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통합, 제4차 철도산업기본계획 최종보고서 제외 유력
국토부, 코레일 SR 통합 위한 TF 구성했지만 동력 상실
철도노조 “차기 정부 의지 있다면 행정력 발휘해 통합 가능”
이재명·심상정은 ‘통합 추진’ 의견…윤석열‧안철수는 ‘무응답’

경기도 고양시 행신 KTX차량기지ⓒ뉴시스
경기도 고양시 행신 KTX차량기지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20대 대선이 12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고속철도 운영사 통합(철도 통합) 문제는 현 정부에서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철도통합 논의는 차기 정부로 넘어가게 됐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통합 논의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어 차기 정부가 최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코레일과 거리두는 SR

25일 업계에 따르면 수서고속철도(SRT)를 운영하는 SR이 상임이사 공모에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출신이 아닌 외부 인사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SR 상임이사는 전원 최대주주인 코레일 출신으로 기용된 왔던 만큼 이번 인사 내정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철도통합이 새 정부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SR의 의도적인 인사내정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즉 코레일과 거리를 두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SR은 철도통합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철도 분리로 독과점 구조가 깨져 이용자 편익이 증대하고 서비스 품질이 개선됐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SR은 기존 고속철도보다 10% 저렴한 운임으로 고객 교통비 절감 효과는 지난 4년간 총 4165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코레일은 적자 해소와 철도 공공성을 위해 통합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임기 내 사실상 무산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2016년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와 “경쟁체제란 이름 아래 진행된 철도 민영화 정책을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긴 정책 협약을 체결하면서 철도통합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혔다.

또한 문재인 정부 출범 초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인사청문회 당시 코레일과 SR을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유지된 철도 민영화 기조의 변화가 빨리질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이에 장관 취임 이후 코레일과 SR 통합을 위해 지난 2017년 7월에 TF를 구성하고 연내 통합 여부를 결론 내겠다고 했지만 추진 동력은 이내 상실되고 말았다.

2018년 11월 오송역 단전 사고, 같은해 12월 강릉선 KTX 탈선 사고 등 대형 철도 사고가 발생하면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 국토부가 이를 이유로 당시 인하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 평가연구’ 용역을 중단하면서다.

이 당시 철도노조 측은 ‘고속철을 따로 운영해서 매년 559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는 연구진의 중간 결과를 보고받자마자 연구진에 연구중단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객관적으로 검증된 수치가 아니다”라며 “코레일-SR 통합 문제는 분리운영에 따른 중복비용 외에도 경쟁으로 인한 유·무형의 사회적 편익 등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후 국토부는 지난 2020년 연구용역을 ‘한국교통연구원’에 맡겼다. 해당 연구기관은 2011년 철도 민영화와 SR 분리를 주장한 곳이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더욱이 교통연구원에 의뢰한 ‘제4차 철도산업기본계획’은 내달 발표가 예정됐지만 연구내용 중 하나인 코레일-SR 통합 부분은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 측은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이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해당 연구를 고속철도 분리 정책을 냈던 교통연구원이 하고 철도 분리를 추진해왔던 관료들이 국토부 요직에 있기 때문에 철도통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차기정권 손으로 넘어간 철도통합

문제는 철도 통합에 대한 결론은 코레일·SR 노조대표를 포함한 ‘거버넌스 분과위원회’를 통해 최종적으로 도출해야 하는 만큼 차기 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쉽사리 결론짓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철도노조 측은 철도 공사의 상위기관인 국토부와 정부가 의지가 없는 한 통합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관계자는 “거버넌스 분과위도 통합 의지가 있기보다 통합 하지 않으려는 요식적 행위가 강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철도 민영화를 주장했던 분들이 거버넌스 분과위 구성원으로 있어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구결과가 안 나온다고 해도 차기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행정력을 발휘해 통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후보 중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철도통합’을 공약으로 명시했고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철도노조와 정책협약을 맺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6일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SR와 KTX를 통합해 지역 차별을 없애고 요금할인 등 공공성을 높이겠다”고 철도통합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이어 “양사를 통합해 SR이 부산, 광주뿐 아니라 창원, 포항, 진주, 밀양, 전주, 남원, 순천, 여수로 환승 없이 갈 수 있도록 하고, KTX 요금을 SRT와 동일하게 10% 더 낮추겠다”며 “양사 통합운영으로 고속열차 운행횟수를 증편하고, 수익으로 일반철도 적자 보조·차량 개선 등으로 철도산업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또한 심 후보는 지난 24일 철도노조를 만나 “KTX와 SR를 통합해서 고속철도망 전체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체제 개혁이 시급하다”면서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철도통합 관련 질의에 현재까지 명확한 입장을 내고 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 측은 “통합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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