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갑질’ 이어 답함과 부당지원 제재 나서
육계도 담합 결론나면 수백억대 과징금 폭탄 가능
대기업 독과점에 근원적 문제인식 숙제로 남아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는 김상조 위원장 시절부터 하림그룹(회장 김홍국)을 주시했다. 이를 둘러싸고 30대 대기업에 진입한 하림을 견제하며 대기업 전체에 메시지를 보낸다는 등 여러 해석이 나왔다. 

공정위가 하림을 향해 꺼내든 3건의 제재는 일정한 방향성을 갖고 있다. 하림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축산사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투데이신문>은 공정위의 의도와 별도로 하림이 답해야 할 숙제를 짚어봤다.

2021년 5월 기준 기업집단 하림 소유지분도 Ⓒ공정거래위원회
2021년 5월 기준 기업집단 하림 소유지분도 Ⓒ공정거래위원회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공정위는 지난달 28일 하림그룹 계열사들이 ㈜올품을 부당하게 지원해 이익을 제공한 행위로 시정명령과 48억8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지적한 부당지원 행위는 크게 3가지로 하림계열 양돈농장들이 올품을 통해서만 동물약품을 높은 가격에 공급받기로 구매방식을 변경한 것, 계열 사료회사들 역시 올품을 거쳐 사료첨가제를 통합 구매하면서 올품이 중간마진을 수취한 것, 그리고 하림지주의 전신인 제일홀딩스가 자신이 보유한 구 올품 주식 100%를 한국썸벧판매(현 올품)에 저가 매각 했다는 것이다.

올품은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준영씨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올품은 하림지주회사 체제 밖에 있으면서 하림지주 지분의 24.6%를 갖고 있다. 김준영씨는 올품을 통해 하림지주의 최대주주가 되며 그룹 경영권 승계의 정점에 있다.

공정위는 하림그룹 내 3가지 부당지원 행위가 총수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지원하려는 목적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2017년 조사를 시작해 4년여 만에 나온 결론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공정위가 하림에 내린 제재는 이번이 3번째다. 하림 총수일가는 대표적인 편법적인 경영권 세습이라는 따가운 여론의 질타를 받아왔다. 이에 현 정부가 30대 대기업에 들어가는 하림을 통해 재벌 세습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는 해석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하림에 면죄부 쥐어준 공정위

문제는 경종을 울리는 구체적인 방법이다. 여론이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제재를 가할 수는 없다. 공정위가 하림에 내린 3건의 제재를 보면 저가 매각 이외에는 모두 하림의 축산계열화사업에 관한 내용이다.

하림의 축산사업 체제는 수직계열화 구조로 이뤄져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육계(고기닭)산업이다. 하림은 계약한 사육농가에 가축, 사료 등의 자재를 공급하고 농가는 사육한 육계를 하림에 출하해야 한다.

육계산업에 수직계열화 사업이 정착되며 농가는 판로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그리고 편리했다. 사육에 필요한 모든 자재를 회사가 공급하고 출하작업도 회사가 한다. 널뛰기를 하는 닭고기 시세에 가슴 졸이는 일도 없어졌다.

하림은 수직계열화사업의 확산을 타고 육계산업에서 부동의 선두주자가 됐다. 하림은 계열사까지 합산하면 1/3 내외의 육계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하림의 축산사업은 양계를 넘어 양돈에도 진출해 직접 사육까지 하고 있다.

시장독과점과 수직적 사업구조는 불공정 및 갑질에 관한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하림을 상징하는 축산사업이 여론에 있어서는 ‘약한 고리’로 작용한 것이다. 

공정위는 2018년 9월 하림이 계약한 육계사육농가에 불리한 생계 매입 대금을 산정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7억 9800만원을 부과했다. 하림이 농가에 지급하는 대금을 산정하면서 변상농가, 출하 실적이 있는 재해농가를 빼 농가에 불이익을 끼쳤다는 이유다.

같은 농자재를 지급하는 동등한 조건이어도 생산성은 농가마다 제각각이다. 하림은 상대평가 방식으로 평균생산성적 기준 이상 농가엔 인센티브를 그 이하 농가엔 패널티를 안겼다. 그런데 변상농가나 재해농가를 제외하면 생산성 평균이 높아지면서 패널티를 받는 농가가 늘어난다는 논리다.

하림은 공정위 제재에 관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서울고등법원은 2019년 11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20년 3월 대법원이 원심을 확정하며 하림은 승소했다.

공정위가 실패한 이유를 분석해보면 농축산업에 대한 전문성 부족과 자료수집 등 근거 미비가 원인으로 꼽힌다. 앞서 공정위는 하림의 농가와의 계약과 관한 ‘갑질’ 혐의로 여러 건의 신고를 받았으나 자체적으로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여기에 행정소송까지 패소하며 오히려 줄곧 갑질 의혹을 받아온 하림에 면죄부를 쥐어준 셈이 됐다.

하림, 이번에도 칼날 피하나

공정위는 지난달 잇달아 하림을 향한 강도 높은 제재에 나섰다. 공정위는 부당지원 행위 제재에 앞서 6일 삼계탕용 닭고기 가격과 출고량을 담합을 근거로 육계 계열화기업 7곳에 과정금 총 251억3,900만원을 부과했다. 또, 7개사 중 하림과 올품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 두 회사가 내려진 과징금만 130억4500만원에 달해 총 과징금의 절반이 넘는다.

