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취업자 10명 중 7명 ‘귀국행’
현지서 겪는 부당 이익 영향 커
국내 노동법 적용 안 돼 보호 밖
해외 취업자 안전망 재구축 필요

해외 취업 상담하는 구직자들
해외 취업 상담하는 구직자들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취업시장이 얼어붙자 해외 취업에 눈길을 돌리는 청년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어렵게 해외 취업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폭언과 갑질 등 비인격적인 대우로 인해 국내로 다시 ‘리턴’하는 사례도 매우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국내 취업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2008년부터 해외 취업 연수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청년 리더 10만명 양성계획’을 추진하며 약 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박근혜 정부는 ‘케이무브(K-Move)’라는 이름으로 진행했으며, 현 문재인 정부에서도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연수 시간, 운영 기관, 연봉 기준 등에 따라 △K-Move스쿨 장기 △K-Move스쿨 단기 △트랙Ⅱ △청해진대학으로 구분해 운영된다. 공단은 연수 과정에서 소요되는 교육 비용을 80~100% 지원해 해외 취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수요가 높다.

지난해 발표된 한국산업인력공단 해외 취업 종합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607명이었던 해외취업자는 지난해 4400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7년 새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19 여파로 취업자 수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지난 2019년에는 6816명이 해외로 취업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렇듯 해외의 취업시장에 눈을 돌리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해외취업자 10명 중 7명은 다시 국내로 되돌아오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앞장서서 해외 취업을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취업자 70%가 해외 취업을 포기하고 다시 국내로 돌아오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산업인력공단이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해외 취업한 사람 중 4800명을 표본으로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진행한 해외취업자 사후관리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지에 체류하고 있는 사람은 1576명(32.8%)에 그쳤다. 나머지 3224명(67.2%)는 이미 국내로 귀국한 상황이다.

귀국 사유로 비자 만료가 55.9%로 가장 높았지만, 귀국자 3224명의 3명 중 1명은 비자발적 고용해지로 인해 귀국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귀국도 28.4%에 달했다. 지난해 해외 취업에 성공했지만 얼마 안 돼 귀국한 사람의 61.6%는 코로나19로 인해 고용해지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기타 고용해지 사유로는 경영상 이유, 해고 통보, 인사 발령, 계약 파기, 폐업, 임금 체불 등이 꼽혔다.

결국, 해외 체류 계획에 맞게 기간이 종료돼 귀국한 취업자는 647명이다. 나머지는 코로나19 혹은 비자 만료, 근무환경 불만족 등 다양한 원인으로 해외 취업 전 세웠던 계획과는 달리 귀국길을 택했다.

한 구직자가 상담을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살아남기는 취업자의 몫

“작년 3월부터 미국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러나 9월부터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으며, 12월부터는 임금의 1%도 받지 못했습니다. 이런 부당함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현재는 회사가 월세를 제대로 내지 않아 회사 자체가 사라져 출근도 못 하고 있습니다” - 2018년 미국으로 취업한 A씨/ 더불어민주당 이선주 의원실 제공 '부당대우 현황 및 처리결과 일부 발췌

정부 지원 아래 어렵게 해외 취업에 성공한 뒤 살아남기는 온전히 취업자 개인이 책임져야만 한다. 취업 이후 발생한 피해의 경우 국내에서 해외 기업에 관여할 법적 근거가 없는 탓이다. 때문에 근로계약서 미작성으로 인한 비자 문제, 임금 체불, 부당 해고 등의 문제가 발생해도 해결은 고스란히 취업자의 몫이 된다.

국내 취업 준비생들의 해외 취업 진출 업무를 수행하는 전담 기관은 고용노동부 산하의 한국산업 인력공단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노동부로부터 한 해 약 500억원의 해외 취업 지원금을 받는다. 청년고용촉진특별법, 한국산업인력공단법, 직업안정법 등을 근거로 지원금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법률에는 해외 취업 시 발생한 피해 보상과 관련된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산업인력공단에는 해외 취업 이후 발생한 피해에 대한 보상 의무가 없는 셈이다.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이 존재하긴 하나 이는 재외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다. 따라서 재외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영사조력에 관한 내용이 전부일 뿐, 해외 취업과 관련한 조항은 없다.

