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하림그룹이 신사업 부진과 대표이사 사퇴, 사외이사 선임 논란 등이 겹치며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형국이다.

16일 하림그룹에 따르면 엔에스쇼핑은 내달 30일 개최될 정기주주총회에서 장덕순씨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장덕순 사외이사 후보는 한일장신대학교 이사장과 전주대학교 이사를 거친 인물이다. 다만 이목을 끄는 이력은 이리신광교회 목사 출신이라는 점이다.

종교인이라고 해서 사외이사 선임에 제한을 받지는 않는다. 다만 하림그룹의 김홍국회장은 장 후보가 이리신광교회에서 목사로 재직할 시절부터 신도로서 인연을 이어 왔기에 이사회 독립성 제고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김 회장은 이리산광교회의 장로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사외이사 제도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처음 국내에 도입됐다. 해당 제도의 목적은 단연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사외이사의 역할이 최대주주 및 경영진을 견제·감시하며 일반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지인 선입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는 뒷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 하림그룹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시장을 잘 알고 여러 경험을 가지신 분이 맡아야 하는 만큼 종합적으로 검토한 사안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인이라 직책을 맡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조만간 이사회 승인 등 절차를 거쳐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림그룹을 향한 우려는 비단 해당 사건만이 아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10월 매출 7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야심차게 출시한 프리미엄 라면 ‘더 미식 장인라면’의 반응이 기대만큼 뜨겁지 못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영수증 리워드 앱 ‘오늘뭐샀니’ 운영사 캐시카우에 따르면 장인라면의 구매경험도는 출시 첫 달인 작년 10월 1.4%에서 11월 5.2%로 상승했다가 12월(1~19일) 4.1%로 떨어졌다. 구매경험도는 해당 제품 카테고리의 전체 구매자 중 특정 제품 구매자의 비중을 나타내는 수치다.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6일까지 집계된 해당 앱 일반 라면 구매랭킹 20위 내에서도 장인라면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장인라면에 대한 평가가 박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맛이 나쁘지 않지만 ‘비싼 값을 못한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인스타그램 시식평을 살펴보면 ‘기존 라면과의 차이를 모르겠다’, ‘2200원 너무 비싸서 차라리 다른 라면 3개를 살 것’ 이라는 등 높은 가격에 대한 불만을 확인할 수 있는 모습이다.

물론 신제품의 성공 여부를 3개월 만에 예단하기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다만 톱스타 이정재를 내세운 광고 마케팅 비용과 높은 목표치를 감안한다면 아쉬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하림은 매출을 공개할 수는 없다면서도 판매가 부진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출시 3개월 만에 제품 하나만으로 여러 라인업을 가진 기존 기업들이 포진한 시장에서 점유율을 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며 “실적이 부진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좋은 제품을 제값 받고 파는 것이다. 변화가 있어야 도전도 가능하기에 사활을 걸고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31일 하림그룹의 라면 진출이라는 중대한 직책을 맡아 온 윤석춘 대표이사가 돌연 사퇴하면서 업계에서는 윤 대표가 라면 사업의 부진으로 인해 물러났다는 일명 ‘책임론’이 제기됐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퇴사 이유가 개인적 사유라고는 하지만 임기를 2년 남겨둔 대표의 사임이 가벼운 문제는 아니다”라며 “신제품 출시와 이에 대한 성과에 따른 평가가 배제됐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하림그룹은 총수 일가를 둘러싼 일감 몰아주기 및 승계 지원 논란에도 휩싸인 바 있다.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하림 계열 8개사와 올품에 시정 명령 및 과징금 48억88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하림 계열사들이 김 회장과 그룹본부의 개입 아래 김 회장 아들의 회사인 올품에 구매물량을 몰아주거나 제품을 고가에 매입하는 방식으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일감 몰아주기는 대기업 오너 일가의 기업 승계에 활용되는 사례도 있기에 부당지원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더구나 김 회장은 과도한 겸직에 관해서도 꾸준한 지적을 받아왔다. 국민연금은 2014년 하림, 2017년 선진 및 팜스코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 회장 재선임안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해 3월에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김홍구 회장의 하림지주 시내이사 재선임안에 반대를 권고했다.  

반대 사유로는 모두 ‘과도한 겸임’이 지목됐다. 불성실한 이사회 출석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더해졌다.

김 회장은 2018년 초 기준으로 하림홀딩스와 함께 하림, 하림식품, 늘푸른, 익산, 대성축산영농조합법인, 제일사료, 선진, 에코캐피탈, 엔에스쇼핑, 팜스코, 팬오션 등 총 12곳의 계열사에 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이는 당시 국내 30대 그룹 총수 일가 중 최다 수준이었다.

한편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하림 계열사에 대한 ESG 부문 평가 등급도 떨어지는 모양새다. 최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하림그룹 부당 승계 지원과 관계된 상장 계열사들의 ESG 등급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하림지주와 팜스코의 지배구조(G) 부문 등급은 각각 A에서 B+로 떨어졌으며 선진은 B+에서 B로 하락했다. 하림지주와 팜스코의 경우 통합 등급 또한 A에서 B+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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