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대장동’ 폐기물매립장 반대 지역주민 모여 전국 대책위 발족
“피해는 주민이 받는데 돈은 민간기업이 버는 구조, 정의롭지 못 해”
대책위, 산업폐기물 공공책임제·산폐장 초과이익 환수제 등 의제화

전국 산업폐기물 매립장 대응 대책위원회는 지난 9일 서울시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발족식을 갖고 출범을 선언했다. ⓒ투데이신문
전국 산업폐기물 매립장 대응 대책위원회는 지난 9일 서울시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발족식을 갖고 출범을 선언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사모펀드와 민간기업들이 앞다퉈 산업폐기물매립장 사업에 뛰어들며 전국 곳곳에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산업폐기물 매립에 공공영역이 손을 놓은 사이에 민간기업이 막대한 이윤을 내는 제2, 제3의 대장동을 기획하고 있다는 비판여론이 거세다.

전국 산업폐기물 매립장 대응 대책위원회는 지난 9일 서울시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발족식과 함께 주민 피해 사례 증언대회를 열었다. 이날 증언대회에선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인 하승수 변호사가 현재 산업폐기물매립장(산폐장) 현황을 발제했다.

하 변호사는 “사모펀드와 건설업체들 사이에 산폐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고 있다”며 몇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이 50%가 넘는 곳이 여러 곳이다”면서 “인·허가만 받으면 돈을 번다는 생각이 입지로 적절하지 않은 곳도 무분별하게 매립장이 추진돼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의 발제에 따르면 센트로는 충북 충주시 충주메가폴리스 산업단지 내에서 산폐장을 운영하며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1098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65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그리고 총 20억원을 자본금으로 출자한 태영그룹 계열사(70% 지분)와 지역토건업체(30% 지분)에 지난해까지 422억원을 배당했다.

이에스지청주는 지난해 충북 청주시에서 일반폐기물매립장을 운영을 시작해 이해에 매출 303억원, 당기순이익 191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순이익률이 60% 이상이다. 이에스지청주는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지배하고 있다.

하 변호사는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인수한 쌍용양회는 강원도 영월군 석면광산에 560만㎡에 달하는 산폐장을 추진하고 있다. 아이에스동서는 전북 김제 백산산업단지에서 산폐장을 추진하고 있다”라며 “최근엔 온갖 편법들이 동원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데 업체들이 제기하는 소송은 대형로펌이 맡거나 전관예우 변호사들이 붙고 있다. 그만큼 큰 이권이 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라고 사정을 전했다.

이익은 민간업체가 벌지만 막상 매립이 끝난 뒤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으로 떠넘겨져 세금을 투입해 관리하는 사례도 있다. 충북 제천시 왕암동 산폐장은 2012년 매립장의 에어돔이 붕괴됐지만 업체가 부도를 내 결국 국비와 지방비 98억원을 들여 복구했다. 

충남 당진시 고대·부곡 사업장폐기물매립장은 매립이 완료됐는데 침출수 수위가 관리기준 2m를 훨씬 뛰어넘어 20m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이 매립장을 운영하던 업체는 매립장을 당진시에 기부채납해 당진시가 관리책임을 맡고 있다.

전국 산업폐기물 매립장 대응 대책위원회는 ▲산업폐기물 공공책임제 ▲폐기물 발생지 책임 원칙 수립 ▲민간 산폐장 운영에 따른 초과이익 환수제도 도입 등을 의제화할 계획이다. ⓒ투데이신문
전국 산업폐기물 매립장 대응 대책위원회는 ▲산업폐기물 공공책임제 ▲폐기물 발생지 책임 원칙 수립 ▲민간 산폐장 운영에 따른 초과이익 환수제도 도입 등을 의제화할 계획이다. ⓒ투데이신문

이에 하 변호사는 “산업폐기물은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 신규매립부터 사업주체를 공공성이 확보될 수 있는 주체로 제한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기존 산폐장 업체가 지나친 초과이익을 얻고 있는데 사후관리를 ‘전과정 관리’ 개념으로 바꾸고 관리대상에 모든 환경적·사회적 영향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사례발표엔 경기도 화성시, 강원도 영월군·정선군, 충북 괴산군, 전북 김제시, 전남 보성군 등 폐기물매립장 건립을 두고 갈등을 빚는 지역의 주민들이 참석해 현황을 설명했다. 정희문 쌍용C&E 산폐장 반대대책위원장은 “지형적으로 폐광이 있어 균열이 많고 지층에 단층이 교차해 위험한 지역이다”라며 “인근 하천에서 침출수 유출 테스트를 했는데 3일이면 남한강 상류의 지류까지 물이 흐른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사업을 국가나 지자체장이 용인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산폐장반대 대책위는 이 자리에서 출범을 선언하며 산폐장을 ‘제2, 제3의 대장동 사업’이라고 경고했다. 대책위는 “피해는 지역 주민들이 입고 막대한 이익은 민간기업이 챙기는 정의롭지 못한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라며 “그럼에도 정부와 국회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아닌 업계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책위는 “이런 상황을 방관할 수 없어 산폐장 문제로 고통을 겪는 지역대책위들과 환경단체, 농민단체가 모여 전국 대책위를 결성하게 됐다”라며 “더 이상 정부와 국회의 직무유기를 좌시하지 않겠다. 산업폐기물 문제를 본격적으로 공론화하고 잘못된 법 제도를 뜯어고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산업폐기물 공공책임제 ▲폐기물 발생지 책임 원칙 수립 ▲민간 산폐장 운영에 따른 초과이익 환수제도 도입 등을 정책 의제화해 내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에 맞춰 각 후보들에게 책임있는 답변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전국 산업폐기물 매립장 대응 대책위원회는 지난 9일 서울시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발족식과 함께 주민 피해 사례 증언대회를 열었다. ⓒ투데이신문
전국 산업폐기물 매립장 대응 대책위원회는 지난 9일 서울시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발족식과 함께 주민 피해 사례 증언대회를 열었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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