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은 온라인으로 실시간 원전운영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수력원자력은 온라인으로 실시간 원전운영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원자력 발전을 지속가능 금융 녹색분류체계(Taxonomy, 택소노미)에 포함한 최종안을 확정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이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해당 최종안에는 국내 원자력계가 지킬 수 없는 조건이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전환포럼은 4일 논평을 통해 “국내 원자력계는 전후맥락과 내용을 무시하고 EU가 원전으로 회귀했다는 식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EU 집행위는 지난 2일 원자력과 천연가스 발전에 대한 투자를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하는 그린 택소노미 최종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최종안은 EU의회에서 4개월의 검토기간을 거친 뒤 의원 과반의 반대가 없으면 통과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EU도 원자력 발전을 탄소감축에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같은날 “EU가 경제적이고 안정적이며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의 중요성을 체감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에너지전환포럼은 이날 논평에서 “최종안이 확정돼도 ‘2050년 이전 핵폐기물 처분장 운영 및 사고저항성 핵연료 조건 등 원자력계가 투자하기 어려운 전제조건이 있다”면서 “유럽원자력산업협회는 원자력계가 택소노미의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없다는 항의성명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최종안에 따르면 신규원전 및 수명연장을 추진하는 국가는 2050년 이전까지 핵폐기물(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확보하고 운영할 세부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사용후핵연료 및 고준위 방폐물의 최종처분장을 확보한 국가는 스웨덴과 핀란드 밖에 없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스웨덴은 부지 확보에 반세기가 걸렸고 핀란드도 처분장 건설까지 40년이 걸렸다”면서 “앞으로 30년 안에 최종처분장을 건설하고 이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사고저항성 핵연료는 기존 지르코늄 피복 핵연료와 달리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사고저항성 핵연료는 아직 실험이 진행 중이며 지난 50여년간 사용된 핵연료 설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해 실제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유럽 원자력계는 최종안이 통과돼도 신규원전 및 수명연장에 필요한 지원을 받기 어렵게 됐다”면서 “EU 그린 택소노미는 향후 세계 전력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기능할 전망이어서 강력한 규제요인만 늘어난 셈”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EU의 엄격한 전제조건을 감안하면 유럽사례를 국내 분류체계에도 적용해 원전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원자력계의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30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지침서(가이드라인)를 발표한 바 있다. 환경부는 해당 가이드라인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한시적으로 포함시켰으나 원자력 발전은 제외했다. 환경부는 EU의 논의과정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그 기준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