기 승객수화물 하기 및 객실 청소를 담당하는 하청업체인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2월 아시아나케이오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순환 무급휴직을 시행했다. 이후 3월, 노동법을 토대로 70%의 휴업수당 지급을 노사의 논의를 통해 결정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고 희망퇴직 시행을 공고했다. 단 사흘 만에 이뤄진 일이다. 희망퇴직 시행 공고와 동시에 무급휴직 시행을 강제하자 노동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에 응했다. 아시아나케이오는 4월 무기한 무급휴직 동의 서명을 하지 않은 이들의 정리해고 예고를 통보했다.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은 그렇게 코로나 1호 정리해고자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아시아나케이오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노동자들 중 120명은 희망퇴직 처리됐으며, 370명은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했다.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은 8명은 정리해고 예정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사측은 5월 11일 무급휴직을 거부한 8명을 정리해고 처리했다. 이들은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한 채 거리에 나앉게 됐다.

지난 4월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에서 원직복직을 위한 오체투지 행진을 하는 모습
지난 4월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에서 원직복직을 위한 오체투지 행진을 하는 모습 ⓒ뉴시스

‘고용유지지원금‘,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은 아시아나케이오

코로나19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부는 당시 어려움을 겪던 항공기취급업을 특별고용지원 업종에 포함시키고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휴업을 선택한 사업주가 고용을 유지한다면 코로나19로 인해 집합 제한 업종의 휴업수당 90%를 지원해주는 제도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는 총 7만2000개 사업장의 속한 77만명에게 2조2779억원의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했다. 이어 올해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으로 1조5416억원을 편성했으며 올해 1월 1일에서 15일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은 사업장만 해도 2만 1000개에 달한다.

아시아나케이오는 임금 보전에 필요한 돈의 10%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90%는 노동부의 지원을 받아 회사 운영비용의 상당 부분 충족해 하청 노동자들을 보호할 방법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선택하지 않고 직원들의 무급휴가를 결정했다. 

아시아나케이오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는 임금체불 소송이었다. 그러나 유급휴일, 휴직을 통한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의 경우 임금체불이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제외 관련 별도의 규정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아시아나케이오 사태를 보며 고용유지지원금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측이 전체 임금의 10%의 비율도 지급하지 않기 위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는다면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부의 혜택을 누릴 수 조차 없다는 것이다.

아시아나케이오 공대위 조직쟁의 정원섭 부실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고용유지정책이 존재함에도 이를 활용하지 않은 이번 사태를 보며 노동법,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고 막무가내식 운영 태도가 그대로 드러났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사측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애초에 특별 고용유지 제도를 확대하던 지난해 4월에 신청을 노동자들이 할 수 있도록 요구했으나 이뤄지지 않았고 이런 사태까지 벌어지게 됐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동자들이 고용유지 정책에 대해서 직접 신청할 수 있는 예방이 가능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회사와 국가 모두에서부터 보호받지 못한 정리해고자들은 지난해 5월 6일부터 천막농성을 벌이며 거리에서 복직을 위한 싸움을 시작했다.

김정남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KO 지부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출입문 앞에서 피켓 시위중 법원 직원들과 몸싸움을 하다 쓰러져 있다.
김정남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 지부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출입문 앞에서 피켓 시위중 법원 직원들과 몸싸움을 하다 쓰러져 있다. ⓒ뉴시스

세 번의 ‘부당해고‘ 및 ‘원직복직‘ 판정에도 복직 못 하는 노동자들

부당해고 노동자들은 500일이 넘는 투쟁 기간 동안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서울행정법원 등 세 곳은 총 세 번의 부당해고 및 원직복직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여전히 원직에 복직하지 못한 채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그들은 지난해 5월 해고 직후 인천지방노동위원회(인천 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그리고 그해 7월 인천 지노위는 아시아나케이오의 정리해고를 부당해고로 판정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상황이 어려워졌음에도 해고 회피 노력 및 정리해고 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노위의 해고자 복직 및 해고 동안 미지급된 임금 지급 명령에 불응한 아시아나케이오는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다. 그러나 같은 해 8월 중노위 역시 아시아나케이오의 행위가 부당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이번 부당해고 사건에 대한 지노위의 판정을 유지한 것이다.

