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계 33% 요소수 사용…정부 조치에도 효과 글쎄
시멘트도 요소수 있어야 생산…사태 해결 언제쯤 되나

요소수를 넣기 위해 줄 서 있는 트럭들 ⓒ뉴시스
요소수를 넣기 위해 줄 서 있는 트럭들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건설업계에도 요소수 부족사태에 따른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건설현장이 중단되는 상황으로는 번지고 있지 않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건설현장에선 덤프트럭, 굴삭기, 레미콘 등의 건설기계에 요소수가 필요하다. 전체 건설기계 53만대 중 요소수를 사용하는 비율은 33%(17만6000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건설기계에 들어가는 디젤엔진은 배출가스 기준을 맞추고자 여러 방식의 기술이 도입됐다. 요소수는 질소산화물 저감에 필요한 소모품으로 유로4 규격의 일부엔진과 유로5, 유로6 엔진에 사용된다. 이들 엔진을 장착한 건설기계는 요소수 없이 운행하면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촉매가 파손될 수 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는 지난 9일 서울시 광화문 앞에서 요소수 부족사태에 관한 정부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발표했다. 253명의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참여한 해당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달 동안 소요되는 요소수는 평균 120~130리터이며 현재 보유한 요소수로는 12일 남짓만 운행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건설기계 노동자 요소수 설문조사 결과 Ⓒ전국건설노동조합
건설기계 노동자 요소수 설문조사 결과 Ⓒ전국건설노동조합

설문조사 참여자 중 32.4%(82명)는 요소수 문제로 장비 가동을 못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10리터 기준 5만원 이상에 요소수를 구입했다는 응답도 22.9%(58명)에 달했다. 건설노조는 기자회견에서 “한달에 요소수 값만 40~80만원 더 들어가게 됐다. 요소수가 없으면 일을 못하니 해외 직구까지 시도하고 있다”면서 공급 해결 및 매점매석 규제, 그리고 건설기계 노동자 구제방안 등을 요구했다.

국토교통부는 같은날 “건설업계와 논의 결과 요소수 재고분은 10일에서 30일 동안 버틸 수 있는 상황”이라며 “건설기계 전체 가동률이 40% 내외이며 동절기 현장공사 물량이 줄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공사 중단과 같은 가시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국토부는 “내년 봄까지 장기화될 경우 공사 차질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 11일 요소수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히며 국내 수급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이날 긴급수급조정조치 시행에 들어가며 요소수 판매처를 주유소로 한정하되 건설현장처럼 특정 수요자는 판매처를 거치지 않고 직접 공급계약을 맺어 판매하는 경우는 제외했다. 또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차랑용 요소수는 화물차, 건설기계 등에 대해 1대당 최대 30리터까지 구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현장에서 느끼는 정부 조치의 체감도는 낮은 편이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정부에서 전국 100개소 중점 유통 주유소를 안내하고 있지만 거리가 멀어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인근에 거래해온 주유소에 여분이 있다면 모를까 좋아진 상황은 아니다”고 전했다.

요소수 수급불안은 시멘트 같은 건설자재 생산·유통에도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시멘트 역시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을 요소수를 통해 분해시키고 있다. 자재가격 상승을 더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아직 본격적인 건설현장 비수기라고 할 수 없다”면서 “중단된 현장은 없지만 결국 요소수가 대량으로 들어와야 해결되지 않겠냐”며 조속한 사태해결을 희망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