공정위는 7개 육계기업이 2011년 7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삼계의 출고량을 담합해 가격을 올렸다고 보고 있다. 또, 참프레를 제외한 6개사는 9차례에 걸쳐 삼계 가격 인상을 합의했다고 지적했다. 담합 방식은 이들 기업이 회원으로 가입한 한국육계협회(회장 김상근) 내부 회의를 통해 이뤄졌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삼계뿐 아니라 육계, 토종닭, 오리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2017년 기준 삼계 도계량은 1억5300만마리, 육계는 7억7300만마리다. 육계 시장규모가 삼계의 5배에 달하기에 그만큼 과징금 액수도 뛰어오를 가능성이 높다. 하림에게만 수백억대의 과징금 폭탄이 매겨질지도 모른다.

하림은 공식입장에서 담합 건에 대해 “공정위의 판단에 따르면 그동안 모든 농수산물에 당국이 시행한 수급균형과 유동구조 개선 및 가격안정에 협력한 단체와 경영체는 담합행위로 처분돼야 한다”라며 “향후 사법부의 판단을 받을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또, 부당지원 건에는 “통합구매 등을 통해 오히려 경영효율을 높이고 더 많은 이익을 얻었으며 거래 가격은 당사자들간 협상을 거쳐 결정된 정상적인 가격이다”라고 반박했다.

담합 건에서의 쟁점은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에 달렸다. 육계협회는 같은날 입장을 내고 “농식품부가 적법한 권한에 따라 생산자단체에 요청해 진행된 수급조절을 답합으로 단정한 건 과도하다”라며 “정부시책에 적극 협조한 과정에서 발생한 적법한 행위임을 소명했는데 유감이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공정위가)귀를 막고 오직 적발만을 고집하는 느낌이 짙다”고 덧붙엿다.

공정위는 “7개사의 출고량 조절 공동행위가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적용이 배제되는 정부의 수급조절에 따른 행위인지 심의했는데 구체적인 정부의 행정지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농축산물 수급조절은 농식품부의 핵심업무다.

김상근 한국육계협회 회장이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육계협회
김상근 한국육계협회 회장이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육계협회

축산업계는 공정위의 설명에 설득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농식품부는 닭고기수급조절협의회와 닭고기자조금을 관리·감독하고 있으며 육계협회는 해당기관에 등록된 사단법인이다. 공정위가 지적한대로 6년 동안 담합이 있었는데 적발하지 못했다면 직무유기에 가깝다.

부당지원 건 역시 불안한 점이 있다. 기실 동물약품과 사료첨가제의 통합 구매는 양돈사육의 균질화와 관리를 감안해 내린 결정일 가능성도 있다. 일정한 생산성과 품질을 유지하려면 사육자재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같은 계열사이기에 자재의 품질에 더 신뢰가 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동물약품이나 사료첨가제 공급에 이상이 발생해 사육하던 돼지가 죽어버리면 폐사한 돼지가 그동안 먹은 사료값만큼 손해다. 공정위는 가격 문제만 파고들었는데 하림이 ‘경영효율을 높여 더 많은 이익을 얻었다’는 점을 입증하면 재판에서 결론이 뒤집어질 가능성이 있다.

시험은 계속된다

그렇다면 하림이 향후 예상되는 공정위를 상대로 한 법적다툼에서 승리한다면 모든 문제가 끝나는 것일까. 하림의 축산사업을 향한 공정위의 공세는 농식품부의 행보와도 일치하고 있다. 앞의 사안보다 보다 깊은 근원적인 문제인식이 존재한다.

문재인정부 초대 농식품부 장관인 김영록 전 장관은 2017년 7월 취임사에서 “축산계열화 업체와 계열 농가 간의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고 유통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하겠다”면서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계열농가와 소비자를 함께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그 뒤에도 거듭 축산계열화사업의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농식품부도 그에 발맞춰 축산계열화법(축산계열화사업에 관한 법률)상 축산기업에 대한 규제를 점차 강화해갔다.

현재의 수직계열화 사업구조에선 농가에 대한 축산기업의 갑질은 어떤 형태로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법률 개정에 나서도 제도가 현장을 따라집지 못하는 상황이다.

육계시장은 축산기업간 점유율 경쟁이 한창이다. 하림은 공식입장에서 “닭고기 사업자들은 해당기간 수년 동안 영업적자가 지속됐다”고 했지만 출혈경쟁을 선택한 건 스스로의 결정이다. 영세한 계열화업체는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더욱 독과점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하림은 양돈시장에선 사육마저 직접 뛰어들었다. 게다가 하림 계열사 선진은 경기도 안성에 대규모 축산식품복합단지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가공에 이어 도축도 직접 하겠다는 의미다.

공정위의 연이은 하림을 향한 제재 시도는 개별로 봐선 실체가 잡히지 않는다. ‘하림의 축산사업은 과연 공정할 수 있을까’를 묻고 있다. 대기업이 국민밥상에 직결되는 축산시장을 통째로 장악해도 되는지를 묻는 시험대인 셈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하림을 향한 시험은 끝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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