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케이오] 코로나19 첫 정리해고 사례
아시아나항공 기내 청소·수하물 관리 하청업체
‘무기한 무급휴직’ 반대한 노동자 8명 정리해고
사측, 중노위 ‘부당해고’ 불복해 행정소송 제기
하루 10대 이상 청소 중노동 “쉴 틈 없이 일해”
1년 넘게 천막농성…“복직될 때까지 투쟁할 것”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아시아나케이오지부 김계월 지부장이 지난 5월 21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해고노동자의 복직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투데이신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아시아나케이오지부 김계월 지부장이 지난 5월 21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해고노동자의 복직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권리를 인정받기까지는 법정 싸움은 물론 사측의 수용까지 오랜 시간이 요구된다.

과거 대부분의 노동 투쟁 현장에서는 남성노동자들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여성노동자들의 모습은 남성에 비해 쉽게 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이어질수록 투쟁현장에서 여성노동자들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이후 많은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더욱 가혹한 현실로 다가왔다.

코로나19 이후 첫 정리해고 사례가 된 아시아나케이오의 노동자들은 복직을 위해 1년이 넘게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아시아나케이오지부 김계월 지부장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부당해고라는 판정을 내렸는데도 사측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 원직복직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지난 5월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 앞에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이사장 구속 및 강력 처벌 촉구 1만인 서명운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 원직복직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지난 5월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 앞에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이사장 구속 및 강력 처벌 촉구 1만인 서명운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아시아나케이오, 코로나19 핑계로 노동자 해고”

아시아나케이오는 수하물과 기내 청소를 맡는 아시아나항공의 2차 하청업체다. 아시아나케이오 노사는 코로나19가 처음 확산되던 지난해 3월 16일 급여의 70%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순환유급휴직에 합의했다. 그러나 사측은 이를 번복해 무급휴직을 하기로 하고 1노조(한국노총)와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을 해고하는데 합의했다.

2노조(민주노총)는 이에 반발했으나 같은 해 4월 비동의자 8명(전원 2노조 소속)을 정리해고한다고 밝혔다. 이에 해고대상자들은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농성을 시작했지만, 결국 그해 5월 11일 이들 8명은 정리해고 됐다.

김계월 지부장은 사측이 코로나19를 핑계 삼아 노동자들을 해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시기인 2월 중순부터 비행기 스케줄이 취소되면서 일할 수가 없게 됐어요. 그러던 중에 지난해 3월 16일 노사협의회 공지가 붙었어요. 4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70% 유급휴가를 줄 테니 동의서를 쓰라는 거죠. 그런데 3월 20일에 다시 공지가 나왔어요. 희망퇴직이나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를 하라는 거였죠. 그런데 동의서를 제출할 수 있는 기간이 일주일 정도 밖에 없었어요. 거기다가 무기한 무급휴직에 서명하지 않으면 정리해고 대상이 된다고 하니 노동자들은 얼마나 불안하겠어요.”

결국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은 2노조 조합원들은 모두 정리해고 됐다. 김 지부장은 사측이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하지 않은 점을 들며 사측이 2노조 소속 노동자들을 해고하려고 한 것이 아니냐고 추측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 경우 사측이 휴업수당의 10%만 부담하면 고용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 결정에 동의할 수 없었어요. 당시에 코로나19가 1~2년 된 것도 아니었고, 한 달 만에 그렇게 경영이 어려워지진 않았을 거 아니에요. 그리고 그때 정부에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는 기업에 돈을 지원하고 기업이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어요. 그런데 아시아나케이오는 이걸 신청하지도 않았어요. 결국 이 틈을 타서 모든 걸 정리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또 2노조가 노동환경이나 처우 개선을 위해서 투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회사가 과태료도 물고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고. 그러니까 2노조가 싫었을 거 아니에요. 이 틈에 2노조를 정리하려고 한 거 아닌가 싶어요.”

해고노동자들은 지방노동위원회에 사측의 정리해고가 부당하다며 인천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지노위는 지난해 7월 13일 사측이 해고회피노력을 하지 않았고, 정리해고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부당해고라고 판정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8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역시 지노위의 판단을 유지하면서 사측의 부당해고를 재차 인정했다. 하지만 사측은 중노위 판정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했다. 김 지부장은 해고노동자들에게 ‘재입사’를 권하며 부당해고를 없던 일로 만들려고 했다고도 말했다.

“부당노동행위라는 중노위 판정이 나왔는데도 복직을 거부하고 오히려 행정소송을 내면서까지 노동자들을 괴롭히는 거예요. 사측은 우리보고 재입사하라고 하기도 했어요. 복직이 아니라 재입사를 하라는 건 부당해고 자체를 무시하겠다는 거잖아요. 이렇게 치열하고 힘들게 온몸이 부서져라, 정신이 피폐해질 때까지 농성천막에서 부당해고에 맞서 1년간 싸워 이겼더니 재입사하라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이건 사측이 노동자들을 하찮게 여기고 무시하는 발상이죠. 아주 괘씸하고 화가 나요.”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이 지난 4월 2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에서 원직복직을 위한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이 지난 4월 2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에서 원직복직을 위한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근골격 질환에 파스 달고 살아

김 지부장은 배우자의 사업이 실패하면서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돈을 벌기 위해 아시아나케이오에 입사하게 됐다.

그는 중년 여성이 갈 수 있는 일자리는 청소노동자, 계산원 등 비정규직 일자리를 밖에 없었다고 했다.

“50대 넘어서는 청소노동이나 계산원 같은 일자리 외에는 찾아갈만한 데가 없어요. 모집공고를 보더라도 50대 여성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건 비정규직 일자리 외에는 없죠.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에서는 좋든 싫든 가서 일을 해야 하는 거예요.”