이에 승복하지 않은 아시아나케이오는 중노위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냈고, 올해 8월 서울행정법원은 원고의 패소 판결을 내렸다. 경영상 긴박한 필요성은 인정되나, 해고를 피하려는 사측의 노력 등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봤다. 

이렇듯 지난해 7·8월에 이어 올해 8월까지 노동위원회와 법원 모두 총 세 번의 부당해고 및 원직복직 판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케이오는 지난 7일 노동조합에 해고노동자들이 복직한 뒤 바로 퇴사하는 안을 전달했다.

이를 거부하자 아시아나케이오는 항소를 이어갔다. 긴 법정 싸움을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원섭 부실장은 “하루 복직 후 퇴사를 요구하는 것은 조롱이다. 그동안 밀린 임금은 줄 테니 이쯤하고 그만두라는 말과 같다며 “밀린임금은 법률적으로 당연히 받아야 하는 노동자들의 권리이며 고용노동청이 나서서 중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노동자들을 대하는 것 자체가 노동자들을 조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농성중인 하청업체 아시아나케이오 노조 천막은 강제 철거 됐다.
지난해 6월, 농성중인 하청업체 아시아나케이오 노조 천막은 강제 철거 됐다 ⓒ뉴시스

길어지는 ‘법정 공방’, 정부가 나서서 해결책 마련해야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리해고 이후 길거리에서 투쟁을 이어온 지 500일이 넘었음에도 해고 노동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함을 규탄하며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이란 이름으로 부당해고 된 노동자들의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집회 마저 차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대기업들의 공익법인을 통한 사익편취 수단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하며, 국회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그간 공익법인이라는 이름으로 금호문화재단이 금호고속-금호산업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재배해왔다. 이어 케이오, 케이알, 케이에이, 케이에프 등 별다른 설비가 필요하지 않은 기업들을 설립케 해 아시아나항공의 지상조업 위탁업무를 모두 독점했다는 주장이다. 

관련 기업들에 10억을 들여 2300명이 담당하는 아시아나항공 조업을 독점한 금호재단은 2015년 이후 아시아나항공 지상조업 일감을 몰아주어 2019년 기준 1253억원이라는 막대한 매출을 올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 해고노동자들이 복직에 드는 비용보다 사측이 소송에 들인 비용이 더 들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10일 기준 저임금 노동자 6명의 11~18개월분 미지급 급여는 2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아시아나케이오는 이행강제금으로 3차까지 1억6700만원 이상을 부과받았다. 또한 4차 이행강제금은 1억원 이상 부과될 예정이다.

공공운수노조는 법인 비용과 거대로펌 김앤장을 통한 행정소송 변호비만으로도 1억원 이상 지출한 것으로 추정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영진의 요구에 응하지 않은 노조는 단 한 명도 복직시키지 않겠다는 목표를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케이오 공대위 조직쟁의 정원섭 부실장은 “대기업들의 공익법인을 통한 사익편취 수단을 바로잡아야 하지만 정부는 손보겠다고 말만 할 뿐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묵인한 정부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의 전반적인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노동자들의 노동 권리를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오랜 법정 공방으로 인해 부당해고 노동자들 8명 중 2명은 지난 4월과 5월 순으로 정년을 거리에서 맞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 존중 사회 실현을 위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부당해고 방지 공약은 결국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당해고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그들은 두번째 추석을 보낸 천막 농성장이 마지막 희망이라고 외쳤다. 그들의 마지막 희망이 천막 농성장이 아닌, 정당한 절차를 통한 복직이 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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