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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유정 기자】 # A씨는 직원이 약 20명인 새마을금고에 근무 중이다. 새마을금고 측은 계약직 채용 공고를 냈지만, 사실은 형식적인 공고였고 이사장의 자녀들이 내정돼 입사했다. 이들은 계약직으로 입사했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 정규직이 됐다. 결국 내정자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지원한 취업 준비생들만 큰 피해를 받았다고 A씨는 호소했다.

# B씨는 수습 기간이 있는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그런데 회사는 근로계약서를 곧 쓸 것이라며 계속해서 계약서 작성을 미뤘고, 수습 기간이 끝난 후에도 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결국 B씨가 먼저 계약서 작성을 요구하자 회사 측은 계약기간이 1년으로 명시된 근로계약서를 내밀었고, 다른 직원들도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었다. 잘못 쓴 것이 아니냐는 B씨의 질문에 회사는 연봉 계약 기간이라고 답했다. 계약서에는 기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계약이 종료된다고 돼있었다.

# C씨는 면접에서 연봉 3500만원을 받기로 했지만 입사 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며 연봉 인하를 요구받았다. 부당하다고 판단해 거절했지만 이면계약을 해 연봉을 맞춰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처럼 직장인과 취업 준비생을 상대로 한 채용 사기와 차별, 계약 위반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정채용법’ 공약은 ‘반의 반쪽짜리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직장갑질119는 “기업들이 채용공고에 올린 연봉과 다르게 더 낮은 연봉을 제시하고 노동조건도 실제와 다르게 제시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워크넷에서조차 허위광고, 과장광고가 올라오며 ‘채용 사기’가 잇따르고 있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고 비난했다.

채용절차법 제4조(거짓 채용광고 등의 금지)에는 ‘구인자는 구직자를 채용한 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채용광고에서 제시한 근로조건을 구직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해서는 안 된다’라고 명시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처럼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채용 차별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갑질119는 “회사는 채용광고를 게재하면서 자격요건과 우대사항 등을 제시한다”며 “대부분이 채용광고를 통해 대놓고 차별적 처우를 드러내지는 않지만, 면접 과정에서 구직자에게 차별적 처우를 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는 성별, 종교, 장애, 나이, 혼인 여부, 신체조건 등을 이유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경우 ‘차별행위’로 보고 금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차별은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17조에 따르면 △임금 △노동시간 △휴일 △휴가 △업무 등이 명시된 근로계약서를 반드시 작성·교부해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진행한 ‘2021년 4차 설문조사’에서는 근로계약서를 작성 및 교부받지 못한 노동자는 2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직장갑질119는 “비정규직, 5인 미만 기업, 저임금 노동자의 경우에는 근로계약서 작성·교부가 절반 수준”이라며 “이는 노동부가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채용 비리 근절을 위한 공정채용법’ 제정을 공약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은 현행 채용절차의 공정화를 위한 법률을 ‘공정채용법’으로 개정해 △채용 시험 출제 및 관리 시스템의 투명성 강화 △국가자격시험 특례 전면 재검토 △채용 가산점 제도 불공정성 시정 △단체협약 장기근속자 자녀 우선 채용 등 불공정채용 등 불공정 채용 관련 조항 무효화 △친인척 고용 승계나 전·현직 임직원 자녀 특혜 채용 적발 시 관련자 입사 원천 무효화 등을 약속했으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채용비리 통합신고센터’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직장갑질119는 채용절차법은 30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기에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도록 하지 않으면 공공채용법은 ‘헛발질’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취준생을 울리는 채용 사기, 허위·과장광고, 채용 차별의 뿌리를 뽑으려면 관련 법을 바꿔야 하며,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는 ‘부정채용 신고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갑질119 이진아 노무사는 “채용 과정에서의 각종 불법·부당한 일들이 법망을 피해 자행돼온 것을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라며 “실질적으로 공정한 채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채용절차법을 모든 사업장에 적용해 불공정 행위들이 처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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