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이 캠프 대변인이냐” 격분, 왜
17일 최고위원회의, 신경전 벌이다 파행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서로에게 “경고”
캠프 이익 대변하는 사람들로 채워진 상태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지난 17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을 향해 “당신들이 캠프 대변인이냐”면서 격분을 했다. 몇몇 최고위원들은 당 대표를 들이받는 상황까지 연출되면서 혼선을 빚었다. 경선 버스는 8월말에 출발을 하지만 아직도 제대로 교통정리가 되지 않아서 출발을 하더라도 삐걱거릴 것으로 예측된다.

“경선 과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면서도 최근 발생한 일은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국민의힘 한 권리당원의 목소리다.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최고위원들을 향해 “정신 차려라”고 경고하자 배현진 최고위원이 “나도 경고한다”고 맞받아쳤다.

대선 경선 버스 출발을 앞두고 당내 갈등이 표출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끼리 언성을 높이면서 싸우는 모습은 흔한 모습은 아니다.

각자 이익을 안고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감정싸움이 오간 것은 예견된 일이다. 왜냐하면 당 지도부와 최고위원들이 각자 밀고 있는 특정 후보들이 다르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정작 본인들은 ‘공정한 경선 관리’를 내세워 특정 후보를 밀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밝히지 않아 왔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누구는 누구를 밀고 있다’는 분석이 끝났다.

아직 경선 버스는 출발도 못한 채 누구를 운전석(선거관리위원장)에 앉힐 것인지, 그리고 운전은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경선룰)를 제대로 정하지 않으면서 버스 안에 탑승한 승객(대선 주자)들은 각자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A후보는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어야 한다고 하고, B후보는 왼쪽으로 핸들을 꺾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아직도 운전수를 구하지 못하면서 운전석에 누가 앉을 것인지를 두고도 제대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각자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선거관리위원장과 경선룰을 언급하면서 최고위원회이는 파행으로 이어졌다.

특히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의 신경전은 당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경선준비위원회가 토론회를 마련하겠다고 하자 윤 전 총장은 토론회에 참석할 수 없다고 밝혔고, 이를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사실 경선준비위원회는 경선이 어떤 식으로 출발할 것인지 그 일정 등을 계획하는 곳이지 토론회를 주최하는 등의 일을 하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니다. 이런 의미로 윤 전 총장을 비롯해서 일부 인사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경준위와 선관위 구분

윤 전 총장 등 일부 대선 주자들이 반대하는 것은 단지 경준위가 경선 준비 기구이기 때문에 성격이 맞지 않아서가 아니다.

경준위는 결국 당 대표의 입김이 많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기구다. 따라서 경준위가 토론회를 진행한다면 당 대표가 밀고 있는 특정 후보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반대파의 논리다. 그것을 노골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일부 인사들이 경준위의 자격 문제를 꺼내들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선거관리위원장에 서병수 의원을 앉히겠다는 계획을 세우자 최고위원들 중 일부 인사들이 특정 인물에 유리한 인사라면서 반대에 나섰다.

최고위원들이 사사건건 당 대표의 의견에 반대를 하면서 이 대표 역시 화가 나기 시작했고, 결국 최고위원들에게 “당 대표로서 경고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배현진 최고위원은 “나도 최고위원으로서 경고한다”고 맞섰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비공개 자리에서 격돌을 벌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이번 사안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이런 격돌이 계속되면서 결국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최고위원 당신들이 캠프 대변인들이냐”고 따졌다.

당 안팎으로는 최고위원회의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쏟아졌다. 대선 경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최고위원들이 각자 자신이 지지하는 대선 후보에게 좀 더 유리하게 하기 위한 발언들을 쏟아냈고, 결국 김도읍 정책위의장이 폭발한 것이다.

캠프 대리전 양상으로

핵심은 최고위원회의가 결국 캠프 대리전 양상이 됐다는 점이다. 아직 대선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도 꾸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말이다. 이는 앞으로 대선 경선이 험난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선 경선 과정에서 캠프 별 신경전이 거세지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이 상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 일부 권리당원 사이에서는 당 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같이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고 교통정리를 하는 어른이 없기 때문에 당이 혼란스럽고 시끄러운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핵심은 이준석 대표가 ‘영(令)’이 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앞으로 국민의힘에게 난관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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