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산업, 소액주주 요구에 다음달 19일 임시주총 열어
캐슬렉스서울·제주 합병 책임, 주진우 회장 해임 안 상정

사조그룹 주진우 회장ⓒ사조그룹/뉴시스
사조그룹 주진우 회장ⓒ사조그룹/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사조그룹이 주진우 회장 경영권을 두고 소액주주와 표 대결을 펼치게 됐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사조산업은 지난 2일 이사회를 열고 다음달 14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주총에서는 ▲정관 일부 변경 ▲사내이사 주진우 해임 ▲감사위원 해임 및 선임 ▲사외이사 선임 등 안건이 다뤄진다.

이번 주총은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의 요구에 따라 열리게 됐다. 앞서 법원은 소액주주연대가 지난 5월말 제출한 사조산업 주주명부 열람 허용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주주명부를 확보한 소액주주연대는 주총을 제안, 사조산업 사내이사이자 사조그룹 총수인 주진우 회장을 비롯해 현 사외이사인 박길수, 한상균, 정학수 등 3명의 감사위원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대신 소액주주에서 추천하는 감사위원 4명의 신규 선임을 안건으로 제시했다.

이들이 주진우 회장을 비롯해 사외이사 등 현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게 된 것은 캐슬렉스서울와 캐슬렉스제주 합병 추진 건이 발단이 됐다.

앞서 사조산업은 자회사 캐슬렉스서울과 오너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캐슬렉스제주와의 합병을 공식화했지만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로 지난 3월 합병을 공식 철회한 바 있다.

캐슬렉스서울은 사조산업이 지분 79.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사조그룹에 종속된 회사다. 반면 캐슬렉스제주는 주지홍 부사장이 49.5%를 보유한 오너일가 회사다. 캐슬렉스제주의 경우 누적결손금이 420억원에 달하는 등 완전자본잠식에 빠져있어 합병이 이뤄질 경우 상당한 부실을 덜 수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자산가치가 큰 사조산업 자회사인 캐슬렉스서울은 부담을 떠안으면서 기업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

더욱이 합병을 통해 캐슬렉스제주 최대주주인 주지홍 부사장은 경영부담을 더는 동시에 기업가치가 더 큰 캐슬렉스서울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이에 소액주주연대는 사조산업이 오너 장남 개인회사의 부실을 사조산업에 떠넘기면서 동시에 사조그룹 지배력을 높이려는 ‘오너일가의 변칙적 상속’이라고 비판하며 합병에 반대했다.

소액주주 반발로 합병은 무산됐지만 이를 추진한 경영진에 책임을 묻겠다는 게 이번 임시주총 안건의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소액주주연대가 내건 주진우 회장의 해임 안건 등이 주주총회를 통과할 확률은 높지 않다. 사조산업은 사조시스템즈(지분율 26.12%)가 최대주주다. 사조시스템즈는 주진우 회장이 17.9% 주지홍 부사장이 39.7%의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 오너일가 회사다. 여기에 이어 주진우 회장 14.24%, 주지홍 부사장 6.80% 등을 포함해 특수관계자가 사조산업의 54.62%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측 지분이 과반을 넘어 10%를 조금 넘는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소액주주들이 표 대결을 통해 주진우 회장의 해임을 이끌어 내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만 소액주주측이 내세운 사외이사이자 감사위원이 선임될 가능성은 있다. 상법 개정으로 감사위원에 분리 선출되는 이사의 경우 최대 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3%룰’이 적용된다. 이에 사조산업 오너일가 측 지분이 56.17%에 달하더라도 ‘3%’룰이 적용되면 동원 가능한 지분은 17.11%로 낮아진다. 소액주주연대가 주총 전까지 우호지분을 추가 확보한다면 표 대결을 걸어볼 수 있는 수준이다.

사조산업 관계자는 “임시주총은 소액주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취지로 이사회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다만 소액주주연대로부터 사외이사 자격요건 적격확인서 접수 등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면 다시 이사회를 열어 후보자를 확정해 다시 안 건을 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캐슬렉스서울-제주 합병 추진이 오너일가 밀어주기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적극 반박했다.

사조산업 관계자는 “당시 합병 건은 회사를 더욱 효율적이고 장기적으로 잘 운영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 경영적 판단에 의해 진행된 것”이라며 “승계 작업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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