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담기 민망한 소문 나돌아
법적 언어 아닌 정치적 언어로

김건희 “내가 쥴리? 기막혀”...코끼리 생각하지마
윤석열 “수사와 재판, 법조에는 예외가 없어야”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본격적인 검증의 시간이 도래했다. 입에 담기 민망할 정도의 소문이 나돌고 있다. 또한 기성 정치인을 뺨치는 ‘주가조작’이나 ‘과다 협찬 의혹’ 등이 있으며, 굴지의 대기업과 연결된 것도 있다. 이 모든 것에 대한 사실 여부를 떠나서 대선 출마자 중에 이만큼 많은 의혹을 품은 예비후보가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 측이 대응을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법적 언어’로 대응을 해왔다는 점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둘러싼 의혹 상당수는 주로 처가와 관련된 의혹이다. 최근 X파일 논란이 불거지면서 부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김씨가 운영하는 미술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 보험성 협찬금 수수 의혹 등 2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정용환)이 수사하고 있다.

유흥주점 접대부설

인터넷을 가장 뜨겁게 달군 것은 유흥주점 접대부설과 유부남 동거설이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무차별적으로 퍼져나가면서 ‘영부인’으로서 자질 논란으로 번질 분위기다.

이에 김씨는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김씨는 뉴스버스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쥴리니, 어디 호텔에 호스티스니, 별 얘기가 다 나오는데 기가 막힌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을 만나기 전 유부남 검사와 동거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제집에는 제 친구들도 모여 살았다. 누구랑 동거할 시간이 없는데, 어떻게 누구랑 동거를 하나”라고 따졌다.

윤 전 총장도 국회 소통관에서 ‘쥴리 관련한 부인의 인터뷰를 봤나’라는 질문에 “아침에 일찍 나오느라 못 봤다”라고만 대답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김씨가 직접 ‘쥴리’를 언급한 것은 패착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끼리를 생각하지마”라는 말을 꺼내들면서 “쥴리를 생각하지마”라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즉, 쥴리에 대해 몰랐던 사람들도 김씨의 인터뷰 때문에 쥴리에 대한 소문을 찾아보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는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씨가 ‘쥴리’를 언급하면서 오히려 뉴스 보도가 쏟아지게 됐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쥴리’라는 소문을 알게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터넷 상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이야기들이 넘쳐났다. 윤석열 캠프에서 부인 김건희씨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법적 언어 아닌 정치적 언어 필요

이런 일련의 소문에 대해 여전히 윤 전 총장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법적 언어’로 이야기하는 경향이 강했다.

윤 전 총장이 X파일에 대해서는 “선출직 공직자로 나서는 이는 능력과 도덕성에 대해 무제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갖는다. 그러나 그런 검증은 어떤 합당한 근거와 팩트에 기초해서 이뤄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출처 불명의 근거 없는 일방적 마타도어라고 주장했다.

장모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저는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이나 그 이후에나 법 집행에는 절대 예외가 없다는 신념으로 일해왔다”면서 “제 친인척이든, 어떤 지위와 위치에 있는 분들이든 수사와 재판, 법조에는 예외가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저도 검찰총장 시절에 많이 강조를 했지만, 그 법 집행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공정히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공정 절차가 담보돼야 한다. 누구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고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아직 정치초년생이기 때문인지 ‘정치적 언어’보다는 ‘법적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로서 수십년 살아온 습관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유권자들이 원하는 ‘대답’은 “수사와 재판, 법조에는 예외가 없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정치적 책임’이다.

출마한 지 이틀이 됐지만 아직도 발언은 ‘애매모호’ 그 자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윤 전 총장과 관련된 소문은 확대재생산을 하기 때문에 ‘법적 언어’보다는 ‘정치적 언어’로 진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호한 태도 보여야

이는 자신과 둘러싼 소문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처가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그러면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라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신은 처가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전혀 개입한 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오는 2일 장모와 관련된 재판 선고가 있는 날이기 때문에 이날 과연 윤 전 총장이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부인 김건희씨 역시 굳이 먼저 ‘쥴리’를 꺼낼 이유는 없다. ‘쥴리’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유권자들의 머릿속에서는 ‘쥴리’가 떠나지 않는다.

‘쥴리’가 사실이거나 아니거나는 유권자들은 중요하지 않게 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윤석열 캠프에서는 X파일과 관련된 대응을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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