그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적고 전업주부가 많았던 시절과는 달리 지금은 노동을 해야만 하는 여성들이 많다고 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들 외에도 전업주부로 살다가도 중년 시기에 이혼을 하거나 사별해 ‘생활가장’이 되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생활가장이 되고 당장 사회진출을 해야 한다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비정규직으로 갈 수밖에 없는 거죠.”

그는 입사 후 기내 청소 업무를 했다. 그가 맡은 업무는 여행객들이 비행기에서 내린 뒤 비행기를 청소하고 정리하는 것이었다.

“여행객들이 비행기에서 내리면 모포나 쓰레기를 정리하고 의자에 먼지를 털고 벨트를 엑스(X)자로 예쁘게 포개놓고, 갤리(승객에게 제공하는 음식물을 보관하는 곳) 정리하고, 기내에 비치된 신문 치우고, 화장실 청소하고. 진짜 힘든 게 뭐냐면, 모포 나르고 정리하는 거예요. 그게 엄청 무거워요.”

그는 하루에 비행기 10대 이상을 청소하는 날이 허다했다고 말했다. 비행 스케줄을 맞춰야 해서 쉴 틈 없이 일했다는 것이다.

“일 자체도 중노동이지만, 쉴 틈이 없어서 더 힘들어요. 평상시에 10대 이상 청소하는 날이 허다해요. 많을 때는 13대까지 하는 날도 있었어요. 최근에야 코로나19 때문에 비행기 수가 줄었지만, 청소하는 인원은 고정돼 있는데 여행객 수가 매년 증가해서 일이 계속 늘어나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 모두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려서 파스를 달고 살아요. 좋다는 파스를 이것저것 사다 붙이다보니 저만해도 파스 종류가 10개는 돼요. 또 비행 스케줄을 맞춰야 하니까 밥을 제때 못 먹고요. 스케줄에 맞춰서 일을 막 시켜먹는 거예요.”

지난 5월 21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의 복직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투데이신문
지난 5월 21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의 복직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투데이신문

길거리에서 정년 맞은 노동자도

사측의 정리해고 이후 천막농성을 이어오던 해고노동자들은 단식농성까지 하며 복직을 촉구했지만 결국 노동자 두 명은 길거리에서 정년을 맞게 됐다.

아시아나케이오지부 김정남 전 지부장은 지난 4월 30일, 기노진 전 회계감사는 지난 5월 31일 농성을 하면서 정년을 맞이한 것이다. 이들은 지난 4월 정년 전 복직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했다. 기노진씨는 단식 17일째인 지난 4월 29일 건강상태가 위험해지면서 병원으로 긴급후송되기도 했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부당해고로 인생에 오점이 남는 걸 바라지는 않았죠. 하루라도 빨리 현장으로 돌아가서 일하면서 정년을 맞고 싶은 거죠. 오죽하면 단식까지 했겠어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극단의 선택인 거잖아요. 정년 전에 하루라도 현장으로 돌아가서 동료들과 인사 나누고 마무리 하고 싶다는 건데. 저는 단식을 안 해봤지만 두 분이 단식을 한다고 했을 때 ‘잘못되면 어쩌나’ 정말 걱정을 많이 했고 마음이 아파서 많이 울었어요.”

자신들이 처한 부당한 상황을 알리고 사측의 복직 결정을 촉구하기 위해 단식이라는 최후의 선택을 했지만, 사측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코로나19로 더욱 고통이 가중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해 “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했다.

“법이 제도화되지 않아서 그래요. 재난 시기에 해고를 금지하거나 쉽게 해고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해야죠. 재난이 노동자를 피해가는 게 아니잖아요. 노동자가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안전망을 만들어줘야죠. 국가가 아니면 비정규직 하청노동자, 영세 상인들을 누가 책임지겠어요. 노동자들도 재난으로 온 나라가 힘든 상황이라는 걸 알아요. 그렇기 때문에 급여의 70% 정도만 받고 고용을 유지하겠다고 하면 이해를 하고 고통을 분담할 수 있어요. 10여년간 열심히 일한 사람을 하루아침에 내팽개친다는 건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거예요.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할 거 아니에요. 물론 나라에서 고용유지지원금을 준다고 했지만, 신청하는 기업에 한정할 게 아니라 강력하게 해고할 수 없도록 규제를 해야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아시아나케이오지부 김계월 지부장이 지난 5월 21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아시아나케이오지부 김계월 지부장이 지난 5월 21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여성노동자,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살자

1년여간 복직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김 지부장은 여성노동자들에게 “자신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노동자들이 연대해 자신의 권리를 찾고 당당히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노동자들이 전업주부로 살다가 일을 하게 되잖아요. 노동현장에서 나의 권리와 인권이 무시당하는 일들을 많이 접하게 돼요. 저는 노조 활동을 하면서 많은 여성노동자들의 의식이 깨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직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걸 꺼려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노동자들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어요. 여성노동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살자’는 거예요. 옳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고 말해야 한다는 거야.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하는 순간 더 큰 용기가 생겨요. 이건 제가 현장의 경험자로서 분명히 말할 수 있어요. 그리고 노조를 통해서 잘못된 것을 바꿔나가는 역할을 여성노동자들이 한다면 이 세상은 분명히 바뀔 거고, 그걸 통해서 또 다른 노동자들이 떳떳하고 당당하게 노동자로서 살아갈 수 있을 거예요.”

아시아나케이오지부는 지금도 복직을 위해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사측의 부당해고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지만, 그날이 올 때까지 아시아나케이오의 부당함을 알리고 복직을 쟁취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복직될 때까지 싸우고 연대해서 빨리 승리하고 현장으로 돌아가야죠. 그 날을 앞당길 수 있도록 농성을 이어갈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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