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다시 돌아온 포켓몬빵 폭발적 인기
앱 재고 확인하고도 헛걸음…현장선 갈등 빈번
편의점주 “항의 이어져 발주 접은 곳도 있어”

포켓몬빵 판매 중단을 선언한 안내문과 품절 안내문 [사진제공=한국편의점주협의회]
포켓몬빵 판매 중단을 선언한 안내문과 품절 안내문 [사진제공=한국편의점주협의회]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포켓몬빵 진짜 안 숨겼어요, 정말 물량이 없어요”

최근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포켓몬(포켓몬스터)빵 얘기다. 서울 내 한 편의점 알바생은 손님들에게 제품이 없다고 반복해서 안내하고 있지만, 매일 거친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제품 재고를 편리하게 안내하는 역할을 해 온 편의점앱이 품귀현상을 빚는 제품 판매에서는 오히려 갈등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6일 SPC삼립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재출시된 포켓몬빵의 판매고는 일주일만에 150만개를 훌쩍 넘겼다. 이는 SPC삼립의 신제품 일주일 평균 판매량보다 6배 이상 높은 수치다.

16년 전인 1998년, SPC그룹의 전신인 제빵회사 ‘샤니’는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를 제작하는 일본 기업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포켓몬 띠부씰 스티커가 들어있는 포켓몬빵을 선보였다.

당시 스티커의 종류는 총 151종이었으며 빵마다 랜덤으로 제공됐기에, 원하는 캐릭터 스티커를 모으려면 여러 개를 구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에 힘입어 포켓몬빵의 판매량은 월평균 500만개, 일평균 150만개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어마어마한 인기와 함께 제품을 구입한 후 스티커만 챙기고 빵은 버리는 모습이 사회문제로 제기되기도 했다.

2006년 떨어진 인기에 자연스레 단종 수순을 밟았던 포켓몬빵이 매대로 돌아온 이유로는 어린 시절 추억에 대한 ‘향수’가 지목된다. 16년 전 10대들이 자라 경제력을 갖춘 나이가 되면서 재출시 요청이 이어진 것.

SPC삼립은 7종의 포켓몬빵 ▲돌아온 고오스 초코케익 ▲돌아온 로켓단 초코롤 ▲피카피카 촉촉치즈케익 ▲파이리의 화르륵 핫소스팡 ▲디그다의 딸기 카스타드빵 ▲꼬부기의 달콤파삭 꼬부기빵 ▲푸린의 폭신폭신 딸기크림빵을 출시했다. 가격은 당시 500원에서 3배인 1500원으로 올랐다.

[사진제공=SPC삼립]
[사진제공=SPC삼립]

어린 시절 슈퍼로 달려가 빵을 사 먹던 어린이는 스마트폰과 편의점 앱을 활용해 편의점 입고 시간을 체크하는 어른이 됐다. TOP3 편의점브랜드의 경우 모두 멤버십 애플리케이션을 운영 중이다. 각각 CU의 ‘포켓CU’, GS25의 ‘우리동네 딜리버리’, 세븐일레븐의 ‘세븐앱’이다.

이에 무작정 매장에 방문하기보다는 물류 트럭 시간에 맞춰 편의점 앞에서 대기하는 ‘오픈런’을 시도하거나 편의점 앱을 통해 재고를 확인한 후 포켓몬빵을 사러 가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포켓몬빵의 도를 넘은 인기다. 폭발적 인기로 수요가 부족해 편의점에서는 발주 제한까지 이뤄졌지만, 편의점앱 재고 현황만 보고 방문한 고객과 현장에서의 마찰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직장인 익명앱 ‘블라인드’에는 ‘포켓몬빵 예약’이라는 제목으로 CU 앱에 포켓몬빵 재고 있다고 해서 갔더니 점장이 이미 예약해 놓은 거라 못 판다고 응대했다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이와 관련 CU 측은 “점주의 물품 판매에 대해 본사가 강제로 제재를 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시간 차이 등으로 인해 앱 재고와 실제 물량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으나 향후 불편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인기 급등으로 인해 현장에서 직접 손님을 응대하는 편의점주와 알바생도 고통받고 있다. 재고도 극소량인 데다 앱의 수량이 즉각 반영되지 않을 때도 많은데 고객들의 항의 수준이 도를 넘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CU는 포켓몬빵 4종을, GS25와 세븐일레븐은 각각 5종과 7종을 판매하는 가운데 각 사 모두 빵 당 발주 수량은 1개로 제한한 상태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 홍성길 정책국장은 “현장에서 포켓몬빵 재고로 인해 고통받는 점주와 알바생들이 정말 많다”며 “빵을 감춰놓는다는 항의가 쏟아지자 처음부터 발주를 하지 않는 매장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단키트 대란 때도 애로사항이 있었지만 입고 시간에 맞춰 몇 명이 서 있다가 동시에 들이닥쳐 내가 먼저라며 고성을 지르며 육탄전을 벌이기도 한다”며 “일부 악용하는 사례가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점주는 정직하게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SPC삼립은 포켓몬빵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SPC삼립 관계자는 “빵 생산과 함께 씰 스티커를 동봉해야 하기에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라며 “제품을 최대한 많이 공급하기 위해 생산라인을 24시간 가동하고 있으나, 수요가 너무 많아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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