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 표면서 미세플라스틱 검출...핏물흡수패드 원인
대형마트 및 이커머스 업계, 잇따른 사용 중단 움직임
가열 시 미세플라스틱 사라진다지만...소비자 불안 여전
환경단체 “흡수패드 사용 여부 소비자가 직접 선택해야”

ⓒ뉴시스

【투데이신문 조유빈 기자】 최근 미세플라스틱으로 이뤄진 핏물 흡수패드에 싸인 육류 포장육에서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가운데, 유통업계에서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흡수패드를 친환경 소재로 바꾸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흡수패드는 미세플라스틱 검출로 인한 우려 외에도 쓰레기 배출 과정 등에서 환경오염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만큼, 흡수패드 사용 여부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흡수패드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 시험결과 요약 ⓒ안호영 의원실

흡수패드 속 미세플라스틱, 인체유해성 두고 의견 분분

오프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포장육이나 어류의 포장 용기를 살펴보면 대부분 고기 핏물을 흡수하기 위한 얇은 패드도 함께 포함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개 육류 등 음식물이 닿는 곳에 부직포로 싸인 형태의 흡수패드 속에는 문제의 미세플라스틱 성분으로 이뤄진 SAP(Super Absorbent Polymer, 고흡수성수지)가 들어있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지난달 20일 환경부 종합감사에서 이러한 흡수패드에서의 미세플라스틱 용출 실태를 밝혀냈다.

안호영 의원실은 각각 다른 3개의 마트에서 소고기 200g을 구입해 전문시험기관에 성분분석을 의뢰한 결과, 육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용출돼 묻어 있는 사례를 확인했다.

해당 세 개의 소고기에서 검출된 플라스틱은 평균 1.60mg으로, 머리카락 굵기만한 미세플라스틱(75µm 크기)이 약 7200개가 발견됐다. 아울러 그보다 작은 30µm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이 약 11만개나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안호영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최근 3년간 흡수패드 명칭으로 수입 또는 유통된 제품에 대한 용출시험을 실시한 내역을 문의한 결과, 식약처는 ‘흡수패드 제조사별‧재질별 용출규격 검사’의 결과에 대해 국내산 제품과 수입산 제품 모두 ‘적합’하다는 답변을 제출했다. 

이는 식품위생법 제9조에 따른 기구 및 용기‧포장의 기준 및 규격에서 규정하고 있는 ‘식품과 직접 접촉하는 재질에 대한 답변으로서, 흡수패드의 SAP 성분이 아닌 겉포장인 부직포에만 해당되는 검사 결과다.

식약처는 SAP에 대한 검사 결과에 대해 “SAP 성분이 부직포로 싸여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용조건에서는 SAP가 용출될 가능성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 안 의원 측은 식약처의 답변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흡수패드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 SAP 제조 공정에서 독성 우려 물질이 혼입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미국 FDA는 SAP를 식품 용기로 쓸 때 독성 물질 비중을 제한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관련 규정이 전무한 실정이다.

안호영 의원은 “상황이 이런데도 관계부처는 전혀 실태 파악을 못하고 있다”며 “식약처 등 관계부처와 함께 생태·인체 위해성에 대한 검증에 착수해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안전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달 27일 DGIST 바이오융합연구부 또한 입을 통해 섭취된 미세플라스틱이 뇌 안에 축적돼 신경독성 물질로 작용된다는 것을 동물실험과 면역반응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다만 DGIST 바이오융합연구부 최성균 박사는 이번 실험과 흡수패드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을 연관 짓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최 박사는 “보통 플라스틱류는 가열을 하면 형태가 달라진다. 특히 흡수용 패드에 있는 미세플라스틱은 섬유나 입자의 형태로 있어서 불로 가열된 고기에 미세플라스틱이 그대로 형태를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날 것으로 먹지 않는 한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몸 안에 축적된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예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거나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뿐 아니라 국제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의 규정을 갖고 있는 곳은 없다”며 “전 세계에서도 공식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이 유해하다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그렇다 보니 확실한 판단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부터 독성 관련한 인체유해성에 대해서는 연구사업을 진행을 할 계획에 있다”고 말했다.

천연식물성흡수패드(NAC) ⓒMSR 테크
천연식물성흡수패드(NAC) ⓒMSR 테크

기업들, 친환경 소재로 변경 예정…쓰레기 배출 문제 등 남아

흡수패드를 사용한 고기를 가열하면 미세플라스틱이 사라진다고는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와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해소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세계 최초로 친환경 흡수패드를 선보였다는 MSR테크 차완섭 대표는 “불로 가열해 미세플라스틱이 남아있지 않는다 하더라도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불안감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며 “미세플라스틱이 묻어 있다가 없어졌다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아예 문제가 없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고객도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세플라스틱 논란에 먼저 대응한 것은 대형마트였다. <SBS>가 미세플라스틱 검출에 관련한 내용을 보도한 이후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대표3사에서는 기존 흡수패드 사용을 즉시 중단했다.

다만 신세계백화점의 경우는 논란이 터지기 전부터 소비자가 원하는 고기 부위를 말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소분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흡수패드가 아닌 종이로 포장을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이번 미세플라스틱 검출과 관련해 불안을 느낄 소비자들을 위해 이커머스 업계인 마켓컬리와 쿠팡에서도 흡수패드를 친환경 소재로 바꿀 계획을 내놨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기존 흡수용 패드의 사용은 중단하고, 친환경 소재의 흡수용 패드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으며 쿠팡 관계자 또한 “친환경 흡수용 패드로 교체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사안은 내부적으로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신선 식재료 D2C 스타트업 정육각에서도 이미 흡수패드에 관련해 내부적으로 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정육각 관계자는 “자체 내부팀과 대안 마련을 착수하고 있으며, 또한 식약처나 전문기관 등을 거쳐 현재 사용되고 있던 흡수패드를 조사 진행 중이다”라며 “소비자들이 불안감을 느낄 시 그에 맞게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테스트 결과 흡수패드를 제거해도 신선도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이유식 제품에 대해서는 금주부터 패드를 제거해서 생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흡수패드는 소비자 건강 상의 문제도 있지만 고기와 생선, 과일, 채소 등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데다 1회용이기 때문에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문제다. 이에 환경단체는 흡수패드를 친환경 소재로 바꾸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은 아니라며 사용 여부 자체를 소비자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친환경 소재가 어떠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명확하게 얘기하기가 어렵다”며 “물론 흡수패드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쪽이 좋겠지만 정 불가피하다면 소비자가 직접 흡수패드 사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