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짱 낀 친문, 이재명으로 쏠림 현상 발생하나
현 정부 적폐수사 발언에 격노한 문재인 대통령
제1야당 후보에게 “사과하라” 요구...이례적 반응
보수층 결집 효과 있지만 중도층 떨어져나갈 수도
표심의 향배 예의주시하면서 선거전략 짜야 할 듯

문재인 대통령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현 정부 적폐수사’를 언급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강한 분노와 함께 사과를 요구하면서 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선을 한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사과 요구는 대선판을 크게 요동치기 충분하다. 당장 국민의힘은 선거개입이라면서 반발하고 있지만 다가올 후폭풍에 대한 고민이 크다. 민주당 특히 팔짱을 끼고 있던 친문 지지층이 어떤 식으로 표심이 이동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승리를 했지만 친문 지지층은 여전히 팔짱을 끼고 있었다. 오히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투표를 하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것은 이 후보와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랜 악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당시 경선 과정에서 이 후보가 문 대통령을 몰아붙였고, 그것이 상처가 되면서 친문 지지층은 이 후보를 죽었다 깨놔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호남에서 이 후보가 지지율이 높게 나오지 않은 이유도 그러했고,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 계속해서 후보 교체 글이 넘쳐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특히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이 반이재명 전선을 만들어서 계속해서 이 후보를 공격해왔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후보는 이번 대선은 힘든 대선이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격분

그런데 윤 후보가 느닷없이 ‘현 정부 적폐수사’를 꺼내들었다. 윤 후보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집권하면 현 정부의 적폐에 대해 수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해당 언론기사가 나간 후 즉각 민주당과 친문에서는 반발했다. 하지만 그것은 친문에서의 반발이지 큰 파장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갑자기 “현 정부를 근거없이 적폐로 몬 것에 대해 강력 분노한다”면서 윤 후보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불과 대선을 한 달도 남지 않고 현직 대통령과 제1야당 대선 후보가 대립하는 전선이 생긴 것이다. 문 대통령은 윤 후보를 작심한 듯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당시 이 정부의 적페를 있는데도 못 본 척 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인가에 대해 답해야 한다”면서 사과를 요구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에 대해 엄정 선거관리와 정치적 중립성을 공무원들에게 주문했고, 대선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기에 이날 메시지는 이례적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올랐기 때문에 경고를 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결국 정권이 바뀐 후에 수사를 받게 됐고, 그 과정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점 때문에 현역 대통령은 퇴임 이후 수사를 받지 않을까는 두려움은 항상 갖고 있다. 그런데 윤 후보는 아직 집권도 하지 않았는데 적폐수사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노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대선 후보 때에는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으로서는 격노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자신에게 검찰의 칼날을 들이대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생각

문 대통령의 사과 요구는 민주당 내 잠자는 호랑이의 콧털을 건드렸다는 평가다. 민주당 내 친문 지지층은 이 후보에 대해 팔짱을 계속 끼고 있었다. 극성 친문 지지층은 아예 대놓고 윤 후보에게 투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윤 후보는 문 대통령에 대해 특별하게 언급하지 않는 선거전략이 오히려 먹혀들어갔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을 겨냥해서 발언을 하면서 팔짱을 끼고 있던 친문 지지층이 움직이는 그런 계기를 만들었다.

결국 문 대통령이 친문 지지층으로 하여금 최소한 윤 후보에게 투표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윤 후보에게 투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 후보에게 투표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아직도 이 후보에 대해 마뜩찮게 여기는 지지층도 있기 때문에 문 대통령과 윤 후보의 충돌로 인해 갑작스럽게 이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윤 후보의 충돌은 친문 지지층으로 하여금 요동치게 만들기 충분하다. 당장 민주당은 친문 지지층 결집을 위한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핵심은 ‘노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과거 악연에 대해 꺼내는 것이다. 친문 지지층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퇴임 이후 문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노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악연을 꺼냄으로서 최소한 윤 후보에게 투표를 하지 않게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민주당은 그야말로 총공세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발끈하고 나섰다.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선거운동을 한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문 대통령이 아예 대놓고 윤 후보에게 투표를 하지 말라는 뜻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오히려 보수층의 결집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에게 쏠렸던 투표 심리가 윤 후보에게 기울어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여기서 물러서면 대선 패배가 될 것이라는 심리 때문에 계속해서 강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가 집권하게 되면 문재인 정부가 잘못이 있으면 당연히 수사를 하게 될 것이라면서 문 대통령이 격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만큼 강한 메시지를 내놓아서 정권교체 열망하는 유권자들에게 어필한다는 전략이다. 따라서 윤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대통령과 제1야당 후보의 충돌은 군소 후보들에게는 막대한 피해가 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선거전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과 윤 후보의 충돌에 대해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중도층도 출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중도층이 어떤 식으로 움직일 것이냐는 것이다. 비록 정권교체 열망이 높다고 해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과 윤 후보의 충돌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보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다소 낮다는 점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이 후보가 지지율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현역 대통령에 대한 구속수사를 운운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이것이 중도층이나 부동층에게 막대한 심리적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이유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윤 후보가 부적절한 이야기를 꺼냈다는 평가도 있다. 무엇보다 대선판이 ‘이재명 vs 윤석열’ 구도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vs 윤석열’ 구도로 바뀌게 된다면 이 후보에 대한 대장동 의혹이나 배우자 김혜경씨 논란 등에 대해 공격을 가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계속해서 언론은 문 대통령과 윤 후보의 대결 구도에 대한 기사가 쏟아질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이 후보와 관련된 각종 의혹 등에 대한 보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윤 후보에게 정치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계속 TV토론에서는 다른 후보들이 윤 후보에게 이 문제에 대해 짚고 넘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책이나 공약 등을 제시해야 하는 윤 후보로서는 다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윤 후보가 앞으로 해야 할 핵심은 정권교체 바람을 더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더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윤 후보의 존재감을 더욱 낮게 만들 수도 있다. 아무리 퇴임을 앞둔 대통령이라고 하지만 현역 대통령과 다퉈서 승리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윤 후보의 지지율이 이 후보에 비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면 현역 대통령을 상대로 충분히 큰 소리를 칠 수 있지만 오차범위 내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한표 한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문 대통령과 갈등을 보인다면 윤 후보에게 득이 될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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