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한국기업데이터가 최근 감사 및 이사 선임을 단행한 가운데 또 다시 관료출신과 금융권 인사들로 자리가 채워지면서 낙하산 임명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데이터는 지난 22일 주주총회를 열고 상근감사, 사내이사(전무), 사외이사 등 5명의 고위직 인사를 진행했다. 

상근감사 자리에는 전 박원순 서울시장의 비서실장이었던 고한석씨가 올랐다. 고 감사는 SK‧삼성 등 주요 기업을 거쳐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그는 ‘빅데이터, 승리의 과학’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하는 등 데이터 전문가로서 역량을 인정받고 있지만, 주총 전부터 감사 내정설이 돌면서 여권의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일찌감치 제기됐다. 

전무이사로 선임된 정성웅씨는 1999년부터 금융감독원에서 근무를 시작해 소비자권익보호 부원장보 자리까지 올랐고 지난해 11월 퇴임했다. 

한국기업데이터는 정 전무이사를 선임하면서 과거 사라졌던 부사장직을 부활시켜 일각에서는 절차나 기준 없이 즉흥적으로 이뤄진 조직 개편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사외이사 역시 MBC 보도본부장 출신 정형일씨를 제외한 나머지 두 명은 관료와 금융권 인사로 채워졌다. 

오정규 사외이사는 과거 재정경제부를 거쳐 산업자원부, 농림수신식품부 차관 등을 거친 전형적인 관료 출신이며 우영웅 사외이사는 신한은행에 입사해 신한금융지주 부사장까지 역임한 금융권 인사다.  

기업신용평가 전문기관 한국기업데이터는 지난 2005년 정책 금융기관과 국내은행이 공동 출자해 설립됐다. 이후 2012년 민영화가 결정되면서 공공기관의 영향력을 줄이고 민간자본의 지분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편이 이뤄졌다. 

현재 한국기업데이터의 공공기관 지분은 최대주주인 신용보증기금(15%)과 기술보증기금(8.96%)를 합쳐 23.96%에 머물고 있다. 나머지 주식의 대부분은 국민‧신한‧우리‧농협‧하나 등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지분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주식보유분을 합하면 41.88%로 여전히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주요 은행들이 주주로 포진하고 있다는 점도 금융권의 낙하산 인사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국기업데이터노조는 이번 인사 역시 낙하산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공공기관처럼 임원추천위원회 등의 검증절차를 만들어야 내부 잡음을 잠재울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한국기업데이터노조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누가 봐도 낙하산 인사의 전형이다. 검증절차 없이 임원 전체가 외부에서 내려오는 구조가 반복되다보니 회사의 연속성이 담보되기 어렵고 갈등이 유발되고 있다”라며 “새로운 경영진이 솔선수범 해서 개선에 나서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기업데이터가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계속 외부 임원들이 유입되고 있어 임원추천위원회 같은 절차를 만들자고 회사, 주주기관, 금융당국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주식회사이니 주주가 판단하면 된다는 답변만 항상 돌아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한국기업데이터는 이 같은 지적과 관련해 “주주총회 의결사항이어서 따로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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