‘재외국민의 교육지원 등에 관한 법률’도 마찬가지다. 외국에 설립되는 한국학교 등 재외 교육기관 등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있지만, 취업 관련한 내용은 없다.

한국산업인력공단 해외취업국 해외취업기획부 이태훈 차장은 본보와의 통화를 통해 “해외 취업의 경우 취업을 하게 되면 해당 나라의 현지 법을 따르게 된다. 따라서 직접적으로 개입을 하진 못하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사실관계 확인을 한 뒤 노무사를 통해 노무 상담을 지원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법 자체가 국내법이 적용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려움이 존재하긴 하나, 추후 주요 취업 국가에 산업인력공단 직원을 직접 파견해 현지 해외취업자 상담을 폭 넓힐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또한 해외 취업의 경우 현지 노동법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국내 노무사를 활용해 자문을 받는 것을 추천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를 통해 “해외 취업 같은 경우 안전망이 없으므로 최대한 구인 기업을 발굴할 때 최소 급여 기준, 비자 지원 여부, 현지에서 직접적으로 만나서 기업의 환경을 검토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취업을 한다는 것은 현지에 취업하는 것이고 현지 기준을 따른다는 말이다. 해외 취업 시 겪는 부당이익은 해당 기업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부당이익, 임금체불 문제는 특정 기업의 문제로 인해서 받는 부분이고 이는 국내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라며 “즉, 법이 문제가 아니라 해당 기업의 문제이기 때문에 현지 노동을 주관하는 기관에 의뢰해서 개인이 해결하기 힘들 때 국내 노무사를 활용해서 자문 받는 것이 최선이다”라고 말했다.

중장년 구직자들이 자료를 살피고 있다.
중장년 구직자가 취업 관련 자료를 살피고 있다 ⓒ뉴시스

해외취업 안전망 빠르게 구축돼야

이렇듯 산업인력공단은 부당대우 신고가 들어왔을 때 해외 기업 측에 재발 방지를 요청하고 취업자에게는 도움받을 수 있는 재외공관 등을 안내하지만 이미 부당대우를 받은 뒤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또한 소송이나 생계 등 당장 현실적인 문제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사후적 해결이 다소 미흡한 부분도 존재한다.

이에 공적인 기관을 설립해 해외 취업 전 직접적으로 계약사항을 검토해 주는 방안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더프렌즈법률사무소 이동찬 변호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해외 취업 중 하나는 한국에서 직접적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한국에 있는 인력송출 회사를 통해 나가는 경우가 있다. 후자의 경우 한국에서 훈련이나 섭외를 통해서 가게 된다”며 “따라서 인력송출 회사와 일차적 계약이 성립하기 때문에 국내법에 의거해서 일정한 부분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직접적으로 해외로 나갈 때에는 국내에서 일차적 계약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에 따라 법률적인 보호를 받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이를 전담하는 공적인 기관이 있으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해외 취업의 경우 현지 법에 따라야 하기에 국내법의 도움을 받긴 어려운 상황이니 국내에서 공신력 있는 기관을 공적 설립해서 해외 취업 전 해당 회사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거나 회사와의 계약서를 검토해 주는 공공서비스 차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사실상 해외 노동법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어려움이 존재하기에 구직자들이 해외 취업에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습득해 이를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관계자는 “사실, 외국인들이 국내에 취업하게 되면 국내 노동법을 따르게 된다. 외국인들도 인권을 존중해서 4대 보험을 다 적용해 주듯이 해당 국가에 맞는 노동법을 따르게 돼있어서 이에 대한 부당이익을 당했을 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서는 노무 변호사나 노무 관련 전문 멘토를 활용하고 있다. 사실 그 이상 현지 정부 기관이나 노동법 관리하는 기관에 요청하거나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외취업자들이 부당이익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 이것만 딱 조심하라고 말하기에는 어렵다. 부당사례가 워낙 특이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구직자들은 해당 국가에 맞는 센터에 방문하거나 다양한 해외 취업 사이트에 접속해 관련 정보를 얻어야 한다”며 “현지에 정착했거나 법률 자문 및 노무 관련 조언이 필요하다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담당관에게 연결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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